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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Oct 05. 2019

둘째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니들을 너무 사랑한단다

둘째가 태어날 때쯤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그건 바로 '첫 째의 질투'였다.

둘째가 나타나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면 첫째의 상실감이 크기 때문에, 돌발행동을 하거나 성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서 걱정이 커져만 갔었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일부러 집에 들어가도 첫 해부터 찾았고, 첫째가 깨어 있는 한 둘째는 아내에게 맡긴 채 잘 챙기지 않았다. 아직 신생아인 둘째보단 첫째의 정신건강을 더 염려한 까닥이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 패턴이 반은 습관적으로 이어지며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었다. 첫째에게는 혼을 내 본 적도 없건만 유독 둘째에게는 엄격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부분은 첫째가 딸이고 둘째가 아들인 점이 큰 몫을 하지만... 아빠의 차별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영향일까? 둘째는 완전히 엄마 바라기다. 아빠는 그렇게 찬 밥일 수 없다. 이게 가끔 엄청 서운하지만 내가 한 짓이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기억은 못해도 둘째의 본능 속에 서러움이 남겨졌나 보다.


"아빠는 누나만 좋아하고!"


4살, 말문이 트이고 이지가 생겼을 때 아들이 내게 한 말이다.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도 아빠의 행동에 조금은 서운했더란다. 딸만 좋아하고 아들은 너무 소홀히 해서...... 그래서 자기가 아들을 더 챙겼다며, 어쩜 그럴 수 있냐고 그렇게 생각했단다.


그 이후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더욱 애정을 쏟았다.

아빠가 아들을 사랑함을 어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내 자식 이건만 그렇게 관계 회복이 되기까지 거진 일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엊그제 5살 아들 녀석이 잠들기 전 "난 아빠 좋아." 라면서 품에 파고드는 데 어찌나 귀여운지..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에게는 "난 엄마가 너~ 무 좋아"라고 하더란다.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내겐 언제쯤 '너~무'를 붙여 줄는지.


그런데 최근 들어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빠는 동생만 좋아하고!"


우리 첫째 따님의 말씀이다. 


정말 애들 눈치보다 제 명에 못살겠다. 

피를 섞은 사이건만 이 아빠맘을 이리도 몰라준단 말이냐.


자식들아 부모도 니들 눈치 겁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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