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노력을 하자
다이어리의 할 일 리스트 ‘완료’에 체크하지 못한 개수가 어제보다 더 늘었다.
매일 미완료 과제가 점점 더 누적되는 이유는 어제 완료하지 못한 것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오늘 다시 새로운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무려 6개이고, 직접 운영하는 프로젝트도 3개가 있다. 풀타임으로 회사에 다니면서, 온라인 스터디가 매일 1개씩 있고, 그 외에도 프로젝트 진행과 참여를 병행하고 있으니 애초부터 이것을 완벽히 해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때문이지? 스스로에 자문한다.
바로 '초조감'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온라인 세계로의 입문은 전자책 쓰기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성과는 있었다. PDF전자책을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내 콘텐츠를 상품화한 첫 성과였다. 김윤수 작가님의 <독서모임 리더> 과정을 마치자마자, 바로 <색다른 독서모임>을 론칭했다. 이어서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인문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는 소모임 <주간 목요 샬롱>을 열었다. 그동안 내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상자들을 모아 ‘전환기의 대담한 프로젝트’라는 공저를 막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3달간 진행한 것이다.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짧은 기간 참 많은 것들을 시작하고 추진했다.
김형환 교수의 <1인 기업 경영전략 스쿨>에서 공부하면서 나의 어떤 경험을 콘텐츠화하고 수익화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내게 가용한 모든 에너지와 자원에 대하여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7:3으로 맞췄다.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다. 그중 10시간은 회사업무와 출·퇴근, 5시간은 자야 한다. 4시간은 1인 기업 시스템 구축에 완전히 몰입하고 나머지 시간은 운동, 집안일, 가족과의 대화 등등을 하는 걸로 시간관리를 해왔다. 그런데, 1인 기업 시스템에 투여하기로 한 4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어디에서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하는가?
생각해 낸 것이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운전하면서 녹음된 음성파일을 들으며 공부했다. 종이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북을 들었다.
문제는 내 체력이었다. 지난주부터 컨디션 난조가 이어졌다. 더 심하게 아프기 전에 예방적으로 며칠을 휴식했다. 그러고 나니, 그 후로 밀린 스케줄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한 일주일 휴가를 받으면 정리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 스케줄 정리를 하면서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만의 리듬과 속도를 구축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초조함과 조급함이 이성을 이긴다. 그래서 다시 고삐를 조이고 미해결 과제에 끌려 다니며 지쳐가는 반복적인 일상이 이어진다.
이 초조함의 원인은 “늦었다” 와 “병행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나이 50살이 되어 시작한 새로운 이 일에 대해, 취미의 수준을 넘어 프로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이제는 아예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굳혔다. 출발이 늦은 데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는 현실인식은 나를 쥐어 짜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나의 하루는 너무 분주하고 힘들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수준은 이제 넘어섰다는 판단이 든다.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 이런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오히려 행복이 더 멀리 달아나는 현실이라면 근본으로 돌아가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쁨과 지속성이 우선임을, 대 전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지는 제한되어 있다. 즐거운 노력의 기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