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바다 올레길 걷기

5시간 걸린 순례의 길, 2022. 10. 15

by kaychang 강연아

아들의 원룸 스튜디오에서 뒷편으로 나가면, 5분도 채 안걸리는 곳에 바닷가가 있습니다. 처음엔 호수인 줄 알았는데요, 핀란드 자체가 내륙 깊숙히 위치하면서도 바닷물 또한 깊숙히 들어차 있습니다.


섬과 호수가 각각 17만여개와 18만개가 있다고 하니, 가히 섬과 호수의 나라라고 칭할만 합니다. 한가지 특징을 들라하면, 내륙 깊히 바다가 들어와 있기에 마치 죽은 바다처럼 고요합니다. 출렁거리기야 하겠지만 태풍, 싸이클론 등 자연재해로부터 매우 자유롭습니다. 방파제가 전혀 없습니다.

미리 아들을 통하여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호수같은 바다 위에서 썰매를 끌고 타는 사진을 봤었기에, 이곳에 온 첫날부터 새벽 일찍 걸어나가서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래 구글 지도를 보면서, 남편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꼭 한번 한바퀴 둘러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저도 같이 엉겹결에 토요일 아들이 새벽까지 공부하고 돌아온 날을 잡아서 출발합니다.

말이 필요없습니다. 온통 습지로 뒤덮혀 있는 이곳은 바다를 끼고 돌 수 있도록 촘촘히 만들어놓은 올레길을 따라 가면, 옆으로는 빽빽한 단풍나무 숲과 사이사이에 철새 전망대가 있고 바닷물과 정박해 있는 개인요트 등등 잠시라도 한눈 팔지 못하게 붙들어 맵니다.


초행길이었지만 걷는 이 입장에서 보자면,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불편함 없이 최대한 안전하게 가꾸어 놓았습니다. 중간 중간 개인주택들의 사적 공간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공적 영역을 개방해 놓은 열린 올레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걷는 내내, 걷기 하거나 자전거 타는 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열에 여섯명은 시니어들입니다. 열에 일곱은 반려견을 끌고 나옵니다. 그중 나머지중 칠할은 노르딕 스틱으로 걷고 나머지 삼할은 걷기만 합니다. 겨울철 눈이 오면 노르딕 스틱이 걷기에 요긴하다고 합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스틱의 도움이 절실할 겁니다.

해안가 쪽으로는 바다를 바라보는 부촌들이 쭉 깔려 있습니다. 과거에 지나쳤던 플로리다 휴양지가 전혀 부럽지 않아 보입니다. 단순함을 지향하는 문화이지만, 부자티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아침 바람이 꽤 세고 춥습니다. 해안가 카페에서 몸을 녹였습니다. 빈 자리에 앉았더니, 오전 11:30 예약된 테이블이었습니다. 약 30여분 커피와 스낵 먹으면서 창바깥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바깥 풍경과 지나치는 사람들 바라보면서, 순간적으로 여기 핀란드 맞아?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짧은 기간동안 여러 모습의 핀란드이미지가 겹쳐지기에 그런가 봅니다.

핀란드 커피는 미지근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은 뜨거운 음식 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스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광활한 바닷가에서 낚시가 빠질 수 없을텐데요... 손자 낚시법 가르치려고 일찌감치 나온 프랑스 어른이 있었습니다. 핀란드에서 디지틀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아들네에 묵고 있다고 합니다.

목적지에 가까이 갈수록 큰 도로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새벽, 바다를 가운데 두고서 한바퀴 빙 돌아 걷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세시간이 넘어가면서 계속 칭얼대면서 걸었습니다. 넘 힘들어서 이틀뒤에 델리로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되었거든요. 그런데 지나치던 풍광은 정말 절경이었고 비가 약간씩 내리는 와중에 새로운 경험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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