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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해성 Mar 31. 2024

03-31

 요즘 글을 쓰지 않는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매년 그래왔던 것 같다. 봄은 꽃이 피는 죽음의 계절이다.    

  

 삶과 죽음이 계절의 순환과 참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봄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겨울이 있다. 봄이 바래서 겨울이 오는 것도 아니고, 겨울이 바래서 봄이 오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오는 것이다.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다. 살고 싶다고 죽지 않는 것이 아니고, 죽고 싶다고 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봄과 죽음을 아쉬워할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모든 것은 흘러간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향하듯이 우리네 삶도, 계절도 흐른다. 유속이 빨라지고, 느려질 뿐이다. 스물셋, 이런 말을 하기에는 다소 어린 나인가 싶다가도, 늘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으니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어린데, 풋풋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려 보이려나? 나의 인생은 그냥, 사는 대로 살아지는 그런 인생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즐거운 것도, 행복한 것도 없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이게 병적인 증상이고 아니고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상태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나 또한 이러한 내가 싫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하루하루에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히 해내는 삶이 좋다. 이런 상태가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헤매었다.      


 이 긴 시간을 버텨준 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 잘해보자고 다독여 본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이 또래 다른 친구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내가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아직도 정답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는 별종이 맞다. 남들과는 다른 그런 특이한 사람. 그런데, 어떤가. 내가 내 인생 이렇게 살겠다는데, 배짱 좋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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