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거울 속 아이가
나를 바라본다
벌써 철이 든 거울 속 소녀는
하루가 고달파 더디 간다고
등이 자꾸만 저리다고
짊어진 어깨가 너무 무겁다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거울 속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한 번 고달픈 삶이
질기게도 따라붙는다고
꿈도 희망도 없을 바엔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떨구어버린 씨앗 때문에
이도 저도 못 한다고
절망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거울 속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삶도 한 번 얽히면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처럼
풀어가기 어렵다고
불행이 점지된 거라면
그 길 걸어가지 않겠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맨바닥에 패대기쳐지는
개구리처럼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체념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거울 속의 여자가
문득 가여워진다
손바닥으로 그녀를 더듬어
웃어보라고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슬프다
그녀에게 눈을 맞추고
살며시 미소 지어 본다
그녀도 못 이기는 척 따라
웃는다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