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브런치스토리 글과 책으로만 뵈었던 작가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글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순식간에 3시간 반이 지났다. 작가님도 다음 모임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고, 나는 근처 구립도서관에 들러 빌리고 싶은 책이 있었다. 도서관은 우리가 있는 곳에서 걸어서 갈 수도 있었고 전철로는 바로 다음역이었다.
일주일 전쯤에 지인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도서관이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문제는 아직 도서관 회원증을 만들지 못해서 마음이 급했다. 작가님과 헤어져 곧바로 전철로 이동해 빛의 속도로 내달려 도서관에 도착했다. 아직 20분의 여유가 있었다.
곧바로 회원증을 만든 후 책을 검색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빌리고 싶은 책이 대출 중이다. 반납 날짜를 살펴보니 아직 한참이 남았다. 일주일 전에 와서 검색했을 때만 해도 대출가능한 상태였는데, 그때는 왠지 모르게 시간은 있었는데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어서 인터넷으로 가입해 회원증 만드는 게 귀찮아 뒤로 했던 참이었다. 나의 안이함이 불러온 현실 상황이다.
10분 뒤면 마감 시간인데도 도서관에는 남녀노소 사람들이 많았다. 포기하고 나가려는데 손이 허전하다. 이날은 집을 나올 무렵 비가 와 장우산을 지참했다.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살펴보니 회원 가입하는 인터넷 기기 옆에 내 우산이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도서 검색 기기도 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쉽사리 떠나지 못하고 다시 검색 기기에 책 명을 기입하고 검색했다.
대출 가능이 뜬다! 두 눈을 의심하고 다시 한번 본다.
대출가능(비치중)
“이게 머선 일이냐!”
신간코너다. 청구기호 종이 출력이 안된다. 핸드폰 사진으로 청구기호만 찍어 신간코너를 찾아본다. 시간은 마감시간 5분 전이었다. 이 도서관은 두 번째로 온 곳이다. 신간코너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안내를 하고 계시는 듯한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여쭙는다. “도서관 직원분이세요? 신간코너 어디예요?” 직원분이 대신 찾아주겠다며 청구기호를 물어 핸드폰 사진을 보여드렸다. 하지만 책이 없다. 직원분도 서가를 다시 살펴보시고 나도 두 번 세 번 살펴본다. 없다.
“없네요. 대출 중인가 봐요.”
“네 여기서 몇 분 전에 검색했을 때는 대출 중이었는데 밖에서 다시 검색하니 대출가능으로 뜨네요.”
“여기서 대출 중으로 나오면 밖에서도 대출 중이에요.”
사서 선생님이 검색을 한다.
“대출가능으로 나오네요.”
“네 누군가 방금 전에 반납하셨나 봐요.”
직원분이 앞서고 나는 뒤따른다. 마감시간 2분 전이다.
직원분이 반납 서가에 가 책을 찾아 내게 내민다. 감격이다. 기기에서 책을 빌려 뿌듯한 마음에 가슴에 안았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검색하길 잘했다. 아직 반납 일자가 한참 남았는데도 기일 안에 반납해 주신 분 덕분이다.
점심을 먹은 지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갑자기 배가 고프다. 책을 안고 낯선 동네 거리를 걸으면서 ‘포기’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일은 빨리 포기하는 게 좋을 때가 있고 어떤 일은 하는 데까지 해봐야 하는 일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아아, 이번 일은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한 번 더 검색해 보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