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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호 Nov 10. 2024

그리움은 닿을 수 없는 거리

예전 쓴 글 옮김.

푸른 논밭사이를 걷고 싶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길을 거닐고 싶다.

그 길의 끝에는 어머니가 있다. 내 기억속의 환한 미소와 함께 어머니가 거기에 있다.

어머니는 나란 나무를 이곳에 남겼다. 나는 어떤 열매를 맺을까? 열매를 맺기 위해선

먼저 꽃이 피어야한다. 나는 지금 꽃을 피어야 할 시기이다.

열매전에 꽃이 피어야 하듯, 헤어지기 위해선 먼저 만나야 한다. 나는 어머니와 만나고, 헤어져 버렸다.

그리움은 원동력이다. 난 어머니와 헤어진 후에야 그리움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움은 나의 나무에도 내려와 있다. 꽃이 좋은 건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꽃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달콤함의 예기이다.

사실 나도 열매에서 시작해 이렇게 서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꽃이 피었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 열매에서 우리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을 터, 하지만 기억은 짧다.

기억은 꽃이 피는 시간만큼이나 짧다. 기억이 무한하다면 그리움이란 없을 것이다.

그리움은 닿을 수 없는 거리이기도 하다. 닿을 수 없기에 안타깝고 애뜻하다. 그 그리움은 마음속에 머무는 거 같지만 뭔가를 그리게도 하고 추억하게 한다. 엄마는 생전에 장님이 불쌍하다 했고, 영원히 살면 생이 재미가 없을 것이라 했다. 지금 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나의 가지 어딘가에 그리움이란 열매가 맺고 한번은 화려하게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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