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숲섬 Sep 04. 2024

사랑과 갈등은 한 몸이어라

{숲섬타로}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스물두 번째 상담일지



  "화가 치밀어 올라요. 꼭 나를 가스라이팅하는 것만 같고, 결국 언제나처럼 자기 생각만 하는구나 싶어져 기운이 쭉 빠져버려요." 

 

  1년이 사귄 사람이든 50년을 넘게 사귄 사람이든 연인들의 싸움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다. 그가 내 맘 같길 바랐고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더란 것이다. 



  마법사 카드가 보여주듯 J님은 재능도 많고 말씀도 잘하시고 인기도 많은 편이시네요. 그런데 그 진가를 그이만 모르고 있군요. 내가 가진 힘들이 그 사람 앞에선 무용지물이네요. 그 사실은 그분도 벌써부터 알고 계세요, 이렇게 재능 있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내 사람인 줄 아신단 말이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런 일이 생기면 J님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고 지금 상황에 대해 성질만 내고 계시네요. 

  그분은 말이나 표현은 거친 편이지만, 늘 진실을 보고 말하는 분인 듯해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누구든 발끈하잖아요. 그러나 J님께 건네는 그 말들 속에는 내가 보지 못한 진실이 담겨 있을 수 있어요. 귀담아듣고 상황을 돌아볼 여지가 충분할 수 있어요. 서로를 오랫동안 보아오셨으니까요. 오히려 남들이 말해주지 못하는 진실은 내가 좀 더 나아지고 단단해지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너무 힘들게만 받아들이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게 아니라면 서로 대화도 해보시고 고칠 게 있다면 고쳐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대담하고 외롭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개척자 같은 분이세요.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마법사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겠지요. 

  자기 생각만 한다는 생각은 J님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거예요. 나 역시 그의 마음보다는 늘 내가 원하는 것, 내 몸과 마음의 상태, 내 바람에 더 집중하시잖아요. 그분이 느끼시는 답답함도 지금 J님이 느끼는 것과 같은 종류의 답답함일 테지요. 두 분은 너무나 달라 보이지만 실은 똑같은 얘길 하시는 중일 수 있어요. 조금만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신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 보일 거예요. 관점에 따라 미워 죽겠는 사람이 아니라 내게 고맙기만 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 {숲섬타로}의 상담일지 中



  진정한 신비주의자인 고위 여사제(The High Priestess 카드 속 인물)의 만트라는 다음과 같다. 

  "I'll see it when I believe it. 내가 그것을 믿을 때 난 그것을 볼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삶을 경험할 수 있는 도구인 감각, 감정, 경험의 모든 일들로부터 얻게 되는 이해력, 인지력, 직관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강력한 에너지인 것 같다. 결국 사랑의 경험이 쌓일 때 우린 인간이란 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우주의 일부임을 확실하게 자각하게 된다. 우리가 우주의 한 부분이며, 자연 그 자체라는 사실을 한 사람을 통해 깨닫게 하는 우주의 수업 방식이 바로 사랑이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결국 뜨거운 사랑이든 참을 수 없는 갈등이든 이 경험들은 우리를 깨닫게 하고 깨어나게 만든다. 나 아닌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고 연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며 사랑의 힘을 믿을 때, 우린 진정한 신비주의자로 거듭나게 된다. 그렇기에 당신이 오늘 벌인 싸움과 갈등과 감정들은 소중하고 정당하다. 그러나 당신의 연인 혹은 반려자의 마음 또한 신성하고 귀한 것이다. 양쪽 모두 존중받아야 하며 그 존중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과 당신의 연인 두 사람이다. 하루는 짧고 우리의 남은 생 또한 그리 길지 않다. 충분히, 부족함과 후회가 없을 만큼, 온몸과 마음을 다해 부디 당신이 사랑하시길 기원한다. 



* 숲섬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