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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윤 Oct 07. 2024

뼈다귀 감자탕의 주인공은 누구?

공감의 해장국

 뼈다귀탕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메뉴도 없는 것 같다. 가장 흔히 불리는 이름이 감자탕, 뼈다귀 감자탕, 뼈다귀해장국 등이 있다. 물론 주재료는 이름에서부터 짐작이 되는 뼈다귀이다. 뼈다귀탕은 돼지등뼈에 감자나 우거지, 콩나물 등을 넣어서 매콤하게 끓여낸다. 국이라고 하기엔 건더기가 많은 형태라 탕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 리스트에도, 해장국 리스트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뼈다귀탕이다. 사람들은 뼈다귀탕의 인기만큼이나 이름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던 것 같다. 왜 등뼈가 주재료인데 이름은 감자탕인지? 언제부터 먹었는지? 에 대한 책, 칼럼, 방송도 많이 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나 또한 한때 몹시나 궁금했던 사람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묵은지 감자탕이라고도 불리는 뼈다귀탕도 당연히 뼈다귀가 주인공인데 왜 이름은 묵은지나, 우거지 또는 시래기, 감자인지 말이다.     


 일단 가장 유력한 설은 1800년대에 감자가 우리나라에 유래되었던 시기부터 감자탕이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밖에 다른 설은 강원도에서 유명한 감자를 이용해서 먹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등뼈를 감자뼈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위키백과에서는 삼국시대 때부터 전라도 지방에서 먹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설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유래야 어떻든 간에 돼지의 부산물인 돼지등뼈로 끓인 뼈다귀탕은 서민적인 음식이었다는 것이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필요한 소를 자주 도축할 수 없으니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연스레 돼지가 도축되었다. 또 서민들은 살코기보다 살점이 조금 붙어있는 뼈로 요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부재료를 넣고 등뼈에 붙은 고기가 무르게 오래도록 끓여서 만든 것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뼈다귀탕에는 감자 외에도 깻잎, 콩나물이 들어가는데 이는 뼈다귀탕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우거지에는 비타민 C, 비타민 D,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는 뼈다귀에 붙은 살이 얼마 되지 않아 씹을 거리가 없는데 우거지와 기타 부재료에 함유된 식이섬유가 씹을 거리가 되어 준 건 아닐까 싶다. 말 그대로 씹는 재미를 더해줬다랄까?    


 재밌는 점은 여타의 해장국들은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이나 식사 대용으로 먹지만 뼈다귀탕은 해장국으로도 술안주로도 먹는다는 것이다. 또 요즘 K-FOOD가 대세인데 여기에 맞는 K- 디저트라고 불리는 볶음밥도 먹을 수도 있다. 바로 뼈다귀와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남은 자작한 국물에 밥과 김가루 등을 넣고 볶아먹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바닥에 살짝 눌린 볶음밥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먹는 맛이 어떤 건지 다 알 것이라 짐작한다. 가끔은 볶음밥에 감자를 으깨놓은 자작한 국물을 얹어 먹어도 별미다. 사실 나는 이 볶음밥을 먹는 재미에 뼈다귀탕을 먹는 것 같다. 혹시 여러분도?     


 여러 차례 말했던 바 있지만 고기를 즐겨 먹지 않았던 나였지만 뼈다귀탕은 예외였다. 왜냐하면 바로 술안주 대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칼칼한 국물맛에 술 한잔이 필요했고, 술 한잔 마시고 나면 칼칼한 국물이 필요했다. 무한 도돌이표처럼 그렇게 술과 함께 수많은 뼈다귀탕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전주에서 내로라하는 뼈다귀탕 맛집은 거의 다 들려본 것 같다.


 그렇기에 지인들의 취향에 맞는 뼈다귀탕을 자신 있게 추천해주기도 한다. 나는 주재료인 돼지등뼈보다 부재료인 감자, 묵은지, 우거지 등을 주로 건져 먹었다. 전주에는 말린 고구마 순을 넣어서 끓여주는 뼈다귀탕 집이 있다. 이 집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별미인 고구마순 때문에 가는 곳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뼈다귀탕은 맑은 국물보다는 진하고 약간은 텁텁한 듯한 그리고 얼큰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의 뼈다귀탕 부심과 스타일을 통째로 흔드는 뼈다귀탕 맛집을 완주에 만났다. 완주군 소양면에 시골집 같은 곳에서 동네 이장님이 점심에만 운영을 하시는 곳이다. 알지 못하면 절대 찾지도 못할 위치에 간판도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곳의 뼈다귀탕은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지 못할 맛이다. 혹시라도 위치를 잊을까 봐 저장해두어야 하는 곳이다. 일단 깔끔하고 맑은 국물이 그야말로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른 곳의 뼈다귀탕은 뼈대가 보통 2개 정도 나오는데 여기는 3~4개 사이가 나온다. 뼈에 고기도 실하게 붙어있다. 말 그대로 고기반 뼈반이다. 고기에 어떤 마법을 부리셨는지 뼈에서 분리도 잘 되고 맛도 담백하다. 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잡내도 거의 나질 않는다.


 심지어 밑반찬은 이장님이 직접 농사지으신 것들로 만들어주신다. 기억이 가장 남는 반찬은 겨울을 지낸 배추로 나물을 만드셨는데 진심 너무 달달하고 고소해서 꿀로 양념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 김치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다.


 사실 이 집은 근처 카페에 메뉴컨설팅을 해주러 다니다가 알게 된 맛집이다. 이제 고백하지만 이 집 뼈다귀탕을 먹고 싶어서 최대한 점심시간을 끼고 이동했다. 일주일에 3~4번 가는 날도 있었다. 한 달 넘게 오니 이장님이 안 질리냐고 물어보셨다. 그럴 리가요? 저는 좋아하는 음식은 한 달 정도는 매일 먹어도 거뜬하거든요.


갑자기 뼈다귀탕 예찬론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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