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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인터뷰 | 사랑만큼은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후회없이

삶이 고통으로 흘러가더라도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사랑하며

6번째 물건 인터뷰이, 사랑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


part 1. 요가 수건




— 내 인생을 바꾼 물건 : 요가 수건


요가를 우연히 시작하게 되어 10년 이상 하고 있어요. 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조절하는 것이라는 요가수트라(요가 경전)의 첫 부분을 좋아해요. 보통 아주 기쁘고 행복하고 싶어 할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마음이라는 게 올라간 만큼 다시 내려오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크게 보면 마음의 굴곡이 적어지는 훈련을 꾸준히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요가는 확실히 제 삶을 바꾸었어요.




 저희가 어제 느지막이 인터뷰 요청을 드렸잖아요.

그럼에도 확실히 정해져 있는 내 물건이 있는 게 신기했어요. 


지금 여기가 제 집이 아니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소개글을 읽다 보니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데 관심이 있으신 편인 것 같아요. 

혹시 요가가 아닌 다른 방법도 고민해보신 적 있나요?


사실 삶의 모든 부분이 대강 그런 일을 하기 위한 고민인 것 같아요.

두 분이 지금 이 일을 하시는 것도 그런 거잖아요? 본인이 관심 있는 걸 찾아가는 과정인 거잖아요.

(네, 그렇죠) 저는 일을 고를 때도 그렇고 밥을 먹는다든지 아니면 사람을 만난다든지

무언가를 할 때 대부분 생각을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요가 철학을 얕게나마 익히기도 했구요.


 요가의 6가지 종류 중 특히 애정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저는 하타 요가를 오래 했고 아쉬탕가도 좋아해요.


 아 아쉬탕가! 저도 예전에 조금 배웠는데, 하타와 아쉬탕가의 어떤 점이 특히 마음에 드세요?


전통 요가라고 할 때 하타를 많이 떠올리시는데 한 동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근육을 정말 크고 오래 쓰는 느낌이면 아쉬탕가는 여러 가지 변형이 많이 되어 있어요. 그래도 저는 정통 아쉬탕가를 많이 했는데 빠르고 조금 더 육체적으로 챌린징한. 제가 했던 아쉬탕가는 '마이솔'이라는건데 그건 제약이 많아요.


토요일 빼고 주 6일 수련을 해야 하고, 하루에 한 번은 꼭 수련을 해야 하고. 지켜야 되는 식습관들도 있고 잠자는 거나 이런 것까지 많이 좀 제한이 되는데요. 제대로 하고 싶었지만 제약이 많다 보니 못 지킨 것들도 있었죠. 그래도 좋아하고 있어요.



— 혹시 요가 강사로도 활동을 하셨나요?


제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긴 했지만 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걸로 냅두는 게 좋겠더라고요.


 저도 요가를 한 2년 정도 배웠었는데 이게 타고나기로 유연성이 있어야겠더라구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래요? 저는 유연성이 없어서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워 지속하지 못했는데 사랑님이 요가를 오랫동안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 있다면요?


일단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에.

요가는 유연한 사람을 위한 게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요가를 선택한 이유가 나이나 체형이나 내가 가진 어떤 것과 관계없이 굉장히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를 했었는데, 발레 같은 경우는 되게 정형적이거든요.


반드시 이 몸이어야 돼요. 이 몸 이상으로 살이 찌면 이 동작을 할 때 발레가 추구하는 바를 이룰 수가 없어요.

복싱도 그렇죠. 반드시 이 시간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근데 요가 같은 경우는 이따가도 얘기하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면 돼요. 내 몸이 할 수 있는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그것 이상으로 하고 싶다면 물론 몸을 바꿔야 될 경우가 있겠죠.


근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십이 되고 칠십이 되고, 몸이 갑자기 굉장히 살이 찐다거나 아니면 굉장히 마르게 된다거나 그거에 상관없이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하면 내 인생에 좋겠다는 결정을 한 것 같아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웃음)


하다 보면 peer pressure(동조 압력) 같은 게 있잖아요. '저 사람 너무 잘하는데?' 그렇게 비교하기 시작하면 힘들죠. 모든 게 그렇지만 일단 요가는 고수들이 앞에서 동작을 하고 있으면 좀 압박이 느껴지는데 그런 거에 상관없이 그냥 본인 속도대로 할 수 있는 요가원이 있거든요. 그런 데 찾으면 괜찮으실 거예요.


‘아 나는 바닥에 손을 못 짚어’라는 말을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건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매일 조금씩 하면 한 두 달이면 다 할 수 있거든요. 몸에 아주 지대한 이상이 없는 이상.


—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겠네요. 요즘은 주 몇 회 정도 하세요?


솔직히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하는 시기가 아니에요. 프리다이빙을 많이 하고 있어서. 하루에 운동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잖아요. 다만 요가가 프리다이빙을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다시 체계적으로 잡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아까 얘기했던 아쉬탕가 마이솔을 열심히 할 때는 주 6회를 하려고 했었어요. 지금은 모르겠어요, 안 할 때도 있고. 아니면 짧게 30분만 할 때도 있고 좀 자유롭게 하는 편이에요.



 맞아요. 뭐든 생활이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얘기를 제 요가 선생님이 들으면 굉장히 싫어하실 것 같아요. 

잘못된 생각이다. 안 된다. 꾸준히 해야 된다며 (웃음)



 제주에도 배우고 있는 요가 선생님이 계신가요?

아니요, 저는 제주에 4월에 내려왔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마이솔을 했어서 다니는 요가원이 있었어요. 그곳을 오래 다녔고 집 근처보다는 요가원을 좀 찾아다니는 편이었어요.



 실내 요가, 야외 요가 중 어떤 걸 더 선호하세요?


저는 모든 운동은 그래도 실내를 선호해요. 

야외로 가면 안 해야 하는 핑계가 많아져서 꾸준하게 하기가 어려워요.


물론 야외 요가 좋죠. 이런 풀밭에서 하면 좋은데 이벤트성인 게 강한 것 같고 꾸준히 하려면 공간도 중요해요. 저희 집에 요가방 있거든요. 지금 이 집 말고 서울 집에는 명상하는 요가방 만들어뒀었어요.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요가 매트에 올라갈 때 오늘의 찌꺼기들을 내려놓고 경건하게 임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었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이 닦았으니까 올라가야지'라는 생각으로 할 때가 있고. 습관적으로 할 때는 그렇구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올라갈 때도 있어요. 오늘은 좀 힘들었으니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내가 지금 이 시간을 쓴다는 생각으로 할 때도 있어요.



 용도에 맞춰서 나를 잘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나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렇게 아득바득 살아야지 사람이 멀쩡하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는 게 힘들잖아요. 

이 인터뷰를 왜 하시는지 제가 잘은 모르지만 이런 걸 통해서 삶을 채워나가는 거잖아요. 요가도 마찬가지로 그런 용도로 하는 거 같아요.



 요가를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집 근처에 요가, 필라테스, 발레를 하는 평범한 스튜디오가 1 + 1이었어요. 그래서 친구랑 같이 가서 신청했는데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까 저는 요가가 제일 잘 맞았고. 요가는 마지막에 아시겠지만 사바사나 (송장자세)하잖아요. 누워서 명상을 하는데 제가 그 당시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을 때였는데 그걸 몰랐어요.


눈을 감고 명상을 하라고 하는데 눈을 못 감겠더라고요. 눈을 감으면 너무 불안하고 심장이 뛰고 막. 차라리 움직일 땐 괜찮은데 이완을 못해서.


어느 날 선생님이 '왜 이렇게 눈을 못 감아요, 눈을 감아요'라고 하셨는데 눈을 감았더니 너무 불안해서 그때 ‘뭔가 나한테 크게 문제가 있다. 그리고 요가가 그 문제의 어떤 핵심을 찌르고 있는 것 같으니까 좀 더 깊이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해서 바로 지도자 자격증을 하는 곳을 찾아봤었어요. 요가 철학이나 명상이나 이런 걸 하고 싶어서. 그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이어가게 되었죠.



 요가와 맞닿아 있는 명상 자체도 즐겨하시나요?


요가가 명상이죠. 요가가 여러 가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철학이 있고 우리가 흔히 아는 아사나, 몸을 움직이는 게 있고 명상, 호흡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시면 돼서 명상도 무조건 해야 돼요.


요가의 한 부분이에요.


 보통 요가는 동작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에 누워서 명상을 하는 루틴으로 기억하는데


네 맞아요 보통 그렇게 하죠. 몸을 긴장하는 상태에서 사용하다가 탁 놓으면 명상이 그때 가장 잘 되거든요. 왜냐하면 피곤하니까. 명상이라는 게 되게 치열한 거라서 그냥 이렇게 '누워서 멍 때려' 이게 아니라 잡생각을 안 하기 위한 어떤 여러 가지 스킬을 배워요 요가를 하면.


거기에 뭐 호흡을 할 때도 있고 카운팅을 할 때도 있고

차크라에 집중을 할 때도 있고 소리에 집중할 때도 있고.





 요가는 나에게 여전히 어려운 운동일까요?


운동이라고 생각을 안 한 지가 꽤 된 것 같고 그냥 일상. 그러니까 제가 요가를 안 해도 '전 요가가 취미예요'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아요. 왜냐하면 너무 그냥 제 삶을 변화시켰기 때문에. 이전과 이후가 다르고.


어려울 때도 있죠. 물론 어려운 것도 있고 편한 것도 있는데. 그냥 그런 거에 상관없이 너무 일상으로 들어온 느낌이 커서 너무 안 하면 ’이제는 좀 해야겠는데? 요가한다고 말하기 약간 쪽팔린데‘라고 생각할 때쯤 또 하고 그래요.


요가를 못했던 시기도 있었어요. 제가 우울증 때문에 치료받고 이랬던 때가 있어서.

한동안은 아예 아무것도 안 하는 시기가 있었고 좀 괜찮아지니까 바로 다시 요가를 시작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제 정신 상태, 안정감의 척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요가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요가를 못하면 그건 진짜 최악인 거고 보통 때는 대강은 하죠. 못할 정도면 병원 가야 된다.


 요가가 내 삶을 바꿔주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바뀐 걸까요?


이게 진짜 꼬질꼬질하고 오래된 수건인데 제가 이 말을 좋아해요. yogaś-citta-vr̥tti-nirodhaḥ.

이게 요가수트라 1장 2절에 쓰여 있는 말인데 '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조절하는 것이다.' 제가 요가를 삶이 불안할 때 시작했는데, 이 말이 요가 철학할 때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고 사람들도 이 말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저도 감정 기복이 좀 있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약간 기분 좋은 상태예요. 그러다 보니까 올라가는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죠. 왜냐하면 보통 기쁠 때는 '기뻐야 돼'라는 생각을 하니까


근데 너무 기쁘면 뚝 떨어졌을 때 힘들잖아요.

마음의 작용을 조절한다는 이 말은 내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음을 잘 잡고 있어야

떨어져도 끌어올릴 수 있고, 올라왔을 때도 끄집어 내릴 수 있다는 의미거든요.

옛날에는 ‘너무 좋은’ 그 마음을 내버려뒀었는데 그러지 않는 법을 요가를 하면서 많이 배웠고.

그러다 보니까 또 떨어지는 마음도 잡아올리게 됐던 것 같아요.


마음뿐만 아니라 동작을 할 때도 모든 게 균형을 맞춰서 하잖아요.

오른쪽을 하고 왼쪽을 하고. 근데 인간이 오른쪽 몸이 다르고 왼쪽 몸이 다르니까 잘 되는 데가 있고 안 되는 데가 있단 말이에요.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잘 되는 쪽을 열심히 하는데 '잘 되는 쪽을 덜 하고 안 되는 쪽을 더 하세요'라고 얘기를 해요 요가하다 보면. 저는 그 말이 좋았어요.


잘 되는 건 잘하고 싶고, 못하는 건 덜 하고 싶은 마음을 조절하면서 제가 더 편해졌거든요. 요가는 제가 힘들 때 삶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잡아주었기 때문에 이 말을 계속 좋아했고, 요가를 좋아해왔어요.

  


— 저도 사실 요가할 때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안 돼서 엄청 신경이 쓰였었는데


보통 그래요. 오른손 잡이시죠?



— 네 맞아요. 듣다 보니 그런 마음부터 내려놓는 게 요가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시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근데 또 요가 말고 좋은 게 많아서 그냥 나한테 맞는 게 뭔지 여러 가지 찾아보시면 돼요.

요가는 좋은 게 그냥 누구나 대강 맞는 것 같아요. 하는 만큼만 하면 되니까.



— 집에서 혼자 요가를 하실 때 어떤 가이드가 있으신가요? 아니면 자유롭게 수련하시나요?


그냥. 그냥 하는 거예요.

마이솔은 정형화된 시퀀스가 다 있어요. 그래서 그냥 그거 하면 되고. 하타할 때는 그냥 좀 생각하고 하죠. '뭐 하지 이거 할까?' 근데 요새 하타는 잘 안 해요. 하타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 그럼 혹시 몸에서 불편한 지점들을 고민하고 그 몸에 맞는 요가 동작 위주로 짜시는 편이세요?


요새는 프리다이빙 할 때 횡격막이나 이런 쪽 운동이 필요하니까 '횡격막을 여는 자세가 뭐 있지?' 이런 생각하면서 찾아보고. 샥티 에너지와 시바 에너지라고 해서 음과 양의 에너지가 있어요. 아침에 하면 좋은 게 있고, 밤에 하면 좋은 게 있고. 그거를 한때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이제는 까먹었는데 그런 걸 찾아서 할 때도 있죠. 근데 가장 하고 싶은 건 마이솔. 마이솔은 그냥 쭉 가면 되거든요.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그게 가장 재밌어요. 그래서 그걸 많이 해요.


아, 마이솔은 인도의 도시 이름이기도 해요. 그냥 시퀀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거예요. 좀 빡세요



 마이솔, 처음 알았네요. 흥미로워요. 요가를 앞으로 쭉 하게 될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요가를 하셨을 때 예감하셨나요?


처음 했을 때 '내가 이렇게 이완을 못하는 인간이었구나' 하면서 '이거는 좀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랑 "우리는 멋진 할머니가 되자. 어떤 할머니가 되지?"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요.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을 선택할 때 나이 때문에 혹은 신체적인 능력 때문에 못하게 되는 건 시작을 잘 안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슬프잖아요, 못하게 됐을 때. 근데 요가는 배우면서도 이게 몸의 형태에 따라서 그냥 안 하면 되고, 다른 걸 하면 되고. 대안이 많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혹시 요가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계속 오래 하는 거?

큰 목표는 없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그냥 오래 하는 거.

나이가 들어도 그냥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좀 잘 잡으면 좋겠죠.

근데 또 목표를 너무 빡세게 잡으면 못 이루면 또 슬프기 때문에.

  


 이건 진짜 나랑 너무 안 맞는다 했던 운동도 있었나요?


복싱. 복싱은 3분마다 종이 울리는데 그거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었고.

그리고 저는 뭘 엄청 열심히 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근데 복싱은 되게 이렇게 하나하나 이렇게 '으악!' 하면서 해야 되는데 그게 싫었어요.

그런 건 아직도 안 맞아요.


아, 주짓수도 했다. 그것도 줄넘기하고 막 기본 운동하고 발차기하고 이런 건 맞는데

때리는 게 안 돼요. 스파링을 하게 되면 때리는 게 싫더라고요.

최선을 다해서 때리는 느낌을 줘야 되잖아요.


 요가처럼 오래 지속해 온 무슨 다른 무언가가 있다면요?


요가를 오래 한 건가..?

음.. 악기를 오래 한 게 있고. (어떤 악기였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서 피아노, 바이올린 이런 거. 


그래서 사실은 뭘 하면 꾸준히 하는 게, 어렸을 때 악기 하면 오래 했거든요.

오래 해야 어느 정도 낑낑깡깡 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초반의 지루한 부분을 참는 편이에요.



 요즘도 연주하시는 거죠?


네, 친구들이랑 음악 연주도 하고. 취미로 많이 좋아해요.

근데 나이 들어서 배우게 되면 그 지루한 부분이 싫거든요.

언어도 똑같잖아요. 우리가 예를 들어서 불어를 배워야 된다고 하면.

'안녕 나는 사랑이야 밥 먹었니?' 이거를 한 6개월, 1년 배우다 보면 그게 싫어져요.

근데 어렸을 때 악기의 지루한 부분을 떼버린 게 그냥 지금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인 거죠.

지금은 안 해도 되잖아요.



 다양한 형태에서 지속해 오신 것들이 많으시네요. 

앞으로 요가 중에서 단 하나의 동작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동작을 선택하실 건가요?


시르샤사나(Sirsasana)라고 제가 머리서기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하나만 하라고 하면 그걸 할 거예요.



  피가 쏠리거나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너무 편해요. 그거 한 10분 해요.

명상도 되고 전신운동도 되고. 

그리고 특별한 기분도 있어요,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 하세요? 수건을 깔아 두고 벽에 대고?


아뇨 그냥 하죠. 한 10년 했는데 벽에다 하면 약간 (웃음)


근데 벽부터 시작 안 해도 돼요. 벽부터 시작하면 나중에 벽에서 나오기가 힘들어서 저는 처음부터 선생님이 벽 없이 하라고 해서 그때 한 1 ~ 2개월 계속 넘어져서 손가락이 멍들어 있고 그랬어요. 안전한 데서 그냥 계속 넘어져야 돼요. 그게 제일 빨라요.


아침에 하면 조금 위험하니까 저녁에. 아니면 아침에 운동해도 시르샤사나는 항상 마무리 동작이거든요.

다 하고 마지막에 멈춰서 정적으로 가만히 있으면 좋아요.



 수건 말고도 애정하는 요가 도구가 있으신가요?


만약에 제가 집에 있었다면 요가 매트를 가져왔을 거예요. 

매트는 요가하는 사람들의 세계거든요, 나의 세계.

요가는 그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근데 일단 내 거다 하면 내 손에 맞춰서 매트 길들이고 그런 게 좋아요.

그리고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뭘 잘 안 사는 편인데 매트 중에 '만두카'가 제일 좋은 매트거든요.

되게 비싸요. 한 20~30만 원 해요.


요가를 하는 순간부터 계속 고민을 하다가 한 2년 전인가 그때 만두카 세일할 때 하나를 샀어요.

'난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 요가 매트가 없다.'라는 마음으로 샀죠. 그 매트를 길들이는 게 가장 중요했죠.


요가복은 관심이 없어서 그냥 아무거나 입되 제 몸이 편한 걸 입고

요가 블록이나 밴드 같은 보조도구 쓰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요가할 때는 가능하면 뭘 안 쓰려고 해요. 그래야지 아무 데서나 할 수 있으니까.


 

 사랑님도 어디론가 떠나서 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인도 마이솔이 마이솔 요가를 하는 사람의 성지거든요.

거기 새벽 4시부터 수련하고. 밤에 일찍 자고 일어나서 또 요가하고 명상하고 밥 먹고 요가 선생님들 많이 만나고. 그래서 마이솔에 가보고는 싶은데 가려면 일단은 프라이머리를 끝까지 해야 되는데 제가 끝까진 못 하거든요.


그게 준비가 돼야 갈 수 있는 곳이라 준비가 되면 인생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 하는데, 뭐 꼭 안 가도 돼요.

  

 요가를 해서 도달하려는 지점이 있으시다기보다 지속하는 것에 의의를 두시는 편이군요. 

이제 두 번째 물건인 반지로 넘어가 볼게요.



part 2. 반지



— 나의 특별한 물건 : 반지

 제 삶의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게 해요. (재미있진 않음) 퇴사를 결심할 때쯤 제 스스로에게 해준 선물이에요. 


당시에 타인의 트라우마를 매우 가까이에서 보게 될 일이 있었고, 단기간에 매우 지쳤었어요. 모든 일이 드디어 마무리가 된 뒤 그 주 토요일, 2시간 정도 아주 길게 요가를 했고 소파에 누워 생각하다가 제 스스로에게 이 선물을 주었습니다. 


내가 내 삶을 소중히 여기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가게 되었어요.





 나의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반지인가요?

특별하긴 한데 재밌지는 않아요 이 순간은. 그냥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게 해요.


 이 반지를 스스로에게 선물하신 것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요가도 있고 전 좀 많아요 이런 게.

저는 제 인스타그램도 좋은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걸로 써요.


또, 나만 볼 수 있는,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거. 타투도 그렇고.

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나 뭐 위로받아야 됐던 것들을 추상적인 형태로 남겨놓은 거죠.


타투 선생님이 저한테 농담으로 몸으로 현대 미술 하냐고 하시거든요. 

왜냐하면 "저 9월에 올게요. 9월에 오면 새길 게 생기겠죠" 이러고 슥 가거든요.



  타투에 어떤 의미가 새겨져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이거는 작년 6월, 이거는 제가 만든 노래.

이거는 제가 퇴사했던 순간. 이거는 좋아했던 친구와의 기억.

이거는 제가 돌고래 좋아해서 이게 첫 타투였고.


선생님이랑 그때 생각했던 것들, 그 당시에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한 서너 시간 수다 떨다가 디자인 바꾸고 돌아오곤 해요.



 2시간 정도 길게 요가를 하다가 스스로에게 반지를 선물했다고 하셨어요. 어떤 감정이었나요?


그땐 제가 요가 수련을 주 6회 할 때였어요. 

원래 토요일은 요가 쉬는 날인데 그날 요가를 그냥 엄청 천천히, 원래는 1시간 반에 끝내야 되는데 

2시간 넘게 쭉 하고 이렇게 앉아 있다가

'내가 잘 풀었다고 했던 것들이 내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 '뭘 하지?' 하다가 '어, 쇼핑을 하자. 정말 쓸데없는 쇼핑을 하자.'

제가 원래 쓸데없는 물건 사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돈도 아깝고 물건 쟁여놓는 것도 싫어하고.


그때 되게 좋아했던 원석을 공예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 작품을 살 생각을 안 했었었거든요.

그날은 문득 살까 싶어서 연락을 했는데 그때 나눴던 대화들이 참 좋았어요. 


"얘는 문스톤인데 문스톤은 사랑의 에너지고, 사랑님의 이름에 너무 어울리는 걸 고르신 것 같아요."


그 뒤부터는 그분이 올리는 것 중에 내 건가 싶은 게 보이면 꽤 많이 쟁여놨거든요.


그 에너지가 진짜로 있다고 믿는 것보다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내가 무슨 일이 있지, 오늘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

용기가 있는 원석을 골라볼까? 할 때도 있고. 

고양이가 많이 아팠을 때는 치유의 에너지가 있는 자수정을 집어들기도 했구요.


어떻게 보면 명상처럼 하나씩 고르는 거잖아요.

비슷하게 인센스도 좋아하거든요. 이렇게 나무로 태우는 거 있잖아요.

태우면서 정화를 할 때도 있고. 아까 얘기한 것처럼 내가 마음을 잡고 살려고 하는 것들 중에 하나인 건데 그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요. ‘살아갈 생각’도 안 했던 나에게 되게 쉽게 내 손에 얻어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생각하게 되죠.



  나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혹시 남에게 건넸던 기억에 남는 선물 혹시 있으세요?


저 선물로 많이 울려요. 인간들을 많이.

저는 남이랑 대화할 때 기억을 좀 잘하는 편이어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선물하거든요.

편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저도 선물 받으면 맨날 울어요. 그런 선물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분홍돌고래는 지금 세상의 모든 분홍 돌고래를 제가 지금 다 갖고 있을 거예요.

몇 년에 걸쳐서 친구들이 선캐쳐, 드림캐쳐, 그림을 그려준 친구도 있고 실크 스크린으로 가방을 만들어준 친구도 있고.


저랑 10년 딱 된 친구가 있었어요. 그때 친구랑 커플 반지를 제가 했는데 

그 친구랑 예전에 되게 불안할 때 만났어서. 새벽 3~4시까지 우리 인생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불안해하면서 이야기하던 시기는 지났지만 늘 또 다른 불안감을 앞에 두고 있고. 그치만 우리가 오랫동안 만나왔던 시간이 뭔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  뭐 이런 이야기하면서 반지를 선물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선물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나에게서 반지가 그만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었던 거네요. 반지는 자주 착용을 하시나요?


저 원래 악세서리 하나도 안 했어요. 반지는 정말 안 했어요. 답답해서 절대 안 하고, 

게다가 요가할 때 반지하면 물구나무설 때 끝장 나서 원래 절대 안 하는데


잘 안 하지만 그냥 좋아하니까 하죠.

좋아하니까 불편한 게 없어지고.



 목걸이도 하시나요?

목걸이도 있어요. 그냥 좋아하는 거라서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 하는 거예요.


 악세사리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단순 악세사리가 아니니까. 그냥 예쁜 반지는 잘 잃어버리죠.


  저는 아까 말씀해 주신 게 흥미로웠어요.


아침에 감정을 고르듯이 내가 나에게 필요한 걸 선택을 한다.

만약에 그 탄생석에 진짜 효과가 없다 하더라도 내가 응원이 필요하면 그 감정을 선택을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스스로에게 리추얼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 무과수님 아시나요? 친한 친구인데, 무과수님도 리추얼 하잖아요.

아침 식사 리추얼을 계속 꾸준히 하고 있고 

그게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저도 지켜봐 왔는데 

딱히 생각하고 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도 그런 걸 좋아해요. 퇴사하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치즈 바게트를 사서 요거트랑 같이 먹고 

목욕을 한 다음에 그날 좋아하는 향수를 고르고 일하고 그런 과정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매일 꾸준히 지속하는 어떤 행동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예전에 어떤 분이 인터뷰한 걸 봤는데 매일매일 커피를 내려 마신다고 하더라구요. 우리의 인생에는 변수가 가득하잖아요. 하루에 컨트롤할 수 있는 행동 하나를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안정감이 들기 때문에 커피를 꼭 내려 마신다 하더라구요. 그런 행동 하나가 있는 게 인생을 내가 잡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서


맞아요. 그래서 너무 많은 것들을 갖추는 걸 안 좋아해요. 

그게 하나라도 빠지면 되게 빈 느낌이 나잖아요.


저도 커피 마시는데 사실 그냥 뭐든 뭐든 마시기만 하면 돼요. 그냥 마시는 행위가 필요한 거죠. 

단순하게 하는 나를 충족시키는 무언가가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되게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다 있을걸요.


 맞아요. 돌이켜 보면 있을 거예요.


운동이 몸은 하면 변하는 것도요. 다른 건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데 

몸은 어떻게든 하다 보면 변하잖아요. 요가하면서도 느끼는 게 몸이 정말 변하긴 하거든요.

다른 건 진짜 죽자 해도 안 되는데,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어도 글이 진짜 안 써지면 그냥 끝이잖아요. 

근데 이런 건 뭐라도 바뀌어요. 


그리고 반지나 향수 같은 심플한 것들은 되게 쉽게 충족감을 줘요.

그래서 이거라도 제대로 했으니까 오늘 하루 망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인거죠. 

  


 보통 특별한 순간이라고 하면은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잖아요.

근데 사랑 님은 힘들었던 순간을 특별하다고 표현을 해 주셔서 그게 신기하고 와닿았거든요.

위에서 '들뜨는 감정도 가라앉히려 하고 불행한 감정도 떠오르게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감정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느껴졌어요. 불편했던 감정도 특별하다고 인정을 해주는 모습이요. 


사랑님의 인생에 있어서 높은 감정도 있고 낮은 감정도 있을 텐데 살면서 가장 치열하게 느껴왔던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장녀다 보니까 어머니가 갖고 있는 감정을 저에게 일찍 알려버렸어요.

엄마가 울고 이런 걸 많이 봐서 항상 슬픔이 모든 감정보다 우위에 있고 굉장히 보호받아야 되는 감정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것 같아요. 슬퍼하는 사람은 옆에 있어줘야 되고, 내가 슬플 때는 그 슬픔을 나도 존중을 해줘야 된다구요. '너무 슬퍼 빨리 기뻐져야지' 이런 게 아니라 '슬프구나. 왜 슬플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서, 제가 가장 치열하게 바라봤던 감정은 슬픔이나 고통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늘 하는 생각이자 아마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데, 사실 행복이나 기쁜 감정은 그렇게 임팩트가 크지 않고 

생각해 보면 저는 항상 고통의 포인트를 짚어서

삶이 이 고통에서 저 고통으로 옮겨 가는 느낌인 거예요.


내가 굉장히 괴로웠던 포인트들은 너무 명확해서

이걸 이어 보면 내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삶이란 참 괴로운 거 아닌가, 

나는 지금도 이 고통에서 저 고통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고통의 순간이 명확하긴 해도 

또 고통이 아닌 이 순간들이 되게 행복한 기억이 많은 보통의 일상들이잖아요.


그래서 고통이 명확한 지점이긴 하지만 그걸 잇는 건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지금 내가 다른 고통으로 가고 있다 할지라도

소중한 기억을 잘 모아서 이 고통을 만날 때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람쥐가 도토리 모아놓는 것처럼 모아놨다가 하나씩 꺼내봐야지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그런 걸 모으는 편이긴 해요.

그래서 반지, 요가, 향수 아니면 친구들을 만나 프리다이빙을 하고,

수다를 떨고 이런 것도 나중에 다 꺼내볼 것들인 거죠.


 

 고통을 가장 치열하게 생각하시는군요. 너무 좋은 답변이어서 생각에 잠기게 되었어요. 그때 힘드셨을 때 2시간을 소파에 앉아서 생각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평소에 인내심이 있으신 편인지가 궁금했어요.


전 참을성이 굉장히 없는 인간인데 참을성을 기르기 위해 그냥 애를 쓰는 거죠.

그래서 요가하고 명상하는 거죠. 가장 잘 못해요.

뭔가를 꾸준히 하고 성실하게 하는 게 제가 제일 못하는 포인트여서.

그거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명상도 하구요. 

요가 티칭 자격증 딸 때 명상은 45분이 시작이에요.

그래서 2시간 해야 돼요.


앉아 있으면 다리도 저리고 온갖 생각 다 하고 별 걸 다 해요.

사람들이 막 울고 불고,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고 저도 그랬구요.

그걸 그냥 하는 거죠. 그걸 한다고 해서 인간이 완벽해지냐 하면 그렇지도 않지만요.


 나의 날것의 감정들을 보통 어떻게 알아차리는 편이에요?


저는 뭔가 결정을 내릴 때 계획을 세우고 꼼꼼히 따져보고 이런 게 아니라

어떤 본능적인 감각을 따르는 편인데 그게 정확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갑자기 기분이 나빠 그러면 기분이 나쁜 이유를 찾아야 돼요. 


근데 보통은 까먹잖아요. 얘기를 안 한다거나. 근데 그거는 저랑 안 맞는 것 같고

기분이 좋아. 그러면 '왜 좋지?' 어떤 행동을 할 때 전 이유가 있어야 돼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친구한테 깨달음이 있었던 건데

'나 인스타그램 왜 좋아요 안 눌러줘?' 했더니

'그건 안 좋아서 안 눌렀는데?' 하더라구요. 저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좋아요가 간단한 행위잖아요. 약간 의리로 눌러주는 것도 있단 말이죠.

근데 그게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것만 좋아요 눌러야겠다 생각하게 됐어요.



조금 단순하지만 큰 깨달음이 있었고

그래서 그때부터 조그만 행동을 할 때도 

하다못해 물건을 살짝 옆으로 치우는 것에서도 이유를 찾아요. 

물론 이렇게 안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인생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모든 행동에 내가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걸 알아야 다음번에 고통스러웠을 때 이 고통에 왜 이렇게까지 됐고

이거를 벗어나려면 뭘 해야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는 거죠.


 

 저도 행동에 질서를 두는 편이라서 하시는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네요. 모든 하루하루와 모든 동작에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게 그냥 뭐 대단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고,

'뭐 그냥 오늘 빵 먹고 싶네. 나는 빵을 좋아하나 보지?' 이런 거죠.

'밥을 먹기 싫어. 왜냐하면 나 밥 싫어하니까.'


명확하게 말하는 버릇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을 말하게 되는 순간이 필요했고 

그다음부터는 삶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오늘 뭐 먹고 싶어?'라는 질문을 들으면

'먹고 싶은 게 없는데요'라고 말을 하는 것도 정답인 거구요.

본인한테 편안한 방식을 찾아나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내 감정을 자연스럽게 부정하게 되는 습관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피곤해?' 물음이 오면 '아니에요' 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계속 그렇게 내 감정을 부정하다 보면 나 혼자 있을 때조차도 내 감정을 모르게 되는 거 같기도 해요. 나 혼자 있을 때부터라도 내가 내 감정을 인정을 해주기 시작하는 게 시작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맞아요. 진짜



 사랑이라는 이름만큼 나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네 저는 너무 많죠. 저는 친구들도 진짜 이름 잘 지었다고 그래요.

저는 사람이 이름 따라간다는 말을 믿는데 제가 살면서 정말 꾸준하고 치열하게 한 게 별로 없어요.

막 치열하게 하는 타입이 아니라 꾸준히는 하는데 열심히 하는 타입이 아닌데 

사랑만큼은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후회 없이. 


그래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사랑한 것에 대해서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해주셨는데 제주에 오게 되신 선택도 이런 가치관의 영향이 있었나요? 얼마나 더 머무를 계획이신가요?


제가 7월에 좀 안 좋은 일이 되게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데리고 있던 고양이가 제주에서 죽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그게 시간을 바투 두고 일어났었는데, 그때 유일하게 위로가 된 게 바다였거든요.


하루에 무조건 한 번은 바다를 보고 왔는데 그게 위로가 되는 거예요.

바다에 들어가서 플로빙도 하고 그게 너무 좋아서.


만약에 서울에 있었으면 조금 더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술을 먹고, 누굴 만나고, 어떤 자극적인 방식으로 나를 버려놓으면서 치유를 했겠죠.

근데 그게 아니라 바다에 들어가서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할 수 있었네, 되게 간단했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그렇다면 제주에 내려와서 살아보자' 해서 플로빙도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재밌게 뭔가 같이 해볼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고


제가 살아왔던 라이프 스타일이

제가 막 돈 많이 벌고 이런 거에 욕심이 많은 건 아닌지라

월세 내고 풀칠 하면 되겠지 그 정도는 벌 수 있겠지 싶어요.


그래서 언제까지 있을지 잘 모르겠고 

제주에서 그렇게 사람들이랑 있다가 저도 갈 때 되면 가겠죠? 있을 때 되면 있고.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사람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좋겠나요?


저는 약간 저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라서 항상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어떻게든 그걸 메꿔보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좋은 일을 했을 땐 또 우스갯소리로 ‘아 이제 나쁜 일 좀 해야겠다.'하기도 하는데 (웃음)


생각해 보면 항상 플러스인 삶을 살진 않았거든요.

뭔가 마이너스가 있어서 다 따놓고 보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섬 게임을 하는 삶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부족하면 채우려고 하고 채워놓으면 또 뭔가로 그걸 깎아먹어요.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고 그래야지 인간이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까.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인간으로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어요.

제가 이런 고민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이런 고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내가 뭘 했을 때 행복한 사람인지 사람들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런던 베이글 매장 가서 몇 시간 줄 서 있는 삶도 난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러려면 진짜 그걸 좋아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안 그런 것 같아요. 발리 한달살이도 '다른 사람들이 다 해서 하고 싶어요!' 그게 아니라 그냥

'나 발리가 좋아서 발리 가서 살아보고 싶어.' 이런 마음으로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사람들이 내가 뭘 했을 때 행복한지 잘 고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는 거창한 여행보다도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 한 달 보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어요.


가끔 저도 그럴 때 있어요. 저도 옛날에 프렌즈 한 10번 돌려봤거든요. 그런 삶, 저는 그때도 부끄럽지 않았고 지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웃음)


어쨌든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도 내가 뭘 했을 때 행복한지 알았으면 해요. 





누워 있을 때 행복한지, 서 있을 때 행복한지.  

그냥 '나 mbti가 I라서 누워있어'가 아니라

내가 해보니까 나는 누워 있으니까 진짜 충전이 되네.

그럼 그냥 누워 있으면 되죠.


나가 있으니까 충전되네. 그냥 나가면 되죠.

우리가 매일 바다에 가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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