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1919 to 2022
종기는 지수를 교회에서 만난지 일 년이 넘었지만 지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지수는 종기가 자기를 지독하게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숙희와는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도 지수가 나타나면 입을 닫았다.
지수는 교회에서 그런 종기를 만나고 나면 매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거울을 보면서 내가 왜 그렇게 싫은 거지 하면서도 제까짓 게 했다. 지수도 종기를 만나면 찬바람이 나도록 냉랭해졌다.
그해에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프로야구 이전에 고등학교 야구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심사였다. 박노준은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해내는 야구 천재였다. 박노준은 지수의 우상이었다. 고교야구 결승전이 있던 날 지수는 숙희와 함께 꾀병으로 조퇴하고 동대문 야구장에서 박노준을 외쳤다. 숙희는 김건우가 최고라고 했다.
지수는 저녁을 먹으면서도 TV에 나오는 박노준의 모습을 보고 서희와 종세에게 박노준이 어떻게 야구 천재인지를 입이 아프게 설명했다. 종세는 지수가 어찌 그리 야구를 잘 아는지 신기해하며 종알거리는 지수의 입만 바라보았고, 서희는 여자애가 그런데 관심을 갖는다며 핀잔을 주었다.
교회에서 돌아온 지수의 가방에서 야구공이 있었다. 박노준의 싸인이 들어간 야구공이었다. 누가 넣어났는지를 알 수 없었다. 교회에 다녀오는 길이었으니 교회의 누군가 일 것이었지만 짐작은 가지 않았다. 숙희에게 전화해 볼까 하다가 괜히 쓸데없는 말이 나올까 싶어 말았다. 누구든 때가 되면 고백하겠지 하면서 지수는 박노준의 사인이 들어간 야구공을 신줏단지 모시듯 책장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