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녕, 나의 프놈펜…

[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에필로그

by 이건

캄보디아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지난 보름 동안 프놈펜의 파란 하늘을 잠시 빌려 쓸 수 있었다. 간혹 비가 내렸고 정말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덥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불심이 깊은 데다가 성품이 착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배려의 마음은 한국에서 굳었던 내 얼굴과 마음을 녹여 주기에 충분했다.


감히 무언가를 가르쳐 주겠다고 왔다가 오히려 왕창 깨지고 돌아가게 되었다. 모두가 다 똑같이 소중한데 괜히 나 혼자 구분하고 구별했던 못된 모습도 이참에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어제는 한 친구가 선물이라며 예쁜 컵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또 다른 친구는 하트 모양으로 종이를 접어 주었고, 캄보디아 국기가 새겨진 장식 목도리도 받았다. 해 준 것도 별로 없는데 받기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맙다.


만남이라는 설렘, 그러다가 매일 보면 무뎌지는 일상, 그리고 막상 헤어질 때가 되면 왠지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내 얄팍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내 어리석음으로 인해 혹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나 않았는지 하는 것이다.


이번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를 치르며 충분히 경기를 즐겼고 현지 도핑검사관들과도 함께 협업하며 배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도핑검사의 의미와 중요성, 깨끗한 스포츠를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캄보디아 검사관들이 업무를 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는지 돌아보면 내 능력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앞으로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이곳 친구들과 교류해 보려고 한다.


2년마다 개최되는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내 마음은 2025년 태국 방콕으로 향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진 캄보디아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잘 있어요, 나의 친구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