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가 주말에 부산 여행을 가는데 날씨 때문에 걱정이라길래 돌아보니 여름에 그렇게 더워 땡볕에 쪄지면서 고생한 추억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는 게 생각났다. 기억 미화라며 깔깔거렸지만 미간을 잔뜩 찌푸렸어도 풀들이 햇살이 반짝거렸다는 말이 맞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몸을 푹 담그던 미지근하고 차가운 물들, 저녁의 시원한 맥주 같은 것들이 선명한 걸 보면 그렇다. 학생 시절 내내는 여름을 싫어하기만 했다. 뭐하나 흘려보내지 못하고 벌레가 싫어, 땀 냄새가 싫어, 예민한 사람이라 견디기 힘든 게 참 많았는데. 어느덧 선명해진 것도 어쩌면 사람 때문인가 싶다.
오래 가까웠던 사람들은 모두 여름을 싫어했으니까 긴팔 옷을 챙겨 에어컨 바람을 쐴 뿐이었다.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좋은 사람들이 잔뜩이었던 여름의 대전과 밤하늘이 예쁘다는 걸 알았고, 후배들과 폭염의 날씨에 여행을 다녀왔고, 올림픽에서는 배구팀과 양궁이 전설을 기록했고, 나타샤를 만났고, 여름이라는 이름을 쓰는 팀장님을 만났고,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을 추천받았고, 이번 주에는 여름을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었다. 여름이 좋은 이유를 가만가만 듣고 있으면 하나같이 반짝이고 싱그럽고 풍성한 이유들이어서 그렇게 좋아하는 게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싫은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으면 좋아할 수 있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좋아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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