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Day 10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지구촌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외모를 보고 대략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지역과 출신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서로가 닮아가고 있다.
어제는 캄보디아 국적의 선수가 검사를 받기 위해 도핑관리실을 찾았는데 캄보디아 말을 잘하지 못해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외모도 오히려 동북아시아 쪽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람 느낌도 나고, 또 싱가포르 사람 같기도 한 그녀는 본래 일본사람으로 운동을 위해 캄보디아로 국적을 옮겼다고 했다. 다행히 일본에서 온 검사관이 현장에 있어서 큰 문제없이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또 다른 캄보디아 선수는 서구형 체형에다가 모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모를 겸비했으며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왠지 이곳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니 미국 댈러스에서 왔는데 아빠가 미국 분이고 엄마가 캄보디아 사람이란다.
많은 선수들이 운동에 상당 시간을 투자하는 데다 또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다 보니 통역이 필요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하긴 예전 도쿄올림픽 때도 그랬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나는 한국팀 선수들을 도맡아 검사하다시피 했었다.
여담이지만 한국 도핑검사관들의 장점은 먼저 검사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뛰어나 올림픽 때도 한국 검사관에 대한 선수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물론 선수가 직접 검사관을 선택할 수는 없다. 도핑관리실 매니저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적합한 검사관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 대회의 도핑관리 업무는 여러 나라에서 온 국제도핑검사관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브루나이, 일본, 미얀마, 싱가포르, 라오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에서 파견 나온 도핑검사관들의 통역 지원이 없었다면 업무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이번에 배치된 캄보디아 현지 검사관들 중에는 다양한 언어가 가능한 재원들도 많다. 의대생, 약대생 그리고 법대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아 업무를 배우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어느 나라 선수가 와도 바로 검사가 가능한 준비된 통역 어벤저스. 그들 덕분에 이번 대회는 이제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