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잠깐만 햇빛에 몸을 맡겨도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더위였다.
극한으로 치솟은 더위와 추위를 경험할 때면, 실내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더위와 추위를 각각 네 번씩 겪고 나니 어느덧 편의점을 운영한 지 5년이 됐다. 5년 전 내가 처음 이 동네에 자리를 잡았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우리 편의점이 입점해 있는 회사건물이 지어지자마자 들어왔고, 주변에는 이제 막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5년 동안 주변에 총 4개의 건물이 지어졌고, 각각의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건설현장 아저씨들은 우리 편의점을 자주 이용했다.
유난히도 더웠던 2023년 여름. 날씨 탓이었을까? 건설현장 아저씨들은 아이스크림, 음료, 아이스커피, 얼음컵을 무척이나 사갔다. 덕분에 2023년 여름, 우리 편의점은 역대급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이 오르면서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기분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 이유는 아래의 사진 속 모습 때문이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번씩 총 5개의 파라솔에 저렇게 담배꽁초며 음료며 죄다 버리고 가는 탓에
오르는 매출과 반비례하게 내 기분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분명 외부에도 분리수거함과 쓰레기통을 비치했고, 친절하게 파라솔에 안내문도 적어 붙여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저렇게 쓰레기며 담배꽁초며 아무 데나 버리고 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치우며 '파라솔을 없애는 걸 떠나, 그 자리에서 파라솔을 박살 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었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에서 끝날뿐, 나는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냥 씩씩거리며 내 분을 삭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왜냐고?
"돈" 때문에...
보통 파라솔 하나당 10만 원에 추가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 편의점은 총 5개의 파라솔을 설치했으니 50만 원에 추가매출을 올릴 수 있다. 아무 데나 버려지는 쓰레기에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정신건강 대신 돈을 선택하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고, 버려진 쓰레기를 치울 때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단전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비단 이것은 편의점에서만 드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먹고사니즘이 있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드는 생각일 것이다.
먹고살기 참 힘들다...
나는 그들에게
"쓰레기통 저기 있으니까 아무 데나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라고 따끔하게 말할 용기가 없어, 그냥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도(道)를 닦는다는 심정, 빨리 겨울이 왔음 좋겠다는 마음으로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오래 살긴 틀린 건가?
요즘엔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도 살면서 해야 될 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침묵하고 꿋꿋이 버텨야 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