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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Oct 17. 2021

1인 가구에게 배달음식 최소 주문액은 가혹해

2인분의 세상

배달 춘추 전국 시대


코로나가 2년째 창궐하면서 삶의 모습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식문화도 그중 하나이다. 감염을 막기 위해 여러 명이 모이는 외식이 눈에 띄게 줄면서 집밥의 종류가 다양해지며 배달이 보편화되었다. 상가를 둘러보면 예전과 달리 밀키트 판매 가게부터 포장/배달 전문 음식점이 눈에 띈다. 집에서 식사를 예전보다 자주 하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이다.  


코로나 전에도 우리나라의 음식 배달은 전 세계 Top tier 수준이었지만, 음식은 짜장면 같은 중국음식, 치킨, 피자, 족발, 보쌈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다양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음식을 집에서도 배달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육회, 아보카도 연어샐러드, 베트남 쌀국수, 커피, 케이크까지. 그야말로 배달 춘추 전국시대가 밝았다.


다른 대륙의 음식을 내 집 앞까지 30분이면 대령할 수도 있고 디저트와 음료도 배달되는 세상이다. 요즘에는 편의점도 배달이 되더라.


또한 간편 결재가 보편화되면서 정말 클릭 몇 번으로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간편 결재를 해 놓으면 마치 내 돈 주고 먹는데 공짜로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결재가 보편화되면서 배달원과 면대면으로 계산을 하는 행위는 생략된다. 모든 과정이 매끄럽다. K-배달 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첫 주문 쿠폰, 치킨데이 쿠폰, 특정 시간 할인 쿠폰 등 프로모션으로 유혹한다. 많은 사람이 배달 문화에 젖어들었다.






2인분의 세상


편리한 K-배달 앱 앞에서 1가구는 종종 배달을 망설인다. 유일한 장벽은 '최소 주문액'이다. 보통은 만 오천 원에서 많게는 2만 원까지 다양하다. 분명한 건 1인분의 음식을 시키면 '최소 주문액'이라는 허들을 넘기기가 어렵다.


간짜장만 먹고 싶은 날에도 볶음밥을 같이 시킨다. 다음날 먹는 볶음밥은 조금 식어있다. 먹고 남은 피자는 냉동실에 넣어서 하루고 이틀이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치킨 반마리 먹고 다음날 치킨 마요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간짜장도 볶음밥도 피자도 치킨도 사랑하지만 많이 시키면 가끔은 버겁다. 햄버거 1+1 행사를 하는 것을 보았으나 그림의 떡이다. 아니 앱 안의 햄버거다.


네가 많이 못 먹는 게 아니냐 물으신다면 맞다. 한때는 위대한 식욕과 그에 걸맞은 소화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담낭절제술 이후로 많이 못 먹게 되었다. 쓸개가 없는 토끼 되시겠다. 내 동년배 친구들도 소화력이 예전만은 못한 것 같다. 물론 2인분은 2인을 위한 양이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배달비를 받는다고 해도 최소 인건비를 고려하면 당연히 '최소 주문액'이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1인 가구 입장에서는 2인분의 음식을 매번 시키기는 음식의 양이나 금액이 부담이 된다. 편리해서 시키고 싶은데 음식을 남거나 며칠 동안 같은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우리는 '최소 2인분의 세상'에 살고 있다.






1인분의 삶, 1.5인분의 지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가계동향조사(지출 부문)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5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가구원별 소비지출 금액은 1인 가구는 약 142만 원, 2인 가구는 약 201만 원, 3인 가구는 약 298만 원, 4인 가구는 약 371만 원이다. 1인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1.5인분의 지출이 든다.


혼자 살아도 집도 차도 하나를 쓰고 티브이도 절반만 볼 순 없고 하나를 봐야 한다. 수도, 가스, 전기 등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도 남부럽지 않게 든다.






네모의 꿈? 2인분의 꿈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을 지나~"


화이트 유영석의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가끔 2인분의 세상에서 1인분으로 살아간다는 건 네모난 세상에 동그란 몸을 각 잡고 욱여넣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네모 각진 모서리에 가끔 아플 때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다. 선택이 그렇듯 장점과 단점이 있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 참, 여러 번의 경험 끝에 배달 후 다음 날 먹어도 좋은 음식은 마라샹궈같은 볶은 음식이다. 가장자리에 딱딱해지는 피자나 불어버리는 짬뽕과 달리 다시 볶아 먹으면 더 풍미가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식대로 1인분의 삶의 꾸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네모의 꿈'은 이렇게 끝이 난다.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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