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무지개물고기의 사랑
중국출장 때 진행된 현지 업체와의 기술협약과 콘텐츠 배급 건이 잘 협의가 되어 중국 사업 진출을 위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주 수입원인 동화책판매 외에 전자도서관납품의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사업에 투자하여 중국 현지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중국어로 제작하기 위해 제작인력을 중국에 파견하고 통역사와 현지직원까지 채용했다.
디자인부서에서 윤인석 대리와 박민용 사원, 김지수 사원이 콘텐츠 제작 및 기술이전을 위해 중국으로 파견을 떠났다.
비용은 생각 외로 많이 들어갔지만, 대체로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었다.
나뭇잎들도 어김없이 누렇고 빨갛게 물들며 그 해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직원들의 중국출장 이후 회사 분위기가 중국 사업으로만 쏠려있다.
국내 전자도서관사업이 회사의 주 수입원인 대표비즈니스 사업이건만, 모든 관심이 중국사업으로 바뀌자 김광은 팀장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더군다나 아무 상의 없이 한 회사의 일이라고 국내도서관사업에서 벌어온 수입을 중국에 투자하는 것도 팀장입장에선 불만이고, 이젠 뒷전이 된 듯한 국내 전자도서관사업에 혼자만 바쁜 거 같아 자신만 희생하고 낙오되는 느낌이다.
연일 울려 대는 똑같은 전화벨소리에 대응하며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남들이 말하는 소위 잘 나간다는 대기업에 있다가 이곳에서는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신사업 팀장자리에 지원하여 일하고 있는 것인데, 이 작은 회사에서 자신이 배제되고 일어나는 일들이 못마땅하다.
김광은 팀장은 초등학교 전자도서관 입찰 시에도 장비업체를 소개해 어렵지 않게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자신의 네트워크까지 지원해 가며 최선을 다하는데 사장은 자신을 눈곱만큼도 배려하질 않는다는 생각에 한몫 챙겨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김광은 팀장의 이런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욕심은 대기업뿐만이 아닌 어디에서도 신뢰받기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대기업에서도 자리를 못 잡고 버티기 힘들어서 이직한 것이었다.
김광은 팀장은 전자도서관에 탑재된 콘텐츠의 보안을 풀어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PC에 옮겨놓았다.
사장은 중국사업이 일사천리로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아, 중국출장 때의 약속을 지키려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할 생각이다.
그런데, 김광은 팀장이 자꾸 눈에 가시처럼 걸린다.
그동안 신사업팀장임을 감안해서 눈감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말을 안 듣고 독단으로 처리하는 일이 잦다.
일단 김광은 팀장도 파티에 같이 초대해서 파악해 보고자 생각한다.
와이프에게 이번 중국사업을 설명하니 고생했다며 중국출장 시 함께한 직원들을 집에 초대하여 파티를 여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 초대하기로 했다.
사장은 힘든 시절 와이프를 만나서 지금껏 그녀가 곁에 있었기에 자신이 사업에 집중하며 이만큼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항상 감사하고 있다.
한강이 바라보이는 전원주택에 아침부터 요리사를 초빙해 요리를 준비하고 집의 작은 정원에 예쁜 캠핑조명을 매달아 아담한 파티분위기를 냈다.
해가 질 무렵, 정원의 테이블에 음식을 내와 준비하고 바라보니 해지는 붉은 노을빛과 반짝이는 노란 투명전구 불빛이 어우러져 아담하지만 멋지고 아름다워 보이는 그럴싸한 파티장의 풍경이 완성됐다. 이제 손님맞이를 하면 된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초대받은 직원들이 조금은 놀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어둠이 감돌기 시작한 붉은빛이 감도는 푸른 잔디를 밟으며 아담한 파티장으로 걸어 들어온다.
설사 그 모습이 잔디에 레드카펫이라도 깔았으면 스타가 파티장에 초대된 양 착각할, 아주화려하진 않지만 조금은 블링블링한 화사한 분위기의 모습이다.
첫 번째 스타, 김은희 실장.
뽀글한 머리와 굵은 갈색 뿔테로 자신을 감춘 예리한 눈매의 소유자.
두 번째 스타, 황정선 팀장.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체구에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디자인팀 리더.
세 번째 스타, 김재운 차장.
각진 금테안경으로 작은 눈과 얼굴에 난 점을 가려서 얼핏 보면 정직하게 보이지만 비밀을 간직한 듯한 예리해 보이는 재무팀장.
네 번째 스타, 이필화 대리.
화장발로 치장한 하얀 피부에 적당히 통통한 몸매를 뽐내며 검은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조금은 요염하고 새침해 보이는 그녀.
다섯 번째 스타, 장민호 대리.
세상물정 모르게 어려 보이는 앳된 얼굴에 유난히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 어린 남자.
여섯 번째 스타, 박흥수 대리.
큰 키에 서글한 외모로 오늘따라 별이 그려진 셔츠를 입어서 인지 외모만 보면 동화사직원 중 제일 스타 같은 모습이다.
마지막 아웃사이더, 김광은 팀장.
무스로 짧은 검은 머리를 올백으로 밀어 올려붙여서 양볼이 심술보가 붙은 것처럼 더욱 볼록해 보이고 게다가 배까지 볼록 나와서 유심히 보면 모습이 좀 우습다.
파티장의 테이블에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샴페인을 비롯한 와인과 맥주 등 다양한 술과 여러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한식, 중식, 양식에서 파티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손님은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을 스타처럼 모실 테니, 맘껏 들어요. 저는 오늘 동화사사장이 아닌 파티지배인입니다. 맛있게 드시고 재밌게 놀아봅시다. 하하하”
실크 셔츠와 흰 통바지로 편하게 차려입은 사장이 긴 샴페인 잔을 들고 건배의 제스처를 보내자, 다들 술잔을 든다.
여기저기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편안한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며 공기를 분위기 있게 연출한다.
낯선 분위기지만 음악과 알코올에 취해 금세 분위기는 무르익고, 삼삼오오 모여 자연스럽게 파티장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장 주변으로 여럿 모여 리듬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사장님, 파티분위기가 너무 멋져요. 준비하느라 힘드셨겠어요?”
“고맙네. 준비하느라 와이프가 신경 좀 썼지. 하하하”
“너무 멋져요! 두 분, 정말 행복해 보이시네요.”
김 실장의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이미 잊었다 생각한 과거지만 한때 남자와 부부로 생활했던 시절이 잠시 생각이 나자, 김 실장은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자 진한 붉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켠다.
민호는 사장의 내외를 보며 자신의 미래를 꿈꿔본다.
‘아리따운 부인과 부유한 저택, 여유 넘치는 모습들...’
파티장 모습을 둘러보며 음식과 샴페인을 기분 좋게 들이켠다.
흥수는 민호 옆에서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며 눈치를 보고 있다.
힘겹게 살아온 흥수는 이런 가정의 단란한 분위기가 낯설지만, 파티장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와인을 마시다 보니 긴장도 풀리는 듯하다.
“민호야, 오랜만에 여유롭고 좋다. 그치?”
“응, 그러게. 나두 사장님처럼 살고 싶어. 그럴 수 있으려나?”
“그럼요, 장 대리님.”
멀찍이 떨어져서 엿듣고 있던 필화 대리가 다가온다.
“정말 부러워요.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난 별루, 정말 지루할 거 같아. 오늘밤은 재밌게 마시고 놀자구. 다 같이 짠!”
흥수가 와인 잔을 들어 옆에 있는 민호의 잔에 부딪히며 입으로 가져간다.
목으로 넘어가는 이번와인은 유독 쓰게 느껴지는 흥수.
“우리, 춤출래요?”
필화 대리가 갑자기 민호의 와인 잔을 잡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손을 맞잡는다.
그리곤 가볍게 몸을 음악의 리듬에 맞춰 좌우로 흔든다.
민호는 당황하며 엉거주춤 끌려가다 이내 리듬에 맞춰 상대와 함께 움직임을 맞춘다.
시선이 쏠리고, 함께 보던 사장내외도 따라 춤을 추고, 지켜보던 황 팀장은 옆에 있던 김 실장의 손을 잡아당겨 잡자 김 실장은 깔깔깔 웃으며 마주 잡고 가볍게 몸을 흔든다.
홀로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 맥주를 연거푸 들이켜고 있는 김광은 팀장은 여유롭고 부유해 보이는 사장을 보자 자신이 벌어온 돈을 모두 사장이 갈취라도 한 것처럼 생각이 되어 속에서 열이 슬슬 올라온다.
애써 웃으려니 얼굴이 어색하게 구겨진다.
맥주를 계속 입에 털어 붙고 있다.
하늘에서는 달이 세상을 밝게 비춰주고 청량한 가을바람에 별빛 같은 전구 불빛들도 리듬에 맞춰 살랑살랑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이렇게 파티는 온통 취한 공기 속에 가을밤과 함께 깊어가고….
김은희 실장이 취했다.
구석진 작은 테이블에 앉아 김 실장이 떠들고 있고 그 옆에서 황 팀장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
“황 팀장, 난 말이야~~.”
과거이야기를 이것저것 하며 급기야 음식물까지 토했다.
안주인의 안내로 김 실장은 황 팀장에 이끌려 함께 손님 숙소로 옮겨 가고.
침대에 누워있는 김 실장이 애처롭다.
“참, 외로워 보이네.”
침대모서리에 앉아 있던 황 팀장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술에 취해 잠을 자는 줄 알았던 김 실장이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를 내더니, 잠시 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황 팀장은 그 모습에 눈물을 닦아주고 너무 애처롭게 느껴져 조용히 입맞춤을 한다.
그리고 그녀 곁에 살며시 눕는다.
오밤중이 되어 사방이 어두컴컴하고 쌀쌀하다.
축시쯤 됐을까?
사장의 안내로 손님들은 지하의 와인바로 이동했다.
사장은 와인 마니아답게 와인셀러에는 고가의 와인으로 가득하다.
분위기 있는 은은한 빛깔의 조명아래 와인잔 걸이에는 미끈하게 잘 빠진 잔부터 산모 배처럼 불룩한 잔까지 온갖 다양한 수십 종의 잔이 입을 벌리고 매달려 있고 테이블 위에는 이미 와인과 어울리는 올리브와 치즈, 초리조 등 먹을거리가 가득 차려져 있다.
안주인이 미리 신경 써서 준비해 놨다.
황 팀장과 김 실장이 빠진 민호, 필화, 흥수 대리삼인방과 김광은 팀장, 김재운 차장, 사장내외가 중국에서처럼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야외와는 다른, 분위기 있는 실내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기 좋게 꾸며져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한밤이 되니 밖이 제법 쌀쌀했는데 안에 들어오니 나쁘지 않네요. 여러분 덕분에 오랜만에 이 시간까지 멀쩡히 깨어 있네요. 하하하”
“사장님, 여기 와인바도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너무 멋진데요. 덕분에 저도 즐겁습니다.”
“뭐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야? 아주 좋구먼. 하하하”
옮겨온 와인바의 새로운 분위기에서 좋은 말들이 오가고 기분 좋게 다시 시작한다.
“아주 좋은 와인 한잔씩 대접할게요. 한번 마셔 봐요.” 사장이 한 명씩 고가의 와인을 잔에 따라준다.
“와우! 정말 맛있는데요.”
필화 대리가 한입 마시자마자, 감탄을 연발한다.
흥수는 따라준 와인이 쓰지도 달지도 않은 아무 맛이 없어 야외에서 마신 와인보다 별로라 느끼지만, “그러게요, 대리님. 엄청 맛있는데요.” 라며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어, 이상하네. 전 잘 모르겠어요. 이게 비싼 와인 맞아요?”
민호 대리가 눈치 없이 말하자, 사장이 답한다.
“와인에 익숙해져서 진짜를 알려면 오래 걸리는 법이지, 꼭 와이프처럼 말이야, 하하하”
“넵! 알겠습니다. 사장님.”
큰소리로 말하곤 민호가 다시 와인을 마시자, 다들 웃는다.
이미 많은 술을 마셔댄 김광은 팀장은 얼굴이 불그스레하고 취기가 목까지 올라와 있다.
“사장님, 좋으시겠어요?”
약간 혀가 꼬여 취한 듯 말을 하는 김광은 팀장. 왠지 불안하다.
“그럼, 이렇게 다들 한자리에서 즐겁게 지내니 좋네만, 자네는 어떤가?”
“솔직히, 힘들어 죽겠습니다. 죽어라 일을 하는데 돌아오는 건 없고.”
사장은 내심 기분이 좀 언짢아진다.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질 걸세. 지금 많이 좋아지고 있잖아? 김 팀장이 열심히 해줘서 말이야.”
“그러니까요, 사장님. 돈은 제가 다 버는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팀장님, 취하셨나 봐요? 하하하” 흥수 대리가 말하자,
“취하긴, 제길….”
김 팀장은 자리에서 담배를 들고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사장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안 그래도 김 팀장의 속마음이 궁금하던 차인데, 좀 더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광은 팀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파티장을 나선 첫 손님이 되었다.
김 실장과 황 팀장은 여전히 손님방에 머문 채, 나머지사람들은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지다 동이 틀 즈음 각자의 보금자리로 조용히 사라졌다.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열린 파티는 용의 머리처럼 거창하게 시작하여 길게 이어지다 뱀의 꼬리처럼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됐다.
온몸이 뻐근하고 머리도 깨질 듯이 아프다.
온갖 술을 섞어 마신 탓이다.
김 실장이 눈을 뜨자, 화사한 꽃무늬 커튼이 밖으로부터 밝게 쏟아지는 빛을 가려 은은하게 비치고 있고 불 꺼진 방안은 낯설지만 조용하고 포근하다.
옆을 보니, 황 팀장이 함께 누워 있다.
조금 당황하며 띵한 머리에 손을 얹으며 어젯밤을 떠올려 본다.
‘아, 와인을 너무 마셔서 취한 거 같은데….’
그 이후가 잘 생각이 안 난다. 기억이 조각나 있다.
그런데 아래쪽이 이불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고 허전하다.
밑을 보니 옷을 벗고 있는 게 아닌가! 자신뿐만이 아닌 황 팀장도 함께.
잠결에 느꼈던 감미로운 입맞춤과 흥분이 떠오른다.
‘아, 너무 취했어, 꿈인 줄 알았는데.’
황 팀장을 보자, 김 실장은 자신이 실수한 것 같아서 괜스레 미안하고 창피하다.
어수선한 기억을 정리하고 있는데 “괜찮아요? 실장님”하고 어느새 눈을 뜨고 황 팀장이 묻는다.
“…, 어, 괜찮아. 황 팀장. 어제 와인 마시고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
“음, 어쨌든 어젠 미안했어. 내가 요즘 외로운가 봐.”
“아니에요. 실장님. 전 좋았어요.”
김 실장은 황 팀장의 반응에 좀 당황하며 어색해질세라, 옷을 추슬러 입는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함께 응접실로 나오자, 사장부부가 소파에서 쉬고 있다.
“드디어 일어났구만, 해가 중천이야. 하하하”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야. 파티를 잘 즐긴 거 같아서 우린 좋아요.”
“이젠, 속 좀 풀어볼까?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와이프가 북엇국을 준비했어요. 식당으로 갑시다.”
식사를 하며 사장은 두 사람이 회사를 이끄는 기둥임을 알기에 김광은 팀장이야기를 살짝 꺼내본다.
“김광은 팀장은 요즘 어때 보여?”
“바쁜 거 같긴 하던데, 저랑은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김광은 팀장은 친한 사람이 없는 거 같아요. 흥수 대리가 가끔 이야기하는 거 들으면 좋은 이야기는 안 하던데, 무슨 일 있나요?”
“별일은 아닌데, 좀 불만이 있는 거 같아서, 어제 자네들은 없었지만 기분 안 좋게 일찍 가버렸거든.”
“아, 그래요? 어젠 너무 취했었나 봐요. 생각이 하나도 안 나요.”
김 실장은 어제일이 생각이 나서 스스로 부끄러움에 기억 안 나는 척 감추고 싶은 나머지 사장의 질문을 파악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있다.
황 팀장은 묵묵히 북엇국을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다. 그런 경험이 처음인 황 팀장에게는 잊지 못할 어제다.
각자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서 여느 때와 다르게 이야기가 끊긴다.
“어서들 들고, 가서 쉬어야 다시 열심히 일하지. 하하하”
사장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사발을 들어 북엇국을 쭉 들이켜자, 나머지 사람들도 사장을 따라 국물을 마시며 생각한다.
‘파티 치르느라 고생했어, 고마워 여보!’
‘내가 왜 그랬을까? 황 팀장, 미안해!’
‘옆에 있을게요. 김 실장님, 사랑해요!’
따뜻하고 칼칼한 국물이 각각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마음도 감싸며 달래준다.
※ 축시 : 오전 1시에서 오전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