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신가』 오디오북 출시를 기념하며
'다채로음'은 서혜정낭독연구소(이하 서낭연)에서 북 내레이터 전문가반을 수료한 이들이 만든 낭독크루이다.
우리는 1년간 함께 낭독을 배웠고, 졸업 후 2개월 뒤 오늘산책 출판사의 『안녕들 하신가』 오디오북 녹음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낭독크루 '다채로음'을 결성했다.
2023년 1월 9일(월)부터 11일(수)까지 봄볕 스튜디오에서 『안녕들 하신가』를 녹음하고,
곧바로 오디오북 출간 기념 낭독회 준비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낭독회는 처음이지만 하나하나 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갔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첫 번째는 장소 섭외이다.
1월 12일(목) 온라인 회의에 참여하기 전, 인터넷으로 낭독회 장소를 검색했다.
폭풍 검색 끝에 마침내 낭독회 하기 적합해 보이는 장소를 찾아냈다.
바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있는 다목적홀이다!
저녁 회의 때 기쁜 마음으로 멤버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멤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홈페이지에서 대관 안내를 다시 살펴보다가 2월에 장소를 사용하려면 바로 그날까지 신청서를 제출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마감까지는 이제 2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으아~ 미쳤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멤버들이 기획의도, 홍보계획, 코로나19 대응 방역계획 등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나누어 작성해 주었다.
나는 그날의 회의 내용을 반영하여 신청서와 세부 행사 계획서, 보충자료 등을 정리했다.
그간의 공모사업 신청서 작성 경험을 발휘하여 1시간 반 만에 제출해야 할 모든 자료 준비를 마쳤다.
역시 모든 경험은 다 의미가 있다.
이제 홈페이지에서 신청만 잘하면 된다.
멤버들의 피드백을 받아 오류가 있는 부분을 살짝 수정하여 신청 작업에 돌입했다.
거의 다 해갈 즈음..
홈페이지 로그인 시간이 오버되어 튕겨 나가고 말았다ㅠㅠ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대로 신청도 못하고 끝나면 안 돼~~
식겁하여 다시 작성!
다행히 극적으로 신청을 완료했다.
공연장에 문의해 보니 아마 승인될 거라고 했지만 확정이 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오프라인 행사는 무엇보다도 장소 확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다음은 프로그램 구성이다.
처음 낭독회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안녕들 하신가』 오디오북 출간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낭독회의 제목도 '안녕들 하신가'로 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낭독할 텍스트를 모두 『안녕들 하신가』 책에서만 선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안녕들 하신가』의 프롤로그에서 힌트를 얻었다.
떠나온 그곳
두고 온 나의 시끄러운 마음들이
안부를 묻다.
안녕들 하신가.
그래, 이거다!!
안녕들 하신지, 말 그대로 안부를 묻는 것이다.
나에게 안부를 묻다 → 너에게 안부를 묻다 → 세상에게 안부를 묻다
이렇게 세 가지 콘셉트로 점점 확장시키기로 했다.
각자 골라 온 텍스트를 선별하여 파트별로 분배하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족한 파트는 함께 논의하며 보완했다.
프로그램은 『안녕들 하신가』 텍스트를 일부 포함하여 에세이, 편지글, 시, 소설, 동화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한 권의 책처럼 낭독회도 프롤로그(낭독)로 시작하여 에필로그(노래)로 마무리하도록 했다.
짜~잔!
이렇게 리플릿도 제작하고, 스크린에 들어갈 이미지, 노래 부를 때 틀 영상, 포스터 제작, 사회, 음악, 조명까지 다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기초반 때부터 지도성우님께서 우리 반 구성원이 스펙트럼이 넓다고 하셨는데 낭독회를 준비하며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모습을 보고 실감했다.
다채로음(音)이라는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우리!
드디어 낭독회 당일이 되었다!
낭독회는 3시부터였지만 공연장에는 1시부터 모여 포스터 부착, 의자세팅, 무대 꾸미기, 빔프로젝터, 음향, 조명 체크 등을 진행했다.
공연장 세팅을 다 끝내고 나니 낭독회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리허설을 진행해야 한다.
제자들의 첫 오프라인 낭독회라고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낭독엄마 송정희 성우님 덕분에 빠르게 전환 위주로 리허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관객 입장!!
아~ 떨려!
(기분 좋은 설렘의 표현)
약속한 시간이 되어 객석의 불이 꺼지고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오디오북과 마찬가지로 낭독회 역시 나의 프롤로그 낭독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낭독가들이 한 명씩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 낭독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쳐있는 많은 분들에게 안부를 묻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낭독회를 준비했는데 그 마음이 전해진 걸까?
관객들의 울고, 웃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낭독회에는 서낭연 식구들과 멤버들의 지인들, 온라인으로 검색해서 오신 분,『안녕들 하신가』를 쓰신 송세진 작가님, 서낭연 대표 서혜정 성우님 등 서른 분이 넘게 찾아와 주셨다.
에필로그가 끝난 후에도 성우님들의 인사말과 작가님의 사인회, 관객분들과의 찐한 소통이 계속 이어졌다.
덕분에 우리의 첫 오프라인 낭독회는 참 따스했다.
약 3주 만에 이렇게 낭독회를 무사히 해내다니!
이게 가능하구나.
낭독회의 여운으로 우리의 대화는 늦은 밤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런데..
다음에 또 할 수 있을까?
▼ 낭독하는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책
송세진 『안녕들 하신가』
호기심을 따라 여행하는 송세진 작가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애쓴 흔적들을 기록했다. 억울하고 짜증 났던 기억도 숨기지 않고, 서툴러서 고생한 내용도 유쾌하게 담아냈다. 언어가 안 통해도 현지인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고 소통하는 모습도 꽤 매력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소하지만 꿀팁'을 통해서는 길치 여행자를 위한 노하우, 현지투어, 패키지여행, 메뉴 고르기 등 여행에 도움이 되는 팁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