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찾아올 어둠을 기다린다.
소란했던 도시를 고요히 감싸 줄 어둠을.
그런데 생각보다 해가 길어 쉽사리 어두움이 찾아들지 않는 기분이다.
7시쯤이면 어둑해지겠지 했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던 순간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9시가 되어가는데 하늘은 여전히 완벽한 어둠이 내리기 전이다.
그렇게 가만히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다 저 멀리 프라하성이 점점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본다.
프라하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기 위해 나름의 명당을 찾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하늘만 바라보다가 어둠이 찾아오기 전, 붉게 물들어가는 성의 모습에 먼저 넋을 잃고야 만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날의 더위도 짜증 났던 일들도 모두 잊어버린 채 조금씩 변해가는 하늘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비로소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넘쳐나던 도시가 비로소 고요해지는 그 시간,
그날의 공기, 한참을 앉아있던 밴치, 그리고 눈을 뗄 수 없었던 눈앞의 광경은 여전히 아름다움으로만 간직되어 있다.
비록 그곳에서의 여행의 시간들은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오직 그때만큼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생각해 본다.
그 풍경 속에 있던 나를.
그 속에서 행복감에 젖어있던 그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