무너져도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간다-하이록스 인천

아직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by 태빅스

Chapter 5.

두 번의 실수 그리고 버피, 찾아온 한계


102kg짜리 슬레드를 한 번 더 끌었다.
1km 러닝도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실수는 두 번이었지만, 체력 소모는 그보다 몇 배였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우리는 IN 아크를 통과했고
하이록스 네 번째 스테이션으로 진입했다.


04 Burpees


그 이름이 쓰인 표지판을 지나며, 우리는 다시 스테이션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사다리처럼 생긴 트랙. 총 80미터를 가야 한다.

이 스테이션은 단순 버피가 아니라, 버피 브로드 점프.

방식은 단순하다.

버피 브로드 점프_출처 : HYROX


버피를 하고, 앞으로 점프. 또 버피, 또 점프.
이걸 끝날 때까지 반복하는 것.
생각보다 단순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엄청 힘들다.

이 스테이션도 사전에 파트너와 작전을 짜뒀다.
내가 먼저 시작하고 각자 7~10개 정도씩 수행하고
"태그!"를 외치면 교대하기로 했었다.


버피를 시작하기 전, 파트너의 상태를 곁눈질로 살폈다.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나도 숨이 많이 찼다. 조금은 쉬고 싶었다.

하지만 가야 했기에 버피를 시작했다.


작년 대회에서 나는 스키 에르그와 버피 브로드 점프가 가장 약점이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이 두 종목은 제일 많이 연습했다.
자신 있었다.

실제로 작년보다 훨씬 더 성큼성큼 점프할 수 있었고, 9개를 마친 시점에 "태그!"를 외쳤다.

내가 10개를 채운 뒤 파트너가 버피를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서 느껴지는 그 움직임이 역시나 힘들어 보였다.


"아 좋아! 잘하고 있어요!"


속도가 조금 빨라지더니,

10번째를 마친 파트너가 터덜터덜 일어났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귀에 꽂혔고,

파트너의 헤어밴드 끝에서 땀이 떨어졌다.


"우리 조금만 회복할 타이밍 가져요. 저 천천히 앞으로 나갈게요." 내가 버피를 시작하며 파트너에게 말했다.

10개의 버피를 아주 천천히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파트너에게 쉴 타이밍을 줘야 할 것 같았다.


10개를 하고 일어나며 태그! 라고 외쳤고, 파트너가 버피를 시작했다.

파트너는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어서 였는지 빠른속도로 버피를 진행하려 했다.

1개.. 2개.. 3개...4개...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어? 빠른데? 라고 생각한 순간.


"아.. 저 안 될 것 같아요."


뭐라고??


파트너 입에서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평소에도 말수가 적고, 힘들어도 내색 하나 없던 사람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운동하며 봐왔던 모습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말을 했다는 건 정말 한계까지 밀려났다는 뜻이었다.


전 편에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어느 정도는 예상 했었다.

작년 대회 이후로 쭉 함께 운동하며 예전만큼 파트너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출전 전부터 약간의 불안감은 있었다.

파트너는 더 좋은 기록을 예상했고, 나는 아닐 것 같다는 괴리감.


그런데 막상 이 순간이 되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솔직히 당황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화도 났다.


‘아니, 이제 겨우 버피인데... 이러면 어떡하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힌 파트너 옆으로 다가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조금만 숨 돌리고, 괜찮아지면 말해요. 그때 다시 할게요."

파트너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는 손짓.

나는 그 신호를 받자마자 버피를 다시 시작했다.

좀만 더 가면 버피 구간은 끝이었다.

남은 구간은 내가 9개 안에 마무리 짓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8개쯤 했을까?

순간 몸에서 힘이 빠졌다. 잠깐 엎드렸다가 앞으로 살짝 나아갔다.


그때,

내 바로 옆에 버피 골인지점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이팅! 한 발만 더 가면 돼요!"

이번 대회 심판으로 나와 있던, 같은 센터에서 운동을 했던 지인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교대 타이밍은 이미 지났고, 한 발만 점프하면 끝낼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발을 끌고와서 마지막 점프를 하며 그대로 이 스테이션을 끝냈다.




Chapter 6. 다시 작전대로.


버피 브로드 점프를 마친 뒤, 우리는 록스존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러닝존으로 들어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서로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발걸음은 착착 소리만 들리고 잘 맞았다.

다섯 번째 러닝.
버피 이후라 그런지, 심박수는 계속 천장을 치고 있었다.

두 번째 바퀴.
이번엔 실수 없이 전광판을 제대로 확인했다.


NEXT

Workout 5


in 아크로 뛰어 들어갔고,

다섯 번째 스테이션 앞에 도착했다.


05 Rowing – 1,000m


이 구간도 파트너랑 계획이 있었다.

파트너가 먼저 시작하기로 했고, 처음은 각자 300m씩, 두 번째 교대때는 200m씩 나누기로 했었고,

총 1,000m를 3분 40초에서 50초 사이로 끝내자고 계획을 짰다.


로잉앞으로 달려갔고,

파트너는 계획대로 로잉에 먼저 앉아, 손잡이를 당기기 시작했다.


하이록스에서 로잉은 그나마 숨을 고를 수 있는 구간이다.
1분정도는 쉴 수 있다. 나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준비해온 파워젤을 한 포 까서 삼켰다.

단맛이 퍼지면서 잠깐이지만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
역시 파워젤은 마라톤 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이런 구간에는 반드시 필요하단 걸 실감했다.


내 파트너는 로잉을 제일 잘 타는 사람이었다.
예상대로 흐름은 매끄러웠고,
나는 옆에서 거리와 시간을 체크했다.

“50m!”
파트너가 외쳤고,
그가 300m를 마치는 순간 나는 바로 자리를 넘겨받았다.


로잉에 앉아 손잡이를 당겼다.

힘이들었지만 300m는 생각보다 잘 당겨졌다.
온 몸이 힘들었지만, 리듬이 무너지진 않았다.
자신감도 약간 올라왔다.


"50m!"

교대를 준비하라고 파트너에게 외쳤다.


곧 300m가 되었고 손잡이를 놓고 파트너와 교대하며,

파트너는 200m의 로잉을 달렸다.

숨이 너무 찼다. 가민으로 확인한 심박수는 180을 넘겼고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 가까이 머리를 숙인 채, 숨을 쉬었다.


"50m!"

잠깐 쉰 것 같았는데, 교대를 준비하라는 사인이 들렸다.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켜 교대 준비를 했다.


800m.

나는 다시 로잉에 올라탔고, 손잡이를 당기기 시작했다.

마지막 200m.


이 거리만 가면 1,000m다.


처음 리듬은 나쁘지 않았는데, 100m쯤 지나자, 점점 지쳐갔다.
로잉머신 화면에 표시된 500m당 페이스가 스트로크마다 계속 떨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려 애쓰며 다시 힘을 줘 손잡이를 당겼다.


‘아, 진짜 그만하고 싶다.’


그런데 멈출 수는 없었다.
이걸 마치면 로잉이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생각 하나로 계속 손잡이를 당겼다.

100m부터는 10m씩 줄어들 때마다 남은 거리를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때, 바로 앞 관중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이팅!”
“다 왔어!”
“힘내라!!”


러닝 구간마다 봤던 친구들이었다.


사실 로잉 전까지는 파트너 상태에 더 집중하느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확실히 들렸다.

파워젤보다 더 강하게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이건 마라톤도 아닌데 괜히 더 고마웠다.


1,000m.


로잉이 끝났다.

로잉머신 계기판엔 3분 47초가 찍혀 있었다.

스키에 이어, 처음 짠 계획대로 진행 됐던 두 번째 스테이션.
실수도, 어긋남도 없었고 다시 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록스존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가민이 가리킨 심박수는 189.

러닝존으로 들어서자,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계획 되었던 페이스대로 다시 움직이고 있어 안정감이 찾아왔다.


여섯 번째 러닝.
심박은 여전히 높았지만, 페이스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나도, 파트너도 지금은 무너지지 말고 버텨야 한다는 걸

이미 한 번의 하이록스 대회 출전과 이어져온 여러번의 훈련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러닝 두 바퀴째.

전광판을 확인 했다.


NEXT

Workout 6


다음 스테이션으로 진입하라는 전광판을 확인했고, 우린 다시 in 아크를 향해 달려갔다


06 Farmer's Carry


파머스 캐리는

양 손에 24kg짜리 케틀벨을 들고, 총 200미터를 걸어가는 구간이다.

파트너와 50m 씩 교대하며 들고 가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우리의 전략도 50m 씩 교대하기로 했다.



스테이션 앞에 준비되어 있는 케틀벨 24kg 2개를 양손에 들고 시작했다.


깔끔했다.

더 이상 덜어낼 것도, 덧붙일 것도 없었다.

파트너도 힘들어 보였지만,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갔다.
이번엔 흐트러짐이 없었다.

완벽하게 파머스 캐리를 마치고, 우린 다시 록스존을 빠져나갔다.

이번엔, 걷지 않고 뛰었다.


우리는 파머스 캐리를 마치고, 록스존에서 물한컵을 마신 뒤 빠져나왔다.

일곱 번째 러닝. 페이스는 느려졌지만, 마음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전광판이 보였다.


NEXT

Workout 7


샌드백 20kg을 짊어지고 100m를 런지로 전진하는 스테이션이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가민으로 경과시간을 확인했다.
1시간을 아주 조금 넘긴 시점.

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계산을 돌았다.
지금부터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달린다면,

작년 기록보다 몇 초는 앞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압도적인 기록 갱신은 아니더라도


단 ‘몇 초’라도 줄일 수 있다면,

처음의 실수는 조금은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마지막 희망을 안고 스테이션 앞에 준비된 20kg 샌드백을 들고 스테이션으로 진입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