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기록 (2)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의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체험학습 장소에 도착했다.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은 무조건 신이 나 보였다. 답답한 교실을 떠나 늘 입던 교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곳에 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그 순간순간이 즐겁고 행복했으리라.
오전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고, 오후 시간을 맞이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을 주었다. 지금은 체험학습을 가면 점심까지 학교에서 준비해 주는 경우가 많다. 예산 등을 활용하여 도시락이나 햄버거를 단체 주문해 주는데, 당시는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 오라고 했다.
정해진 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고 약간의 자유시간을 가질 것. 늘 그렇듯.
"선생님! 식사 맛있게 드세여!"
하며 까르르 웃으며 떠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선생님들은 근처 식당을 향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그제야 하루 종일 들고 있던, 반장 세정이가 주었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옆반 쌤도 마찬가지.
주변에 있는 선생님들이 더 성화였다.
"한번 열어봐요~ 궁금하네~?"
덩치가 큰 옆반선생님의 가방을 열자마자 그 옛날 소풍에서 자주 보던 5단 찬합이 나왔다. 칸칸이 김밥에 과일에 샌드위치에... 끊임없이 나오는 그 도시락은 너무나 화려해서 쳐다볼 수 없었다. 게다가 곁들여주신 음료수까지. 그야말로 흔히 말하는 '소풍 도시락의 정석'.
"와~~ 어머나~~~ 어머니 정성 좀 봐~"
"어머~~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도시락의 크기에 비례한 반응은 식당을 가득 채웠다.
도시락의 주인공인 옆반 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럴 수밖에. 담임 선생님 중에 이렇게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받은 사람은 그뿐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내 도시락에 시선에 꽂혔다. 그의 도시락보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도시락. 순간 열까 말까 고민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많이 망설였다.
"쌤도 열어봐요. 뭔지 궁금한데?"
성화에 못 이겨 연 도시락 안에는 커피 두 캔, 그리고 삼각김밥 두 개가 들어있었다.
순간, 분위기가 이상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듯 보였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누군가 운을 뗐다.
"이거 직접 만드신 거야? 대단하신데~? 맛있겠는데요?"
마침, 음식이 나왔다.
"자~자. 이제 밥 먹을까요?"
학년부장님의 한 마디에 모두 식사를 시작했다. 상 위에는 두 개의 도시락이 놓였고, 우리는 모두 그것을 나누어 먹었다. 먹는 내내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불편했다. 이 감정이 무얼까.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인정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두 개의 도시락을 비교했다.
옆반 쌤의 도시락은 화려했고, 내 것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교사가 된 첫 해의 나는 너무나 미숙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인데 솔직히 옆반 쌤의 도시락과 내 도시락을 비교해 보며 내것은 너무 초라하다고 느꼈다.
초라함의 끝은 속상함이었다. 그 속상함은 발령받고 난 후 수개월동안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챙겨주고, 살뜰히 상담하고, 애써서 가르친 내게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감정은 바로
'억울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