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를 한번... 네? 6개월 교리교육이요?

생각할수록 괜찮았다.

by 모도 헤도헨

이제 고민은 고만하고, 부딪혀 보기로 했다.


지역카페에 '성당에 다녀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 글을 올렸다.

몇 분이 댓글로, 따로 채팅으로 답을 주셨다.


일단 내가 가야 하는 성당이 어디인지 알려주었고(교회처럼 아무 교회나 내가 선택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주소에 따라 정해진 교구의 성당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우리 집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몰랐다), 미사 시간표를 보내주었고, (성당에서 미사를 드려본 적이 없다는 말에) 미사 중 두 번 앞에 나가는데 첫 번째는 헌금 내는 것이니 따라 나가면 되고 두 번째는 영성체 시간인데 세례 받은 신자만 받는 것이니 가만있음 된다고, 나머지는 그냥 다른 사람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했다.

쑥스럽거나 하면 같이 가줄까 하는 분도 있었고, 그 외 여러 가지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성당 사무실에 전화해보라며 연락처를 알려주는 분도 있었다.


이렇게 한 발짝 더 나아가놓고도, 얼마간 시간을 흘려보냈다. 신이나 종교나 신앙생활이나,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따로 더 생각하고 싶지 않던 때였다. 그때 내 교회 생활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불편하고 불쾌하고 불행했지만, 또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익숙한 대로 지낼 수 있었다. 남편에게는 나의 상태와 고민에 대해서 꾸준히 털어놓고 있었고, 목사님 부부와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도 "언젠가 개종할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들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미사를 드려봤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지만(이 말이 크게 결례가 되거나 오해를 사지 않을 거라 믿은 이유는, 피정에서 느낀 바를 공유하기도 했었고, 사모님이 목사님과 결혼 전엔 천주교 신자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여지를 남겨둔 상태였다.


사실이었다. 개종의 문 앞까지 와서 섰는데, 노크를 못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의 아이들에게 믿음을 전하는 것은, 신앙교육을 하는 것은 믿음에 진심인 엄마로서 중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방식에 대해서는 '믿음 좋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실천하는 바와 좀 달랐을 테지만,) 어쨌거나 최소한 주일에 같이 교회를 오가고 같은 신앙적 경험을 공유하는 건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내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를테면, 걸을 때 어쩌다 찌릿한 정도였던 티눈이 발을 땅에 디딜 때마다 통증을 일으켜서 도려내기로 결심하는. 과식하면 더부룩해져서 소화제로 견디다가 무얼 먹어도 토해서 정밀검사를 하기로 결정하는.

3주에 걸쳐 예배 중에 일어났는데, 간단히 말하면 설교시간에 내가 공격받는다고 느꼈다. 나로서는 거의 확실했지만, 피해의식처럼 나의 착각일 수도 있으니 가볍게 넘겨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되질 않았다.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민망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 예배 내내, 주일 내내 사로잡혀 있다가, 자다가도 툭툭 떠올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저렇게 말할 일인가? 하긴, 내가 그동안 잘못을 많이 하긴 했어. 혼날 수도 있지... 만! 저런 식으로 설교에서 말한다고? 목사가? 아냐... 내가 착각한 걸지도... 그래, 내가 과잉 해석한 거겠지, 설마... 그런데 나밖에 없지 않나. 저 말을 들을 사람은.


무한 쳇바퀴였다. 그런데 그 담주에 갔는데 또.

예배 내내 식은땀이 날 정도로 나는 내 생각과 싸워야 했다. 이건 예배도, 안식도 아니었다.





그제야 성당 사무실에 전화했다.

(나는 누군가의 호의적인 인도를 받는 것보다, 전화로 묻고 인지한 절차대로 혼자 움직이는 게 쉬운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성당은 처음인데요, 미사를 한번 드려보고 싶어서요. 그냥 시간에 맞춰 가면 되는지..."

"네, 그냥 오심 돼요. 그런데 마침 다음 주부터 교리교육을 시작하는데, 교리반에 등록하시겠어요?"

"교리교육...이요?"

"네. 입교해서 6개월 동안 교리 배우고, 내년 부활절에 세례를..."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입교'라는 절차가 있다는 것, 아니 단어조차도 금시초문이었고, 교리교육이 있다는 것도, 그것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것도 몰랐다. 그것도 6개월이나...!

이 '예비신자' 과정을 거쳐야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건데, 내가 세례를 또 받아야 하는 건가, 순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1년에 두 번 개설하는데, '마침' 다음 주에 시작이라는 말에, 이번에 놓치면 내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일단 연락처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얼떨떨했다. 이 '때마침'이 혹시 인도의 징표인 걸까? 그렇게 믿고 싶기도 했고, 그냥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코가 꿰는 게 아닐까 망설여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6개월이나 배울 교리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6개월이라... 세례를 주기 전에 무려 6개월을 준비시킨단 말이지? 내가 경험한 개신교와 차이점 1번이었다.


*(내가 다닌 성당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두 달이 지나서까지 꾸준히 신입생을 받았다. 보강을 따로 한다고 했지만, 아주 철저하게 하는 것 같진 않았다. 물론, 그런 상황이 불만스럽지도 않았다.





생각할수록 괜찮았다. 6개월. 교리교육. 예비신자.

내 믿음생활이 괴롭고, 개종을 고민하는 것이 무엇 때문이든(그러니까 단순히 나의 방황이든, 교회와 불화이든, 신의 인도이든) 6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해놓고 한번 알아보는 거다. 나 혼자 머리로 고뇌하고, 대충 밖에서, 아니면 기웃거리면서 알아볼 게 아니라, 성당에서 '교리교육'을 받으면서. '예비신자'로서.


그렇게 알아보고, 경험해본 후에 아니다 싶음 돌아오자. 그사이 교회 안에서 내 마음도 평온해지고, 오해도 풀리고, 관계나 믿음도 회복되고, 그런 과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눈과 귀를 열어보자. 6개월 동안 마음껏, 제대로 고민하자.


그러니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6개월 동안 교회도 다니고, 성당도 다닐 생각이었다. 하지만 2주 만에 그만두었다. (교리반이 주일반밖에 없어서) 주일 아침 성당에서 교리교육 받고, 헐레벌떡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미사를 드리러(6개월 동안 교리교육을 받는 것뿐 아니라 미사 참례도 필수다) 다시 성당에 가고... 에너지가 들기도 했지만, 그렇게 나름대로 애써서 간 교회에서 위에 쓴 것과 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6개월의 회색지대 기간을 갖는 건 그대로, 하지만 교회에서 벗어나서 고민하는 걸로 마음을 정했다. 남편에게 말하고, 교회에 말했다. 나로선 조심스러웠으나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었고, 떨떠름한 양해를 받았다.


아이들에겐, 엄마가 믿음에 대해 고민하느라 성당에 다녀볼 거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두어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럼 교회는 같이 안 가? 우리도 성당에 가도 돼? 근데 뭐가 다른 거야?) 주일에 같이 차를 타고 가다, 성당 근처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교회 잘 다녀와~ 엄마도 성당 잘 다녀올게!" 그럼 아이들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엄마도 미사 잘 드려!"

아이들은 순수하게 궁금해했고, 단순하게 수용했다. 나를 마지막까지 막았던 허들이 제일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들에, 나는 거의 언제나 미소를 짓는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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