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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범 Oct 27. 2024

40대의 공부 습관 만들기

구글 알리미와 네이버 블로그를 활용하는 트렌드 소화법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라 투정하곤 했다. 항상 책을 읽던 사업부장님이, 또 대표님이 '요즘 책 좀 읽나?' 물어보면. 일이 곧 공부라 답했고 육아에 대한 핑계도 동원했다. 생략했던 건 스트레스 해소나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술자리, 게임, 웹툰 등등의 시간 포식자들이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심한 '공두감(空頭 - 머릿속이 공허한 느낌이랄까?)'에 시달렸다. 일을 위한 급한 자료 섭취는 벼락치기 시험공부처럼 필요가 사라지면 금세 증발했다.


마흔엔 큰맘 먹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재학 중에는 나름 열심히 공부했는데 졸업하고 시간이 지나니 증상은 되돌아왔다. 게다가 잠시 멀리했던 시간 포식자들도 귀환했다. 시대에 맞춰 OTT, 유튜브까지 합세했다.  


이후 몇 차례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다 보니 학습은 더 필요했다. 직급이 올라가니 중요하고 급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필요한 분야의 주요 키워드와 트렌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40대에는 전력질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나 삼시세끼 같은 공부가 필요했다.


'필요한 정보들이 주기적으로 나에게 달려오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당시의 내겐 이게 가장 절실한 고민이었고 그러다 발견한 게 '구글 알리미'였다.

   



구글 알리미(https://www.google.co.kr/alerts)는 '데일리 뉴스 배달' 서비스다. 


구글의 엔지니어인 크리슈나 바라트는 뉴스중독자로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인도의 언론검열과 문화 차이가 보이지 않는 뉴스의 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2001년 뉴욕의 911 테러를 겪으며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폭넓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구글 알리미 서비스를 만들었다. 

구글 알리미는 아이디어의 공유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대도시 일간지부터 지방 타블로이드 신문까지 다양한 뉴스의 원천을 취합함으로써 그동안 제한적인 정보에만 접촉하던 사용자들에게 광범위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한 것이다.

- 참고 : <구글 스토리> 데이비드 A. 바이스마크 맬시드 저


이 부지런한 서비스 덕에 키워드 설정만으로 게으른 내가 키워드 별 주요 뉴스들을 메일로 받을 수 있었다.


구글 알리미 키워드 입력 화면

* '걸그룹 브랜드 평판'은 빅데이터에 대한 키워드다. 정말이다...


구글 알리미가 보내 준 게더타운 관련 뉴스들


서적이나 보고서를 통해 남이 떠먹여 주는 트렌드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주도적으로 탐구해 얻는 인사이트는 훨씬 더 가치 있고 맥락화된다. 매일 구글 알리미를 통해 관심사에 대한 뉴스를 살펴보는 건 트렌드 탐구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새 키워드를 입력하다 보니 어느새 42개의 뉴스레터가 매일 메일함을 채웠다. 생각보다 하나하나 열어 정보를 소화하는 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바쁜 날엔 뉴스레터 보기를 반갑게 패스하다 보니 시간 포식자들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속삭였다.


"사실 그런 거 안 봐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잖아?"


시간 포식자와 옥신각신하는 사이 내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매일 메일함을 가득 채우는 뉴스를 지치지 않고 훑어보는 습관을 만들 수 없을까?'


그리고 포털의 한 배너에서 해결책을 찾아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 '100일 동안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과 매일 같이 실행하고 인증하십쇼!'


"100일 동안 같이할래요?"


난 이 섹쉬한 카피가 적힌 배너를 클릭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 서비스의 광고였다. 

(현재 이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유사한 서비스들이 꽤 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 배너


이 서비스의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뇌에 습관 회로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일, 작은 성공을 100일간 쌓아가며 변화를 만들자, 그런데 그걸 여럿이 함께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니?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미션 달성을 위한 커뮤니티를 조직해 서로 독려하며 100일 동안 고! 고!' 

 

난 사람들이 올려놓은 다양한 미션 후보들을 살펴보다 ‘매일 15분 뉴스레터로 더 똑똑해질 나를 위해’라는 미션에서 딱 시선을 멈췄다. 


'매일 15분 뉴스레터로 더 똑똑해질 나를 위해' 미션


개설 이유의 첫 문장은 이랬다.


‘열정 넘치는 마음에 구독 신청은 했지만 좀처럼 읽지 못하고 ‘볼드’를 유지한 채 마치 스팸메일처럼 쌓여만 가는 뉴스레터를 가지고 계신가요?’


'나도 그래요!'라며 속으로 외치며 당장 신청했다. 이곳에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었다.


인증의 방법으로는 하루에 한 번 중요한 뉴스레터의 내용을 네이버 블로그에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뉴스도 보고 블로그 조회수도 늘리니 꿩 먹고 알 먹고였다. 


하지만 첫날 알게 됐다. 뉴스를 보고 블로그에 정리를 한다는 건 결코 15분 만에 되는 일이 아니었다!

42개의 키워드별 뉴스레터들에는 각각 3~5개의 뉴스가 담겨 있었다. 이걸 다 보고, 중요한 뉴스를 선택하고, 요약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붙여 올리면 대략 2시간이 소요됐다. 고민 끝에 루틴을 짰다.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건 무리다. 뉴스는 출퇴근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보다가 중요한 내용은 따로 저장해 퇴근 전 블로그에 올릴 내용을 확정하고 애들 재운 뒤 11시부터 1시간 동안 정리해야겠다.'


내게 '신데렐라 강박증'이 생겼다. 12시가 되기 전 미션을 완성해야 한다! 안 그러면 마차가 호박으로... 

20여 일이 지나자 변화가 생겼다. 매일 뉴스레터를 보다 보니 머릿속에 키워드별 뉴스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여~ 카카오(카카오 미안)군! 전에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지. 그래서 그런 대안을 내놓았던 거 것 같은데 뭐? 내년엔 뭘 하겠다고? 말이 다른데? 어이 괜찮은 거야? 대체 어떤 이슈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난 퀭한 눈의 신데렐라가 되어 12시가 되기 전 후닥닥 포스팅을 하고 인증숏을 올리는 일과를 반복했다. 만일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저녁 9시면 술집들이 문을 닫지 않았다면(자영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래서 저녁 약속이 전멸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드디어 100일이 지났다!  


난 인간미를 유지하기 위해 99% 달성률로 미션을 마쳤다.


카카오 플백 미션 99% 인증!

실천 보증금 환급금 1만 원은 카카오가 제안한 기부처에 기부했다. (치밀한 카카오 같으니라고)

그리고 카카오로부터 예상치 못한 작은 선물도 받았다. 프로젝트명이 새겨진 작은 노트와 연필 다섯 자루였다.

카카오 백일노트 선물

하지만 진짜 성과는 정말 뉴스함을 매일 꾸준히 비우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며 다양한 업종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그만큼 화두도 다양한데, 이 습관 덕분에 적어도 42개의 키워드와 그 언저리에 대한 '비즈니스 회화'가 가능해졌다.


또 블로그가 활성화됐다. 물론 신데렐라 시절처럼 매일은 힘들지만 일주일 두세 번의 포스팅으로 적잖은 조회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B급아빠의 블로그 메인(또 걸그룹 브랜드... 가 보이는데 다시 말하지만 이건 빅데이터와 관련된 뉴스다)




이상이 몇 년에 걸쳐 찾아낸 나름의 '트렌드 공부법'이다. 

코로나19가 막을 내린 뒤 시간 포식자 여러분의 유혹이 늘어난 게 게 현실이지만 한 번 형성된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동기유발을 위해 당근과 채찍으로 루틴을 유지시켜 주고 효율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들이 찾아보면 꼭 있다. 


지금의 환경이라면 단군신화 동굴에서 인간이 되어 나온 웅녀만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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