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 한 동안 감정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언뜻 떠오를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사람 생각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슬픔이나 아픔을 잊기 위해 더 바쁘게 생활하거나 운동과 같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경우도 많다. 어른들도 이런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떨까. 어른보다 이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아이들이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할 때 아빠의 마음이 힘들다는 이유로 강압적인 자세로 엄마얘기를 막으면 아이들은 그것을 분출할 곳이 없어진다.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읽어주고 공유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아침이었다.
초등학교 셔틀버스가 5분 후면 도착할 시간이었다. 아이와 지금 집을 나서야 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런데 큰 아이가 신발을 신다 말고 멈추고는 멍하니 앉아있는게 아닌가.
“보윤아 빨리 신발신고 나가자”
“아빠 나 갑자기 엄마 생각나, 엄마 보고 싶어.”
참 난감했다.
[지금은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보윤아 빨리 학교가야지] 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심리센터 선생님에게 배운 감정읽기 방법이 생각났다.
“보윤이가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구나. 엄마 보고 싶은데 못 봐서 많이 슬프지? 아빠도 엄마 생각할 때마다 많이 슬프고 보고 싶어. 보윤이 마음 아빠도 이해해. 그런데 지금은 학교가야 되니까 우리 먼저 학교에 갈까? 그리고 엄마 생각은 우리 저녁에 집에 와서 러브타임 때 엄마와 있었던 추억 한 가지씩 말해보는 건 어떨까?”
그러자 아이는 이내 화색이 돌며
“좋아 아빠”
라며 신발을 신고 밖으로 향했다.
겨우 위기를 모면한 느낌이었다. 이후 이런 상황은 심심치 않게 찾아왔다. 그때마다 이런 대화기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만약 시간이 촉박한 이런 상황에 떠밀려 아이에게 소리를 치거나 야단을 쳤더라면 아이는 그저 ‘아빠에게 엄마얘기를 하면 야단맞고 혼나는 구나’라고 생각해 더이상 속내를 아빠에게 털어놓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런 하나하나가 쌓이면 추후 아이들이 청소년으로 성장할 시기에 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 힘들지만 부모가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아이에게 적용했던 기법은 ACT기법이었다.
먼저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해(Acknowledgement) 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화(Communication)로 행동을 제한 한 후 대안을 제시(Target behavior)하는 기법이다. ACT기법을 잘 활용하면 아이들에게 야단칠 일이 많이 줄어들고 아이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진다. ACT기법의 장점 중 하나는 이것을 아이에게 적용함으로써 아이는 ‘아빠는 우리를 이해해주는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다음에 이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앞서 형성된 아이와의 신뢰로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더 수긍하고 따르게 된다.
ACT기법은 간단하지만 효과가 강력하다. 어른들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물론 처음부터 익숙할 수는 없다. 가정에서 적용해보면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아이 양육에서 부모의 감정컨트롤은 물론 아이와의 관계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