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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28. 2024

나무도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평안하다.연재완결.

연재를 마무리 하며.

마장 교육동 노란 콘테이너 사무실 창문 앞에는

수형이 아주 멋진 팽나무가 한그루 심어져 있다.


이  나무의 수형은

밑둥에서 일 미터가량 올라온 부분이

ㄴ자로 휘어져 다시 사선으로 쭉 위로 뻗었고,

옆으가지들을 넓게 펼친 수형인데

그냥 보기에도 참 잘 생긴 나무다.


원래 이 팽나무는

지금 마장 자리로 이사오기 전

예전 해안동 마장자리에 있던 나무인데

나무 역시 우리를 따라

지금 이 자리로 이사를 왔다.




팽나무는 해안동 마장 공사 때

토목 공사일을 하시는 지인분이

타 공사장에서 멋지다고 얻어온 나무였다.

급하게 자리 잡은 해안동 마장 풍경이

워낙 썰렁해서

조금이라도 마장 풍경이 보기 좋으라고

마장 사무실 바로 옆에 옮겨 주셨다.


그렇게 해안동으로 첫 번째 이사를 온 나무는

유난히 몸살을 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에

잎사귀가 떨어지고 가지가 말라가며

저대로 말라죽는 걸까. 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말라죽지 않어찌어찌 버텨냈다.


같은 나무일지라도

나무가 서있는 자리에 따라

나무는

볼품없이 보이기도,

멋져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 나무를 지켜보며 았다.




해안동으로 이사 올 때

첫번째 마장 자리에서 문제가 생겨서

우리는 급히 이사갈 마장자리를 찾았다.


조그만 동네 가게도 아니고

말들을 풀어놓고 키울 마장 자리를

한달만에 찾는다는건 운 일이 아니었다

그곳은 그나마

지인들을 통해 겨우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다.


그렇게 우리와 나무는

온통 무덤뷰뿐인 풍경,

옴팍 파인 해안동 중산간 공터에

겨우 마장을 만들어 옹색하게 들어앉았다.


팽나무가 자리 잡은 곳은

살고자 몸부림치다 죽은 생명들이

겨우 몸을 눕히는,

무덤처럼 휑한

죽음의 자리였다.


무덤들 사이로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긴 했으나

나무 주변은 온통 거친 돌들뿐이어서

멋진 수형은 무덤뷰로 가려졌다.


거친 돌바닥들로 인해

거기에 그 나무가 있었던지 없었던지,

나무가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안

나무는 존재감 하나 없이 초라하게 서있어

관심을 두는 이도 없었다.



해안동에서 다시 옮겨온 지금 마장은

큰 오름이 마장 바로 옆을 지키고 있고

오름 아래로는 평지 초원으로 넓게 펼쳐진,

매 계절 다양한 야생화들과 연하고 푸른 풀들이

년 내내 자리 잡고 있어 그림 같은 곳이다.


오름 끝자락에 교육동 사무실로 쓸

노란 컨테이너 사무실 두 개 놀 자리를 다져

ㄱ자로 놓고서  ㄱ자 빈 공간에

불 피울 화덕을 만들었다.


화덕 바로 옆 자리에

팽나무를 다시 옮겨 심고서

나무를 뱅둘러 현무암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안정감 있게 둘러놓으니

고상하고 예쁜 쉼터가 되었다.


나무가 두 번째 이사를 와서

다시 자리를 잡는 사이

나무는  몸살을 앓았다.


봄이 되어 이제 잎사귀가 올라오는가 싶었는데

병충해가 일어 초록 연한 잎사귀들에 자잘한 구멍이 숭숭 뚫리고

버석 버석 말라갔다.

그러나

자연 치유의 힘은 놀랍고

자연이 상생하는 관계 또한 놀라웠다.


몸살을 앓던 나뭇가지 위로

직박구리 새들과 참새 박새들이

하나둘 날아들더니

잎사귀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벌레들을 잡아먹었고

여름철이 되나무는 진하고 건강한

잎사귀를 달고서 자그마한 그늘을 만들어냈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

함박눈을 뒤집어쓰고서도

넓은 마장 초원을 바라보면서

팽나무는  이제야 비로소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정착한 듯

한겨울에도 건강했다.


짙은 안갯속에서도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쨍한 땡볕 속에서도

두껍게 내리 앉은 눈발 속에서도


저 팽나무는

이제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순응하면서

찾아드는 이런저런 새들과 친구 하면서

타고난 멋진 수형을 드러낸다.


건강하게 펼친 나뭇가지  잎들  아래로

적당한 그늘을 만들고

계절 따라 사람들에게 쉴 자리를 주고

장난꾸러기 아이들에게는 몸을 맡겨

놀이터가 되어주며 말없이 서있다.




가끔 사무실 창문 정중앙에

멋지게 자리 잡은 팽나무를 볼 때마다

나무도 저리 있어야 할 자리에 서 있을 적에

본연의 아름다움과 생기를 뿜는 것인데

하물며

사람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디에 서 있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나무에게도

안한 자리가 있다.

생각해 보면

자연의 작은 한조각인 우리 역시

우리에게 편안한 자리가 있을 터인데

곳이  팽나무에게

그러한 자리인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러한 곳이길 바란다.


새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의

지난 시간을 잠시 돌이켜보자면

나무도 평안하고

우리 역시 그렇다.






브런치[ 너희도 다 생각이 있구나] 연재를 마치며


브런치 연재글 [너희도 다 생각이 있구나]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쓸 공간을 얻은 후에

동네 사람들 이거 보시요.하면서

난생 처음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내놓은 이었다.


이 연재속 주인공들 에피소드들은

그동안 시골살이 20년을 살아오며

내가 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그저 자기들 삶 터에서 살아가고

나는 그저 내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살다가

그들 생활이 내 눈에 보이기에

운좋게 관찰하게 된

자연속 작은 생명들의 사생활 이야기였다.



비공개로 닫아둔

다음 카페와 카카오 스토리에

그동안 일기와 메모처럼 기록해뒀던

자연에서 사는 내 친구들의 이 이야기들은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차곡 차곡 쌓여갔다.


내가 첫 브런치 연재글을 무얼 쓸까 생각했을 때,

나는 고민할것도 없이

비공개 글 서랍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그 친구들 사생활 얘기들을 꺼내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며 떠들어 보기로 했다.


 생명들은 아마도

내가 자기들 사생활을

시골 동네 이장님네 확성기같은 브런치에다가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는 걸 알면,

이런 망할놈의 배신자.라고

나에게 을 휘돌릴지 모르겠다.


연재 속 주인공들 중에서

특히  그럴만한 녀석들이 있다.


나 때문에

자존심 상처 받았던 꼬끼오 독학자 수탉씨와

내 복수심때문에

놀림을 당해 바보가 되었던 까마귀씨와

내 가벼운 입 고자질때문에

가족들을 떠나야 했던 철딱서니 심바

내 장난기 때문에

도로위에서 비명횡사 할 뻔 했던 메뚜기씨와

나 때문에

일진 싸움에서 패배자가 되었던 씁쓸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했던,

오직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 가오충,

 말 미르가 그 녀석들이다.


그들이 사생활을 내게 들켰을 때

쉿.너 혼자만 알고 있어라.하며

내가 그들과 비밀 유지 맹세를 한 적은

개 코도 없었.


그 녀석들의 희한한 사생활에 대해

10년이상 나혼자 침묵을 지켜준것만으로도

나는 그 녀석들의 주인과 이웃으로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본다.


그러니 이제 내가 새삼

본인들 얘기를 꺼내

브런치에서 썰을 좀  푼다해도

녀석들이 너그럽게 생각해주면 좋겠다.

내가 수 틀리면

녀석들의 더한 사생활도

그냥. 막. 다! 폭로해버릴수 있다.




그건 그렇고

어쨌거나!

20년 시골 살이를 살아오는 동안

내가 지켜본 자연속 생명들은

생각보다 훨씬 영리했고

각보다 훨씬 그럴듯한 사생활들이 있었다.


그 녀석들 사생활에도 사람들처럼

자만심. 허영.용기. 멍청함. 현명함.

겁쟁이.용기. 시기.질투.분노.

비굴함과 의연함.실망.기대.사랑과 같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 있었다.


그들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녀석들에게도 분명 생각이라는 게 있었다.

일단 문제에 당면했을 때

어찌 해결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대처해내는 아이큐가 있다는것이

나는 가장 놀라웠다.


오리.개.노루.닭.수탉과 족제비.말들과 까마귀

그 크고 작은 머리통속에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뇌가

대룅대룅 작동하다니!

세상에나!


그 예로,

족제비가 겁쟁이 동생 족제비 귀를 물고서

동생 족제비를 길 건너편으로 데려다 줄때

족제비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게

아니. 이게 말이나 되나 말이다.





눈 앞에서 보면서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지경인데

내 글을 읽는 분들은

또 얼마나  나를 의심했을 것인가!

저 인간 조회수 노리고 뻥치는 수작 좀 봐라.

썰을 풀어도 말이 되는 썰을 풀어야지.ㅡ


내 연재 글  모든 에피소드에는

뻥은 1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진짜다.


동물들과 매일 함께 지내다보면

지금 저 놈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하는지

걔네 몸에 최소형 마이크로 마이크를 장착시킨듯

생명들의 음성이 지원 되는걸 경험할수도 다.


동물들 육성으로 말만 터지지 않았다뿐이지

장담컨데

그 동물의 혼잣말과 상상력은

한치의 오차없이 일치했을꺼다.


사시사철 말없이 서있는

뒷산 크고 작은 나무들과

생명력 오지게 질긴 마당 잡초들 또한

그 자리에서 꿈쩍않고 움직이지 않지만

걔네에게도 고집이 있었고

 살고자하는 의지와 지혜도 있었다.




이 브런치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느꼈던 만족감이라면

내가 만난 자연 친구들의 사생활을

흘려버리거나 잊지않고 기억했다가

언제든지 꺼내 볼수 있도록

글속에 잘 남겨두었다 다.


동물 식물 곤충등

내 자연 친구들에게도 사생활이 있다.

그 생명들을 지켜보는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이런 내 마음이 이 연재 글을 통해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가만히 스며들었다면 기쁨이겠다.


연재 글 한편 한편 읽어주시고

댓글과 라이크로 마음 나눠주신

고마우신 분들께

자연안에서 사는 사람이

자연처럼 넓고 깊은 사랑을 전한다.


자연속 생명들이

여러분께 건네는 안부를 대신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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