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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으로 노들섬을 물들이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하루

by 차차

“선혜샘, 안녕하세요!

혹시 추석연휴 뒤 10월 11일 토요일 오후에 노들섬에 오시는 게 가능하실지 여쭤보려고요.”


북 내레이터이자 낭독강사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선생님께서 보내온 메시지였다.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왕자』 오디오북 녹음 체험을 함께하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

“저 너무 가고 싶어요!”


연휴가 시작되자, 세 명의 북 내레이터가 줌으로 모였다.

오디오북 녹음 체험은 『어린왕자』의 네 개 문단 중 하나를 골라 5분간 녹음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참여자는 연습 낭독을 한 뒤, 북 내레이터의 낭독 코칭을 받고, 그걸 반영해 본 녹음을 진행한다.

20분간의 녹음 후에는 기본 편집을 거쳐, 시민들의 목소리가 전시장에서 흘러나오게 된다.


우리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전 회의를 했다.

함께하는 선생님들 모두 세심하고 적극적이어서 금세 정리가 되었다.

“이 멤버라면 멋지게 잘 해낼 수 있겠다.”

그런 든든한 예감이 들었다.




드디어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 당일.

노들섬에 도착하니 이미 음악과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잔잔한 강바람이 불어오고, 이곳저곳에서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 중심에 작은 오디오북 스튜디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서혜정 성우님의 고품격 낭독 특강이 끝난 뒤, 『어린왕자』 오디오북 녹음 체험이 이어졌다.

2시간 동안 다양한 시민들을 만났다.


마이크 앞에 앉아 긴장된 눈빛을 보내던 분,

코칭을 통해 금세 낭독이 달라지는 분,

그리고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 놀라는 분들까지 —

그 모든 순간이 인상 깊었다.

내게 직접 낭독을 들려달라고 부탁하신 분도 계셨다.


무엇보다 어린이 친구들을 만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맑은 얼굴로 또박또박 『어린왕자』를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들의 낭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낭독은 어쩌면 ‘순수함을 다시 만나는 예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날 만난 얼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순간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내 목소리와 낭독을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구나.’


노들섬에서의 하루는 내게 다시 열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앞으로 오디오북과 낭독예술, 낭독 강의와 코칭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나는 다짐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매일 꾸준히 낭독하자고.

낭독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과 위로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북 내레이터로서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낭독하는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서혜정낭독연구소 편저) 『낭독,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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