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창범 Apr 23. 2024

[아빠레터 1] 네 한끼는 누구와 무엇을 먹을까?

2024년 4월 셋째 주 #한끼식사

아들, 네가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네 달이 다 돼 가는구나. 


하루 한 끼, 지방과 단백질이 가득하고 탄수화물은 따 시킨 네 한 끼 식사가 아빠 입장에서는 너무 불균형한 식사가 아닌가 걱정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 몸에서 탈출한 20kg의 체중은... 솔직히 부럽기도 해. 하하...


중학교 때만 해도 학교 끝나면 편의점에서 뭔가를 잔뜩 사 오곤 하던 너였는데. 그렇게 드나들던 편의점, 요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편의점 트렌드'들을 모아봤다.


바로 '마감할인''자이언트'지. 그럼 먼저 두 트렌드에 대해 알아볼까?




트렌드 1. #마감할인


'고물가에 편의점 마감할인 상품 인기'

(출처 : 컨슈머 뉴스 https://www.proconsum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73)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편의점의 '소비기한 임박' 상품이 인기라는구나.

편의점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GS25는 '우리동네 GS'라는 앱을 운영하는데 이 앱을 통해 소비기한이 임박한 프레쉬푸드(신선식품)를 최대 4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마감할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덕분에 GS25는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고 이런 결과를 공개했지.


GS25 전용 앱인 '우리동네GS의 마감할인 서비스(출처 : GS25)


* 3월, 마감할인으로 등록된 상품 판매 수량이 20대~30대 구매에 힘입어 작년 12월보다 6.7배 증가.

* 마감할인 상품 구매자의 연령대 분포는 20대 38%, 30대 34%, 40대 16% 등, 20대와 30대에서 70% 이상.

*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47%)보다 저녁(53%) 비중이 높음.

* 상권별로는 오피스, 학원가, 주택가 상권에서 많이 팔림.

* 매출이 높은 상품은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주먹밥 순.


GS25에서는 마감할인 우수점포 100곳을 분석했는데 이곳들에선 소비기한 임박 상품의 70% 이상이 판매돼서 신선식품 폐기율이 11.8% 감소했대.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상품들을 마감할인해 줄 예정이라고 하는구나.



트렌드 2. #자이언트푸드


'이보다 클 수 없다! 자이언트 마케팅, MZ 세대 호응 성공'

(출처 : 식품음료신문 https://www.thinkf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097)


편의점에서 뭔가 익숙한데 엄청 커다란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고 이것도 트렌드래.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이 상품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펀슈머(Fun 재미 + Consumer 고객 = 재미를 추구하는 고객) 트렌드의 일종이라 분석했어. 그리고 '자이언트 마케팅'이란 직관적인 이름을 붙였구나.


그럼 제품들을 한 번 살펴볼까?


● GS25, '공간춘 쟁반짜장면'


GS25의 공간춘 쟁반짜장면과 점보 도시락 (출처 : GS25)

이 제품은 일반 컵라면의 8배 용량인데 출시 7개월 만에 무려 200만 개를 판매해 1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이 기간 용기면 카테고리 매출 1위에 올랐대.


한두 명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큰 이 라면이 왜 인기가 있었을까? 바로 '먹방'에 쓰였기 때문이지. 먹방 유튜브에서 일반인까지 이 제품으로 먹방 챌린지에 나서면서 관련 영상들을 합하면 조회수가 무려 2억 뷰래.


아빠 회사에도 점보 도시락이 있는데 몇 달째 그대로야. 누군가 재밌어서 샀지만 막상 먹을 엄두를 못 내는 듯.


● hy, '야쿠르트 그랜드'

야쿠르트 그랜드 시리즈 (출처 : hy)


원래 하나 먹으면 감질맛 나던 쪼그만 야쿠르트, 그런데 hy에서 기존 야쿠르트의 4배 용량인 이 제품을 내놓았더니 누적 판매량이 1억 병을 돌파했대. 역시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하루 평균 7 만병씩 판매됐다는구나.


대중목욕탕에도 있으려나? 거기 있으면 아빤 목욕 후에 살 것 같다.


● CU, '자이언트 시리즈'


CU 자이언츠 시리즈 (출처 : CU)


편의점 CU에서는 이렇게 크기를 키운 상품들이 잘 팔리니까 아예 시리즈로 내놨어. 


빅 사이즈 삼각김밥 4개를 하나의 큰 삼각형 용기에 담은 '슈퍼 리치킹 삼각김밥'은 출시 하루 만에 5,000여 개, 출시 사흘 만에 누적 2만 개가 팔렸고, 떡볶이, 닭강정 등 자이언트 시리즈는 2월 기준 누적 판매량 8,000만 개 돌파! 최근에는 커다란 소시지를 품은 뚱도그, '자이언트 핫도그' 2종을 내놨는데 이 제품은 일반 핫도그(80g)에 비해 2.5배 사이즈래.


신난 CU는 '압도적 간편식' 시리즈 16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는데 안주, 도시락, 샐러드, 디저트, 샌드위치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야. 


나중에는 편의점이 자이언트 시리즈로 가득 차 마치 거인 나라에 온 것 같겠구나.


● SPC삼립, '크림대빵'


크림대빵 (출처 : 뉴시스)

SPC삼립에서는 크림빵 출시 60주년을 맞아 500g 중량 즉, 기존 제품에 비해 6.6배 큰 '크림대빵' 선보였어. (60주년과 6.6배, 라임을 맞춘 거겠지?)


원래의 크림빵은 (무려) 1964년 출시해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9억 개를 기록했대. 이번에 60주년을 맞아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며 내놓은 특별 제품이 크림대빵인데 과연 잘 팔렸을까?


이게 또 SNS에서 화제가 됐지. 다양한 챌린지로 말야. 뭐 제품에 아예 챌린지 설명서가 들어있었다는데 예를 들어 이런 거야. '여섯 입 만에 완빵 하기', '크림대빵으로 소두 인증샷 찍기', '축하 케이크로 활용하기' 등등. 


그리하여 이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으며 정가 8,800원짜리 제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만 5,000원까지 거래됐대, 포켓몬빵 대란이 생각나지? 게다가 기존 제품을 찾는 소비자까지 늘면서 정통 크림빵 판매도 작년보다 20% 증가했다는구나.



이렇게 기존 제품의 크기를 키워서 '자이언트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 


장기적인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그래서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기 힘들지. 기업들은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데 '안 그래도 지갑이 안 열리는데 낯선 신제품에 그들의 마음이 움직일까?'라는 불안감이 있는 거야.


그래서 원래 있던 상품의 크기를 확 키운 '자이언트 푸드'를 내놨어. 아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단 리스크가 적으니까. 그리고 위 제품이 화제가 된 이유를 보면 공통점이 있지? 소위 '먹방'으로 떴다는 거지. 이건 우연이라기보단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미리 짜인 기획이라 할 수 있겠다.





아빠가 '마감할인', 그리고 '자이언트식(대식)'과 함께했던 시절 이야기


'마감할인'과 '대식'이라는 식습관, 아빠도 20대에 몸소 체험했던 때가 있었지.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생활할 때였어. 일본어가 아직 서툴었던 때라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지 않았는데 늦게나마 도쿄 북부에 있는 재활용 건축자재 생산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됐어. 그즈음 한국에서 준비해 간 여윳돈이 바닥나서 생활비가 빡빡했고.


공장에서의 점심은 깃털처럼 가벼운 도시락이었고 공장의 하루는 기계의 속도에 맞춰 몸을 움직여야 하는, 옴짝 달짝 못하는 육체노동의 연속이었지. 퇴근하고 숙소가 있는 전철역에 도착할 때쯤이면 배가 등딱지에 달라붙을 정도로 허기졌어. 


배가 등딱지에 붙으려 했던 일본 노동자 시절


- 일상의 저녁 식사(w. 마감할인)

그 시간, 역 앞 마트에선 마감할인 상품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 저녁으로 볶음밥 같은 걸 해먹을 간단한 마감할인 재료를 사고, 마지막으로 역시 마감할인인 카레빵이나 고로케를 하나 사. 그리고 그 빵을 문 채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 돌아오는 길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   


- 한 달에 한 번 대식

노동을 한다고 해서 몸이 근육질이 되는 건 아니더라. 도쿄의 습한 여름날씨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지금의 너처럼 아빠도 20kg이 빠졌어. 안 되겠다 싶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고기뷔페에 가기로 했어. 그때 도쿄의 고기뷔페는 우리 돈으로 15,000원, 한 시간 제한. 매번 가기 전에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계획을 짰지. 


- 일주일에 한 번, 함께하는 식사

그래도 매주 수요일은 저녁다운 저녁을 먹는 시간이었어. 숙소 사람한테서 소개를 받아 YWCA 모임에 나가게 됐거든. 그 모임은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이 외국인들과 대화를 통해 일본어를 가르쳐 주는 곳이었어.  공장에서 내내 마스크를 쓰고 말없이 일하다 그곳에 가면 아빤 엄청난 수다쟁이가 돼버렸단다. 물론 일본어가 유창한 건 아니었지만 손짓, 발짓을 섞으며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는 없었지.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마치면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데 어쩌면 일주일에 딱 한 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식사하는 시간이었지.


지금의 20대들, 아빠의 그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지금이야 급식으로 너의 한 끼가 해결되지만, 

용돈을 쪼개어, 혹은 네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너의 20대에 넌 어떤 한 끼를 먹고 있을까?


예산 상 어쩔 수 없이 간편 혼밥을 해야 하는 때도 있겠지만, 1주일에 한 번은 함께하는, 그리고 가능하면 만들어서 하는 식사를 했으면 해. 위 아빠의 경험은 워낙 극단적인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함께한 식사가 남긴 건 참 많았거든. '삶을 확장하는 기회'였달까? 직간접적으로 말야.


어차피 밥을 먹는 시간은 같겠지만 시선을 핸드폰이 아닌 앞에 앉은 사람을 향하고 씹는 데 집중하던 입이 상대방과의 대화에 쓰인다면 너의 세계와 그 사람의 세계가 연결되면서 네 삶 자체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거든. 


함께 이야기를하며 식사를 한다는 건 서로의 세계가 연결되는 것.


물론 전제는 너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거겠지? 함께 밥을 먹으며 은행을 어떻게 털까 이런 걸 얘기하는 건 좀 그렇기 않겠니? 


그나저나 이건 아빠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서울시에선 이런 일도 하고 있더구나.

 

* 함께 요리하고 캠핑·게임하며 친구 사귀어요… 서울 청년 `건강한 밥상` 신청하세요

(https://news.seoul.go.kr/welfare/archives/561382)



서울시의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소셜다이닝 '건강한 밥상' (출처 : 서울시)


혼자 살며 끼니를 거르기 쉽거나 건강한 식사를 챙기기 힘든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서울시 소셜다이닝 '건강한 밥상'이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는데 소셜다이닝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요리와 식사를 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대.


같이 밥을 해 먹는 것뿐만 아니라 캠핑도 가고 방탈출 게임, 체육대회도 한다는데 음... 요건 좀 번거롭기도 하겠네. 하하.


왜 이런 프로그램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지를 생각해 보자면, 현재 혼자 살면서 끼니를 거르고 건강한 식사를 챙기지 못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은 게 문제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자 오늘의 결론을 내리자면,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땐 이어폰 빼고 얘기하면서 먹기!"


그럼 이번 주도 즐겁게~ 


- fin



* [아빠레터]란?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무려 자발적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멀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B급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이 세상에 있었나?' 아들에게 전하는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자녀분에게도 유익한 내용이라면 맘껏 공유하고 대화의 화두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