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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Aug 10. 2024

무출산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양육자로 살아남기

나는 출산율 0.778프로 시대의 자랑스러운 싱글맘이다.

이번 챕터에서는 '무출산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양육자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혼 전에는 '출산의 의미'라든가, '양육에 대한 두려움'이라든가, '한 부모 가정의 어려움'이라든가에 대한 아무런 개념이 없었다. 무언가 사회에 대단한 기여를 하기 위해 비장하게 출산을 한 것도 아니었고, 당연히 둘이 함께 양육할 줄로 기대했기 때문에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은 1%도 예상치 못했다.

사실 내가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이런 아픔을 지닌 채로 인생을 살아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래 인생은 원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니까.
아마도 신은 내가 이런 정도의 짐은 감당할 수 있는
아주 강인한 사람인 줄 아셨나 보다.
그래, 그렇게 쿨하게 여겨보면 양육자의 버거움 따위는 가벼워질 수도 있다.


이혼 후,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성격 상의 변화를 겪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평소 타인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는 쿨하고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데다가, 굉장히 솔직한 타입이어서 숨김이 없는 투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혼 후 엄마로서 살아가면서 나의 아이에게 해가 될까 봐, 개인적인 이야기는 숨기게 되고, 나도 모르게 침묵으로 인해 거짓을 말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게 됐다.

직장에서는 사적인 이야기를 가급적 삼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 다소 냉정하고, 조금은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이 되어버린 것도 같다.


주변에 홀로 아이를 양육 중인, 많은 양육자들은 대부분 이혼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이혼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내 자녀에게 절대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편견 어린 시선 속에 비난받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도 앞에서는 쿨한 척하지만, 뒷담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남의 이야기를 쉽게 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패로서 내 이야기를 굳이 언급하지 않게 됐다고나 할까.


하지만 글을 통해서는 내 진실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말만 많고,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는 비겁한 몇몇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


나는 싱글맘이 되어서야, 비로소 강해졌다.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걱정하는 사람들께 따뜻함에 감사할 줄 알게 됐고,
내게서 이익만 취하려고 아첨하는 사람들의 간사함도 구분할 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런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굳건히 나의 심지를 굳히며,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도 구분해 가며,
현명하게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이혼 후, 혼란함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의 어려움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을 위로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겁나서 이혼을 못 하는 많은 분들께, 이혼해도 괜찮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우리는 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음에도 이혼을 하는 걸까?'
'아이를 홀로 키운다는 것은 힘들기만 할까?'
'이혼은 과연 아이에게 상처만 될까?'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이혼하면 안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혼을 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상처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폭력적이고, 싸움만 있는 위협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장 과정 내내 행복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오히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도 이혼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렇다. 세상에 안 괜찮은 일은 없다. 출산도 이혼도, 양육도, 모두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 무언가를 안 했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 되리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혼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게 됐다면, 이왕이면 즐기면서 하면 어떨까? 부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자라는 것이지, 일방적인 희생은 아닐 것이다.


  잠시 양육의 어려움과 사회 분위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이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당연하게도 저출산의 위기와 그 속도에 놀라게 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후속 세대들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되면서, 문득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비록 이혼은 했을지언정, 사회에 속한 개인으로서 '출산과 양육'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도 된다.
어려움 속에 기꺼이 출산하고, 양육한 우리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_*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어쩌다가 출산과 양육이
칭찬을 받을 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걸까?





싱글맘이 되어버린 후로, 재혼을 꿈꿨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만났던 몇몇 분들과 결혼정보업체 매니저들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애초에 '재혼 상대자'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무출산자' 혹은 '비양육자'를 내걸었다.

비양육자라니..... 무슨 양서류, 포유류도 아니고, 왜 그런 분류를 해놓은 걸까?

게다가 그들은 양육자라면 양육 중인 해당 아이가 어릴수록 선호했고, 내 아이가 친아빠와 만나지 않는 상황인 것을 선호했으며, 만약 재혼한다면 영원히 아이의 호적을 파서 '친양자 입양'을 하겠다고까지 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혔다. 재혼은 내가 하는 것인데
아이를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것일까.
왜 내 아이가 그들에게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존재 자체로 거부당하는 모멸감을 참아야 하나.

시작부터 저렇게 조건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내 아이에게 온전하고 조건 없는 '아가페적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사랑은 둘째 치고, 내 아이에게 상처는 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지금은 세상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재혼 시장에서 속좁고 이기적인 부류의 사람들과 몇 번 대화를 나눈 뒤로, 나는 재혼이라면 꿈도 꾸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내 아이와 마음껏 행복할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참 좋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해맑게 아이처럼 살 수 있어서 더없이 만족스럽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 티 없이 해맑게 웃고 까르르 웃음 짓는 아이들의 그 순진무구함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원래 쉴 새 없이 떠들고 뛰어다니며, 질문하고 시도하고, 재밌는 것을 찾아다니며 분주하게 노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아이들의 밝음과 통통 튀는 유쾌함이 나는 참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심각하고 재미없는 어른들의 삶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고, 어려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돼서, 마치 나도 아이가 된 기분이 들어서 더 좋았다.




삶을 사회에서 규정한 대로의 정형화된 바람직한 가정을 이루고,
그들이 기대하는 어른처럼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언제까지나 철들지 않은 채 아이처럼 세상을 가볍게 즐겨도 되지 않을까.
더구나 이혼이라는 절차를 통해, 보너스로 '시댁'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되었고,
'사회적 기대'라는 규율에서도 자유로워졌다.


 무출산을 권하는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양육자로 살아간다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 아이가 없고,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그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 혼자 살면 무슨 재미일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겨주는 보람과 즐거움은 그 어떤 취미생활의 즐거움과도 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열 달 동안 내 몸에 품고 있다가, 나의 뼈와 심장과 피를 같이 하던 한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고, 누워있다가 걷게 되고, 의지하다가 점점 독립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애완동물 한 마리를 키워보아도,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뿌듯하며 행복한 일인지를 공감하실 것이다.      


물론 가끔 너무 지치고 짜증이 날 때도 많다. 여유 있어 보이는 미혼 싱글들이 부럽기도 하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며 살고 싶은 마음도 종종 든다. 그러나 퇴근 후 돌아와서, 맛있게 저녁밥을 먹고, 한참 떠들어대고 뛰어다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곤히 잠들어 있는 천사 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너 때문에 살아야겠다. 더 멋지고 근사한 엄마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만약 내가 출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출산을 권하는 사회'에서 출산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출산한 삶'도 충분히 행복하고 가치 있으며,
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싶은 마음이다.
 
어떤 가정에서든 모든 새 생명이 존중받고 기꺼이 사랑받으며 자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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