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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은 기회를, 평범한 질문은 실망을 남긴다

질문 하나로 결정되는 당신의 매력과 품격

20대 초반,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때였다. 연수 마지막 일정으로 회사 사장님과의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모두가 긴장과 설렘 속에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담회 말미에 사장님께서 신입사원 모두에게 질문할 시간을 주셨다. 그 자리에서 내가 했던 질문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사장님께서 발탁 승진을 두 번이나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에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였다. 두 번째는 “현재 회사가 음악 비즈니스를 메인으로 하고 있는데, 혹시 음악 외에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고려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요?”라는 질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사장님의 경험과 회사의 비전에 대해 알고 싶었다. 사장님은 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 주시며,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계시는 내용과 일에 대한 철학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이후 다른 동기의 차례가 되었다. 그 동기는 “SKT 자회사인데, SKT 직원들이 누리는 복리후생을 우리도 누릴 수 있는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순간 사장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차분히 “그런 부분은 인사팀에 물어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셨다. 사장님은 질문에 대한 답을 주셨지만, 살짝 실망하신 듯한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사람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보여주는 도구였다.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나는 전략기획실로 발령받았다. 전략기획실 신입 공고가 뜨지도 않았고 내가 지망하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의아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사장님과의 간담회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질문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질문은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떤 질문은 상대방의 지혜와 통찰을 끌어내는 반면, 어떤 질문은 순간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질문은 그 자체로 우리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나는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어떤 태도로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던지는 질문 속에 담겨 있다.


다음번에 질문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자. 그 질문이 나의 가치와 태도를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을지를.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대화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Towfiqu barbhu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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