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만드는 사람들_ 채식지향 커뮤니티 베러테이블. 세번째 토토
3. 문을 만드는 사람들
[ 채식 입문 계기]
1)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비건지향인 토토입니다. 시 산하의 청년 공간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회사 밖에서는 초래님과 함께 비건지향인들의 커뮤니티 '베러테이블'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한 달에 한번 비건~락토 오보 위크를 이어오고 있어요.
2) 어제 먹은 음식이 어떻게 되세요?
채식 주간이 아닐 때도 가급적 비건을 지향하려고 하지만 아닌 날도 있어요. 어제가 그런 날이 었네요. 점심에는 계란볶음밥을 먹고, 저녁에는 옥수수를 쪄먹었습니다.
3) 채식, 비건에 입문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만약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일을 하 게 되었나요?
처음 비거니즘에 눈을 뜬 건 재작년 이때였어요. 중학생 때부터 함께 했던 반려동물이 무지 개 다리를 건넜고, 슬픔과 동시에 낯선 감정이 느껴졌어요. 사랑했던 존재를 떠나보낸 슬픔도 슬픔이지만, 처음으로 '동물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거예요.
그때 다니던 회사는 출근길에 꼭 시장을 지나야 만 했는데, 정육점에 걸린 돼지를 매일 봐야만 했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늘 연결되어 있던 존재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세상의 동물들, 존재들과의 연결감이 되살아 났어요. 슬펐고, 이상하다고 생각했고요. '동물권'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했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정확히는 '연결감'을 인식하게 된 게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 마침 <아무튼, 비건>을 읽었고, '빌라 선샤인'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초래님이 <비건 위크> 모임을 열어주셨고요. 그렇게 비건을 시작하게 된 후에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들도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서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 것 같아요.
4) 채식 입문 당시에 채식 관련 정보는 어떤 경로로 얻으셨나요?
저는 '비건 위크'라는 모임을 하면서 채식에 입문했는데요. 사실 처음 입문할 때만 해도 비건= 채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채식을 실천하는 단계가 나뉘어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그중 비건이 다소 난이도가 있는 방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죠. 그래서 그때 같이 비건 위크를 했던 커뮤니 티의 다른 분들의 식단을 많이 참고했어요. 모르는 건 물어보기도 하고요.
SNS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인스타그램에서도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나의비거니 즘일기 같은 해시태그를 타고 보기도 하고, 비건 콘텐츠를 다루는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보기 도 하고요. '비건 편의점 위키'라는 페이지도 자주 이용했습니다.
5) 채식, 비건을 시작하고 스스로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장점과 단점)
첫 번째로는,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내가 먹고 있는 것이 어떤 경로로 내 테이블 위에 올라 와 있는지 하는 걸 인식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음식뿐만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지금 내 손에 있는 걸까 하고 처음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조금 거창하지만 내가 크고 작게 하는 선택들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 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새로운 '맛'의 스펙트럼을 발견한 것이 큰 변화예요. 제 어릴 때 별명이 '고기박사'였는데요. 그만큼 고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식사를 할 때 고기가 없으면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고기가 없어도 맛있 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서 중요했던 건 고기가 아니라 소스나 식감 같은 부분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먹을 것에 워낙 진심인 사람인지라, 처음 채식을 할 때는 즐길 수 있는 맛의 범위가 좁아진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계속 새로움을 발견하고 있어요.
단점은 외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에요. 비건 위크를 처음 하고 길을 걸으면서 길거리 식당들을 하나씩 훑는데 하나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더라고요. 진짜 선택권이 없어요.
채식 자체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채식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현실이죠. 요리를 즐기지 않는 친구들은 저의 비건 위크를 보고 하고 싶어 하면서도 요리를 못한다면서 망설이더라고요.
[ 채식의 문 생활 ]
6) 채식 관련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왜 하게 되었나요?
제가 2년째 비건 지향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이 ‘베러테이블' 커뮤니티가 있어서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이든 처음은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계속하는 것이 가장 어렵잖아요.
그런데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갖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채식을 하면서 스트레스받거나 힘든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공유할 수도 있고요.
커뮤니티를 이어오면서 우선 저부터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같이 커뮤니티 운영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셨을 때 바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변한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혼자가 어렵다면, 함께 하면 된다는 걸 많은 사람들 에게 알리고 싶어요.
7) 채식 관련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는 정말 육식을 즐기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들이 신기해했어요. 다행히 다들 제 의견이나 생각을 존중해주는 사람들이라서, 딴지를 걸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그냥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제가 채식을 한다니 신기해하더라고요.
제가 채식을 하면서도 너무 잘 먹고 다니니까 '먹는 거에 진심인 사람이 비건이 되면 그냥 먹는 거에 진심인 비건이 되는구나' 하고 했던 친구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주변 지인들의 인식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게 저로써도 재밌더라고요.
8) 채식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기쁨과 즐거움 장점은 무엇일까요?
누군가 채식에 대한 편견을 깨는 순간을 목격할 때 가장 재밌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채식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그럼 뭐 먹어?' 였거든요.
한 번은 맥주에 감자튀김 먹는 사진을 친구한테 보냈더니 이렇게 먹어도 비건이냐면서 놀라더라고요. 사실 맥주와 감자튀김이 뭘로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여전히 '채식'이라는 단어에 대 한 상상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예전의 저도 그랬기 때문에, 계속 사람들에게 채식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심어주고 싶어요.
9) 채식 문화를 만들어 가기를 포기하고 싶으신 적도 있으셨나요? 이유는? 가장 큰 장애물 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아직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딱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선에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끔은 개개인이 비거니즘을 실천할 ‘여력’에 대해서 생각해요. ‘비건 텍스’라 는 말이 있잖아요. 이 용어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비건을 시작할 때 확실히 선택권이 적고 허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 건 사실이에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럼에도 실천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와서 비건 요리를 하기 위해 음 식을 해 먹고 치울 수 있는 여력이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 사람이 완벽한 실천을 하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쓰면서 실천하는 것이 더 효과 있고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려면 우선 개개인이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여력’이 어 느정도인지를 알아야 하는 게 우선이고, 그에 맞춰 선택권이나 인프라도 갖춰져야겠죠. 결국 같이 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채식 편견]
10) 채식을 하면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오히려 채식을 할 때 속이 더 편하고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들어요. 다만 채식을 하면서 탄수화 물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 있어서 의식적으로 다양한 재료를 써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일상을 지탱할 수 있는 에너지는 결국 근력운동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11) 채식을 하면 돈이 더 드나요?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식비에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큰 차이가 없거나 더 쓰거나 하는 편인 것 같아요. 평소에 먹는 식자재는 어머니께서 구매해서 두시고, 제가 비건 위크 할 때는 재료들을 구매해요. 가족들하고 함께 먹어야 하기 때문에 좀 많은 양을 구매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비건 제품이 나오거나 세일을 하거나 할 때 쟁이는 편이어서 더 쓰는 것 같긴 합니다. 대신 비건 위크 하는 동안은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빈도가 줄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좀 상쇄되는 것 같아요. 개개인의 식비 지출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 같아요.
12) 음식에서 맛이 중요한 부분인데, 채식을 하면 맛을 포기한다는 편견이 많은데요. 어떤가 요?- 채식 식단을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오히려 비건 위크를 하는 동안 오히려 제가 느낄 수 있는 맛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느꼈어요. 채식을 하기 전에는 제가 ‘가지’를 되게 싫어했었는데요. 한번 카레에 가지를 구워서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맛있는 거예요.
그때 곰곰이 그동안 가지를 싫어했던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제가 처음 가 지를 맛본 게 시커멓고 미끄덩하게 볶은 가지볶음이었던 거예요. 같은 재료여도 조리법에 따 라 맛이 달라질 수 있고, 내가 싫어했던 게 가지 그 자체의 맛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렇게 재료들을 연구하다 보면 되게 재밌어요.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너무 맛있다면서 먹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요. 제철 채소나 과일들을 챙겨 먹으면서 계절의 맛을 즐 기는 것도 좋아요. 어제는 ‘에티컬 테이블’이라는 곳에서 하는 비건 초밥 팝업스토어에 다녀왔 는데요. 그걸 먹고 또 엄청 감동받아서 비건은 새로운 미식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3) 채식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조금 뻔하지만, 김한민 작가님의 <아무튼, 비건>은 읽고 처음으로 ‘연결감’이라는 개념을 알 게 되어서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듣똑라>라는 팟캐스트에서 ‘원헬스 프 로젝트’라는 콘텐츠를 시리즈로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요.
‘원헬스’란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이 하나의 운명공동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라고 해요.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제 막 먹으신 분들이라면, 이 두 가지를 읽고,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채식의 문 미래]
14) 채식이라는 키워드가 요즘 화제성을 얻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 예측하시 나요?
코로나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채식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 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채식이 떠오르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채식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면 정말 좋은 일이겠죠. 다만, 채식에 대한 이해 없이 하나의 유 행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올 상반기에 갑자기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들에서 비건 푸드를 내놨는데, 채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왔지만 알고 보니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고, 판매를 하다가 금방 다시 메뉴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는데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이렇게 채식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뭇매를 맞고, 다시 제대로 내놓은 사례도 있으니까요. 건강한 트렌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5) 채식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채식 대중화를 위해 사회적/제도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 분이 있으실까요?
미디어에서 과도하게 육식을 찬양하는 듯한 메시지는 정말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같은 말이나, ‘치느님’ 같은 말들이요. 언어가 정말 우리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채식을 하기 전에 한번 ‘금요일은 치맥이지’하는 마음으로 퇴근하고 치킨을 시켜서 입에 딱 물었는데, 맛이 없는 거예요. 진짜 치킨을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불금은 치맥’이라는 언어에 속았던 거죠.
16) 향후, 본인의 채식 의문 만들기는 어떻게 될 것 같으신가요?
우선 저는 베러 테이블의 운영을 맡아서 하기로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베러 테이블을 꾸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비건 지향 생활을 응원하고 저 또한 계속 채식 주간을 이 어갈 생각이에요. 베러 테이블에 참여 중인 사람들의 이야기나 우리 커뮤니티의 메시지를 어떻게 더 알릴 수 있을까가 지금의 가장 큰 고민인 것 같아요.
17) [채식 의문] 당신에게 채식이란?
지금 당장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실천
18) 더 나은 식단, 더 나은 삶이란?
나와 세계의 관계를 인식하고, 내 삶과 식탁의 주도권을 갖는 것
19) 마지막으로 채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채식의문 밖에 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바 가 있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생각보다 즐겁답니다! 시작이 어렵다면 베러테이블로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