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 하나가 당신을 특별하게 한다
20대 초반, 신입사원 연수를 받던 때였다. 연수 마지막 일정으로 회사 사장님과의 간담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모두가 긴장과 설렘 속에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담회 말미에 사장님께서 신입사원 모두에게 질문할 시간을 주셨다. 그 자리에서 내가 했던 질문은 두 가지였다. (중략)
이후 다른 동기의 차례가 되었다. 그 동기는 “SKT 자회사인데, SKT 직원들이 누리는 복리후생을 우리도 누릴 수 있는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순간 사장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차분히 “그런 부분은 인사팀에 물어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셨다. 사장님은 질문에 대한 답을 주셨지만, 살짝 실망하신 듯한 표정을 숨길 수는 없었다.
위 내용은 앞서 내가 브런치에 작성한 글의 일부 내용이다. 이 글을 읽으신 한 구독자님께서 '질문을 잘하는 방법이나 팁'도 알고 싶다고 하셔서 오늘 글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질문의 근본적인 목적을 생각해 보자.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실 질문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더 근본적인 목적이다. 결국, 질문이란 단순한 정보 교환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잘 던진 질문 하나가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센스 없는 질문은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위 사례의 내 입사 동기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궁금한 것에만 집중하면 무례한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으며, 사회적인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령,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연봉을 묻거나, 첫 만남에서 개인적인 신상을 캐묻는 것은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은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고, 중요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센스 있는 질문이 필요하다. 상대방과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효과적인 질문을 던지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상대방이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을 질문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으려는 태도가 아니라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신입일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같은 질문은 상대방이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존중받는 느낌을 주게 한다.
다음으로, 감탄형의 질문을 던지는 것도 효과적이다. "어떻게 이렇게 성실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조리 있게 말씀을 잘하세요?" "항상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요." 같은 질문은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상대방이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가도록 유도하며, 대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답형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보다는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이 더 좋은 대화를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였어요?" "어떤 점이 가장 만족스러우세요?" 같은 질문은 상대방이 단순히 ‘네’ 혹은 ‘아니요’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상대방이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질문의 기술이 단순히 어른들 사이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들과 대화할 때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아이들이 잘하는 걸 발견하고 그 비결을 물어보면 아이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사랑스럽게 알려준다. 또 "어쩜 이렇게 말을 이쁘게 해?" "어쩜 이렇게 끈기가 있어?" "어쩜 이렇게 인사를 잘해?"와 같이 감탄형으로 질문해 준다면 아이들과 자연스럽고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어?" "어떤 점이 좋았어?"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좋은 질문은 어른과 아이를 막론하고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대화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좋은 질문 하나가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사람까지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대화를 터뜨리고 관계를 깊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질문 하나로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대화의 질을 바꾸며, 더 나아가 예상치 못한 기회까지 얻을 수도 있는 법. 좋은 질문이 좋은 대화를 만들고, 좋은 대화가 특별한 사람을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Good questions outrank easy answers.”
"좋은 질문은 쉬운 답보다 가치가 있다."
-Paul Samu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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