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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Apr 11. 2024


가장 좋아하는 잠. 어쩌면 일상 중 가장 행복한 시간. 잠시 시간 감각조차 잊고, 침잠할 수 있는 시공간.


하루 중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고단하고 지칠 때, 불안이 엄습하고 막막때, 스스로에게 보상을 하고 싶을 나는 잠을 선택한다. 활력이 없고 무기력할 땐 잠은 자도 자도 또 자고 싶다. 잠은 지금의 내가 유일하게 누리는 사치.   


잠은 내가 나를 마주하고 나를 허용하고 때론 나를 일깨우고 모든 걸 잊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더 잠을 의지할지도.


때론 사회적 시선과 가치관을 의식해 자책할 때도 있지만, 나를 믿고 잠의 사치와 게으름을 나 스스로에게 허용한다. 그래서 잠은 내 게으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할 때에는  평소 누린 만큼 잠을 줄인다.  잠을 잘라내고 깎아낸다. 평소 누린 사치와 게으름을 생산적인 일로 변환한다. 또다시 누릴 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적인 일에 모든 시간을 들여 몰두한다. 잠의 시간과 일의 시간이 균형을 이루며 덕분에 내 삶은 외줄타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잠이 좋은 것은 꿈이 찾아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는 잠을 의지하고 꿈에 기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가진 유일한 처방책 잠과 꿈. 그곳에서 나를 잃고 나를 찾는다.  


잠은 소생과 회복의 시간이면서도 어쩌면 영유아 시기로 퇴행하는 시간일지도. 엄마의 품속처럼. 잠은  행복의 원천이면서도 나를 퇴행으로 이끈다. 어쩌면 잠은 내가 당당하게 퇴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닐까. 그렇다면 잠의 시간을 빌려 맘껏 퇴행해야지,  내 영유아 시기와 조유 가능한 허용된 시간이니. 그렇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내가 확보하고 방해받지 말아야 할 시간 잠. 내게 잠이 중요한 의미가 있듯이 타인의 잠을 훼방해서 안 되겠지. 그래서 나는 타인의 잠을 염려하고 타인의 잠을 배려하는 사람에게서 어머니의 마음을 본다. 어머니의 마음이  잠과 함께 함을 본다.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을 잠과 어머니의 시간으로 보았을 때, 상징적으로 밖으로 향하는 시간을 활동과 아버지의 시간으로 대치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잠으로 침잠하는 것은 아버지의 시간으로의 이행에 장애가 생겨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매미가 땅속에서 몇 년이고 잠을 자듯 인생의 큰 주기에서 보았을 때 이런 잠으로의 침잠의 시간도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 되었거나 내게 있어 잠은 날 살리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서 내가 균형을 상실한 지나친 잠으로의 침잠은 독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동시에 지나친 잠으로의 침잠과 퇴행을 방지하는 것은 지금 내게는 바깥으로의 시간과 활동 장치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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