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 Bori Apr 14. 2024

‘나는 왜 일을 하는가’ 고민해본 적 있나요?

내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

두잉레터에 연재한 <회사를 떠난 지금,> 일곱 번째 글입니다. 

<회사를 떠난 지금,>은 회사를 떠나 자신에게 맞는 일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섯 분의 커리어 인터뷰입니다. 

하단에서 두잉레터를 발행하는 '리드앤두' 정보와 뉴스레터 구독링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리드앤두의 뉴스레터 <회사를 떠난 지금,> vol.7




‘나는 왜 일을 하는가’ 고민해본 적 있나요?

: 내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



안녕하세요. 김상아입니다.
어느새 <회사를 떠난 지금,>의 마지막 인터뷰를 전하게 되었네요. 퇴사 후 이 인터뷰를 기획할 때를 떠올려보면, 삶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시작했던 듯한데요. 여섯 번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퇴사 후의 터널구간에서는 ‘왜’ 일을 하는지 고민하면서, 내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인터뷰가 두어 님들께도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던 삶에서, 일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삶으로 건너간 은지 님의 터널구간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일을 잘하고 싶다는 열망도 강하고 일이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왜 나는 이 정도로 일에 매달리는 걸까? 이렇게까지 일이 중요한가?’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껴본 분이라면 오늘 인터뷰를 꼭 읽어보셨으면 해요.





Q. 일주일에 2~3일 정도 일하고 계시죠. 요즘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 뉴스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코파운더로 시작했다가 일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면서 업무 형태에 변화가 생겼어요. 풀타임 일에 매달리기보다 생각하고 공부하고 싶은 시간을 갖고자 일하는 방식을 조정했죠. 2022년 가을부터 일주일에 2~3일 일하며 나머지 시간엔 대학원 다니고, 책 읽고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번아웃을 겪고 회복하는 약 4년의 기간 동안 쓴 글을 모아 출간도 준비하면서요. 조만간 전원주택으로 이사해 텃밭을 가꿔 채소를 자급자족하는 생활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Part 1. 하고 싶은 일 & 해야 하는 일 & 할 수 있는 일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오래 품으며 지내온 과정



Q.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형태를 만들기까지 배경이 있었을 것 같아요. 과거에 해오신 일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대기업 석유화학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안정적이고 처우도 좋은 업계였지만 해외 영업 파트에서 남보다 제품을 비싸게 팔아야 하는 트레이딩성 업무를 2년 넘게 하다보니 ‘이 일이 과연 세상에 가치를 창출하나’ 의문이 들더라고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사회적 기업으로 이직도 해보고, 지인과 창업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도 없고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단순히 이것저것 시도한다고 좋아하는 일이 찾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저의 첫 터널구간이었죠. 잠시 일을 쉬고 책도 많이 읽고 강연도 열심히 들으면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세 가지의 교집합을 찾아야겠다고 결론 내렸어요. 


그러다가 ‘공유 경제’를 접했고 한국에 진출하려는 에어비앤비 싱가포르 지사에 지원했어요.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요. 호스트와 친구가 되고 살아보는 여행을 추구하는 게 좋았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호스트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걸 보며 동기부여가 되었죠. 추구하던 세 가지가 다 충족되는 완벽한 일을 찾아 4년 정도 정말 신나게 일했어요. 그러다 회사도 변하고 그 변화를 겪는 저도 흔들리면서 번아웃이 와서 그만두게 되었지만요. 




Q. 꽤 오래 만족스럽게 일했는데 번아웃이 올 정도로 바뀌게 된 변화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회사가 커지고 투자를 많이 받으면서 성장을 위해 미션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일어났어요. 당시 한국지사 대표로 있다보니 내・외부적으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서 미션이나 가치를 전해야 했는데요. 내가 느끼는 진심과 다르게 포장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에 힘들었어요. 이 일이 내게 더 이상 의미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그런 척하려니 괴롭더라고요. 직급은 훨씬 높아졌는데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 것 같고, 뭐라도 하려면 본사에 승인받아야 한다는 것도 답답했죠. 그렇게 2년을 버티다가 결국 허리 디스크가 왔어요. 이건 몸이 나에게 주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퇴사를 결심했죠.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일단 제가 좋아하는 태국에서 명상과 요가를 하며 쉬기로 했어요. 지인의 추천으로 쉼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가벼운 구조의 요트 사업을 준비했고요. 한국의 집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계획이 잠정적으로 연기되었어요. 


그러다 에어비앤비에서 함께 일한 동료가 심리 관련 창업을 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밑미’를 함께 창업하게 되었죠. 명상이나 요가, 영성, 심리학은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라 분명 재밌게 일했지만 ‘언제 다시 태국을 가야 하나, 그럼 이 일을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까’ 고민도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책임감에 일하며,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어요.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오래 품으며 지냈고 나는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죠.




Q. 나에게 맞는 형태의 일을 찾아 오래 고민하고 일에 몰입하며 성과도 냈고, 또 직접 창업도 했는데 조직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조직은 계속 성장해야 하고 성장을 하려면 뭔가를 생산하고 팔아야만 하죠. 그게 자본주의의 섭리이고요. 성장을 위해 달리다보면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과 타협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명료해지니 가치관과 맞지 않는 것들과 타협하는 게 진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조직은 생산적이고 목표지향적일 수밖에 없는데 제가 추구하는 삶은 존재하는 것 자체로 충분한 삶이에요.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조직의 생산성에서 벗어나 나의 리듬을 찾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예전에는 조직에 속하거나 조직을 이끄는 것 이외의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조직에 나를 구겨넣으려고 했죠. 나답게 살아가는 일에 대해 고민하다가 제 삶에서 그동안 조직을 ‘불변값'으로 두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조직을 선택지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굳이 조직에 나를 맞추지 않고, 조직에 속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Part 2.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한 삶이라는 착각



Q. 이 시기가 은지 님의 두 번째 터널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퇴사한 이유와도 비슷해서 더 공감이 됩니다.


칼 융이 말한 개념 중에 ‘중년의 위기’라는 게 있어요.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보니 성장하면서 외부의 기준에 자기를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외부로 시선이 향하고, 진짜 내 모습이 아닌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한 다양한 페르소나를 쓰기도 하죠. 페르소나가 진짜 자기라고 생각하고 살다 어느 순간 ‘앗,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삶은 아니었네’라는 자각이 오고, 이때 외부로 향하던 시선이 자기 내면으로 집중되면서 페르소나 속에 숨겨져 있던 진짜 자기를 찾는 과정이 일어나요.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이 시기를 두고 칼 융은 ‘영혼의 진창을 만나는 시기'라고 말했어요. 


번아웃 이후 밑미에서 일하며 고민한 시기가 제겐 두 번째 터널이자 중년의 위기였어요. 그동안 옳다고 믿어온 세계가 허상이라는 걸 깨닫고 그때부터 나의 존재 이유와 삶의 방식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게 되는 거죠. 내 안의 어두운 모습을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비로소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전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만 이 시기가 찾아온다는 사실이고요. 



Q. 영혼의 진창을 만나게 한 ‘은지 님의 허상’은 무엇이었나요?


일이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고, 일을 통해서만 행복할 수 있고, 일로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한마디로 일이 삶의 중심이 되는 삶을 살아왔죠. ‘세상에 의미 있으면서도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목표를 강박적으로 쫓았고, 답을 찾으면 모든 게 만족스러울 줄 알았어요. 에어비앤비와 밑미에서 정답을 찾아 신나게 일했는데 결국 두 번 모두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자 이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그럼 대체 뭘 위해 살아야 하나? 삶에서 일을 빼면 뭐가 남지? 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더라고요. 그때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늘 일로 도망쳤어요. 막다른 길에 들어서야 제대로 이 질문을 마주하게 된 거죠.



Q. 저도 일기에 자주 썼던 질문인데, 답을 찾기 쉽지 않았던 듯해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 과정이 궁금해요.


닮고 싶은 사람들의 삶을 파고들다가 우연히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어요. 교수를 그만두고 글 쓰고 사유하는 삶을 살았던 니체,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며 자연을 관찰했던 소로, 전원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스콧 니어링 부부. 더 이전으로 가보면 예수나 붓다의 삶도 효율성이나 생산성을 추구한 삶은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깊이 사유하고, 자신이 믿는 것을 추구하며 세속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죠.

 

그런 이들의 삶을 깊이 공부하며, 나의 이상향이 생산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럼 왜 나는 생산적인 삶, 일하는 삶에 가치가 있다고 여기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이번엔 그걸 파고들었죠. ‘일이 가치 있다’는 관념은 산업혁명 이후 비교적 현대에 생겨났어요. 사회의 필요에 의해 일을 많이 하는 삶, 일에 몰두하는 삶이 대단한 것으로 포장되고 일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좋아하는 일을 찾고, 일에서 자아실현을 하려고 일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는데요. 그 정도로 내게 일이 가치 있었나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았어요. 진짜 일이 좋아서 매달렸다기보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고 세뇌당한 거죠. 이제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Q. 하지만 우리가 일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부분은 먹고살기 위해서기도 하잖아요. 그 측면에서는 별로 걱정되지 않았나요?


먹고사는 건 숭고한 일이죠. 생계를 위해서는 내가 싫어하는 일이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적인 대비책 없이 퇴사하는 것도 무모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일주일에 2~3일만 일할 수 있는 건 10년 넘게 열심히 일하면서 자산을 모았고, 당분간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이에요. 현실적인 성향이라 일찍부터 투자에 관심을 두고, 제게 맞는 투자법을 찾아왔어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만큼 소득이 많이 줄었지만 배당금이 들어오게 세팅해놓기도 했고, 적게 버는 만큼 삶의 규모도 간소해져서 일상을 유지하는 데 무리는 없어요. 저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사람이 아니라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고 지금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니까 내 시간을 팔아가면서 자아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죠.



Part 3. 적성을 찾다가 발견한 진짜 나만의 일


Q. 은지 님이 추구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자연 속에 살면서 내가 기른 채소를 먹으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작년에 귀촌한 사람들이 모인 ‘없이 있는 마을’에서 주말농장을 가꿀 사람을 모집해서 참여했거든요. 이름처럼 자유롭게 사는 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볼 만하겠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어요. 특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사고방식도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이런 형태의 삶이 쉽지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젊을 때 경험해보기로 했죠. 


과거에는 세상에 휩쓸리듯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것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올바른 사유를 하고 그 사유를 삶에서 실천하며 살고자 해요. 많이 배우고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옳다고 여기는 걸 삶에서 실천하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살고 싶어요. 예전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아닌 남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내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영향을 주고,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말농장에서 수확한 씨앗




Q. 요즘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고 있잖아요. AI가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소름이 돋아요. 자율주행이나 옵티머스가 블루컬러 노동자를, 인공지능 LLM이 화이트컬러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겠죠. 경제적인 파장도 크겠지만 일로 자기 존재 의미를 찾았던 사람들은 이제 무엇으로 자기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인가가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노동에서 자유로워진 신인류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맘껏 생각하고 글쓰고 명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거죠. 바뀌는 세상을 따라잡고, 경제적으로 뒤처지기 않기 위해 자산을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하지 않아도, 내 일자리가 대체되어도, 시간이 남아돌아도, 스스로 가치있다 여길 수 있는 자존감을 키우고 즐겁게 사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은 빠른 변화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사유를 잃지 않는 법을 고민해요. 초기불교 수행법 중 하나인 사마타 명상을 열심히 배우고 있기도 해요. 명상이야말로 인공지능은 경험할 수 없는, 오로지 자신만 할 수 있는 존재적 경험이잖아요.



Q. 두잉레터를 읽는 분들이라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일에 고민이 많은 두어 님들께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지금 일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건 20~30대에 일에 완전히 몰입해봤기 때문이에요. 일은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아쉬움도 후회도 없어요. 모든 것은 변화하기 마련이니 언젠가는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변하는 나를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게 중요해요.








결국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우리 모두에게


그동안 내 적성에 맞는 일의 종류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오래 고민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정을 쏟아 일해야 한다’는 가정을 벗어나진 못했거든요. 은지 님을 통해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관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찾고, 나아가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혹시 ‘코나투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노력, 충동, 경향, 성향'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본래의 자기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내적 경향성을 뜻하는 개념인데요. 모든 이는 각자만의 고유한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기에 자신을 보전하려는 노력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것이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회사를 떠난 지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나다운 일의 방식’이에요. 우리는 각자의 코나투스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그 방법은 자신만이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한다는 것, 나의 코나투스를 높이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요.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왜 내가 일하는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질문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은 없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어요. why가 정립되지 않은 채 고민하는 how는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답을 가져다주지 못할 테니까요. 


끝으로 은지 님이 과거의 자신을 만나면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마지막 인터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개개인의 영혼이 이 삶에서 배워야 하는 게 각각 있고, 그건 자기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결국 그 삶을 살아내는 경험이 제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지금 괴롭고 뜻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결국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Editor. 김상아

Photo. 김상아

발행. @readndo.official

발행일. 2024. 4. 11. 



두잉레터에 연재한 <회사를 떠난 지금,> 일곱 번째 글입니다. 

<회사를 떠난 지금,>은 회사를 떠나 자신에게 맞는 일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섯 분의 커리어 인터뷰입니다.  


뉴스레터 웹에서 보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하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발견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