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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Dec 04. 2024
고구마를 캐다가 번개맞는 상상을 한다.
땅이 얼면 고구마들은 끝장이라는
친절한 친구말에
세월아 네월아
게으름을 피우다가
마지못해
완전무장하고
밭에나가 고구마를 캔다
.
이미 고구마줄기는 사망상태다.
시꺼멍하니
흐물흐물
축 늘어졌다
.
캐야할 고구마
두렁
은 8줄
.
고구마 줄기들을 걷어내고 보니
땅이 얼었을꺼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땅은
아직
보실보실하다
.
상농사꾼 내 친구가 가르쳐 준 대로
고구마 두렁을 V자로 살살 파들어간다.
첫
호미질을하고서 캔 고구마는
내
주먹 두배가량 큰놈이었으나
손가락으로 눌르니 푹 진물을 내고 들어가버린다.
으짜까아
.
내 고구마들 다 얼어부렀는갑다.
맘이
급해져서
엉덩이를
치켜들
고
앞으로 몸을 더 수그린 채
부아앙 부앙
포크레인마냥
땅을 파니
다행히
얼지않은
온전한
고구마들이
왜 인제 캐주냐
하며
땅속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허겁지겁 땅을 파고 있는데
갑자기 번쩍
번쩍
번개가 친다
.
q
(--;)
q
(@
.,
@)
ZzZ
뒤이어 천둥소리가 내
머리
바로
위에서
요란하게 울려댄다
.
으르르
꽈광! 번쩍! 그르르릉 꽈광!
으윽코 빗방울이 한
두개 떨어지더니
후드드득 후드득
세차게 내린다.
우박인지.빗방울인지.돌뎅인지 모를 것들이
모자쓴 내 머리위로 쏟아지고
다시 번개치고
내 머리통
위에서
천둥이
친다.
고구마를 캐려고 호미를 높이 쳐드는 순간
,
번개가 다시 번쩍 거리길래
고구마캐다가
치켜든
내
호미에
정확히
번개가
내리
꽂히는 상상을 한다.
호미에
번개를 맞아 내
머리
정수리위로
모락모락
시커멓게 연기
피우며
고구마
밭에
장렬히
쓰러지는
모습을 상상한다.
상상력 끝판왕인 나는
번개맞은 내 모습을
머리속에
너무 리얼하게
그리다가
혼자
실실
웃으며
고구마를 캔다.
말이 그렇지 상상해보라.
번개는 치지.천둥은 머리통위에서 때리지.
호미를 한번 치켜들때마다
움찔거리는것이 속으론
아.
이러다가
오늘 제주방송 9시
뉴스나오것다.생각하는
것이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ㅇㅇ읍 ㅁㅁ리
ㅇ모씨 고구마 밭
에서
뒤늦은 고구마를
캐던
오
십대 중년여인이
벼락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현장 연결해보겠습니다.
이기자.현장에 나와계시죠오?)
이렇게 말이다
.
번개와 천둥을 머리에 이고
비인지 우박인지 모를것들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밭에 혼자 오도카니
앉아서
고구마를
캐믄서 상상하니
실없이
웃음이
난다
.
혼자 상상하고 혼자 웃는다.
급한 마음에
부랴 부랴
고구마들을
결국
다 캐긴했다.
순식간에 옷은 다 젖고
고구마들을
챙겨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는데
아니 이런. 엠병할.
장난하나아.
다시
쨍하니
해가
나온다.
아.
기왕 나올거
진즉 나올것이지!
마당
편백나무위
에
앉은
까치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있다가
깍깍거리믄서 웃는다.
까치.넌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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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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