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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Kurts Oct 11. 2021

사일런스(The Silence)

고요함의 도시, 그리고 무관심


고요하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불빛도 밝고 사방은 수많은 라이트가 드리우고 있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지 않는 밤이다. 우아하지만, 우아하지 않다. 환상적이지만 환성적이지 못한 밤의 시작에 괜한 공허와 허망함이 잔뜩 밀려온다.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는 차갑고 습하다. 꿀꿀해진 기분 탓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찌그러진 음료수 캔을 힘껏 내찼다.     


탕탕탕, 또르르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깡통 캔은 데구르르 돌다 바닥에 멈춰 섰다. 지나가다 사람이라도 맞으면 어떡하나 싶어 움찔해서 주변을 살펴보다 아무도 없음에 괜히 가슴을 쓰러내리면서 안심을 한다. 그리고 잽싸게 주워 은색 원형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역설적이게도 아무도 없는 공간은 적막하다 못해 무겁고 어둡고 그리고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저 깜빡 깜빡이며 사방을 밝히는 수십 개의 조명과 초록빛을 내며 건너라는 신호를 알려주는 횡단보도 신호등만 제 일을 할 뿐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고요하다.     


한껏 하늘 위로 뿜어내던 분수대도 어느 순간 제 힘을 잃고 잔잔하고 고요한 물결을 만들었다. ‘똑똑’ 흘러내리는 물방울의 움직임만이 불과 얼마 전까지 움직였다는 것을 보일 뿐 밤은 모든 움직임을 서서히, 아주 조심스럽게 멈추어 가게 만들어간다.     


왕복 2차로의 거대 교차로에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일괄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지만, 도로 위에는 자동차 한 대,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도로 위에 올라서 초록불이 되었다가 빨간불이 반복적으로 바뀌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차로 위에서 넋을 놓고 한참이나 서서 전방을 주시한다.     


1900년대 후반 지어진 중세풍의 건물은 웅장함과 우아함까지 지니고 있다. 건물이 지어진 초기에는 시청 역할로 쓰임새를 구가하다 시청이 이사를 하면서 현재는 도서관으로 변모해 이용되고 있다. 도서관 입구로 드넓게 이어진 기다란 도로와 주변의 인공 자연풍경은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들어가는 입구마다 노랑빛의 자연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의 가로등은 보기만 해도 설레는 느낌을 자아낸다. 당연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장소다.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곳이지만 사람 한 명 없는 황량한 이곳은 오히려 더욱 어둡고 무서운 느낌이 든다. ‘탈칵’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고층빌딩에 켜있단 불빛들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한다. 퇴근이라도 시작하는 것인지 불빛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한다.     


저 멀리서 시작한 어둠은 어느새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조금 더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툭 툭’하면서 어둠이 점차 빨리 다가오기 시작하자 도서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둠에 둘러싸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많은 불빛과 네온사인 반짝이는 모든 것들이 하나둘씩 빛을 읽고 어둠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일단은 사람,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찾아야 한다. 끝자락에서 시작하던 어둠은 200m, 150m, 100m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고층빌딩에 켜져 있던 수만 개의 불빛들이 하나둘 씩 빠른 속도로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 도서관 앞 정문에 도착해 숨을 한참 헐떡이면서 특이하고 괴상한 이 광경을 보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꿈이란 말인가? 여기는 무엇이고 대체 무슨 광경을 보고 있단 말인가. 손에 땀이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갑작스러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넋이 나가버렸고 손이 파르르 떨려버렸다. 도서관 문고리를 손에 꽉 쥔 채 붙잡고 행여나 놓칠세라 주변을 다급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체, 대체 어딨는 거야! 왜 아무도 없는 거냐고!”     


도심은 메아리만 칠 뿐 그 누구도, 아무도 화답을 주지 않는다. 그 누구도 마치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응답이 없다. ‘털썩’ 무릎 꿇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무엇이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방법도 장소도 그 무엇도 알 수 없이 의욕도, 의지도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한참을 파르르 떨다 온몸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고 어느덧 그 자리를 더 이상 일어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눈은 점차 가늘게 떠지고 있었고 눈빛은 퀭하게 바뀌어버렸다. 한참 동안 꽉 쥐고 있던 도서관의 문고리도 힘이 풀린 듯 서서히 놓아버렸다.     


도심은 이야기한다.     


무관심은 여전히 숨 막힐 듯 어느 순간 목을 죄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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