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혼자만의 시간.
한국에서 나는 워킹맘이었다. 워킹맘에 주말부부였다.
아직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한 딸을 위해 시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옆 동으로 이사했고, 시어머니께서 딸을 봐주셨다.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최대한 내가 불편하지 않게 해 주시려고 애썼고, 그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항상 감사한 마음부터 든다.
하지만 부모님의 도움도 한계가 있었고, 나는 일하는 엄마+ 아빠의 부재까지 책임져야 했다.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두 번 다시 돌아가기 싫을 만큼 힘든 시간들이었고, 멀리 있는 남편에게 하소연을 할 때마다, 조금만 참자. 폴란드 주재원 가면 편해질 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온 폴란드는 나에게 정말 신세계였다.
동경하던 외국 생활도 물론 한 몫했지만, 평일 낮 혼자만의 여유를 가진다는 건 정말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햇살이 가장 잘 드는 방을 서재방으로 정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모두 그 방에 넣었다.
평일 낮, 햇살이 드는 책상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노라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한 번씩 강아지를 산책하는 현지인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딸의 하교시간보다 조금 일찍 하교하는 현지 학교 아이들의 뛰어가는 모습도 구경하고 있으면, 반쯤은 이방인이 되었다가 반쯤은 현지인이 되었다가 기분이 묘하다.
이 시간, 이 공간, 특히 햇볕이 잘 드는 맑은 날씨는 폴란드에 살고 있는 나의 행복지수를 최상으로 올려준다.
그래서 한국 귀임이 두렵기도 하다.
먼저 한국 베란다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겠지. 아파트 다른 동과 마주하거나, 아파트 놀이터 같은 아파트 안의 어딘가와 마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 가면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4년이라는 긴 휴직 후 복직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은 벌써부터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 가급적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과연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은 있을까. 점심시간에 혼자 밥 먹는다고 그러고 책을 읽으면서 간단하게 샌드위치 같은 걸 먹으면 어떨까. 벌써부터 나는 독서시간 사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폴란드에 있는 이 시간 이 순간이 정말 감사하고 아쉽다.
이런 감정을 글로 정리해 놓으면 이때의 내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한 번씩 꺼내볼 수 있겠지.
서재방. 풍경. 이 날의 햇살. 이 날의 행복한 내 마음.
모두 차곡차곡 마음속에 담아 놓고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