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 광주
From 1919 to 2022
지수는 중3이 되었다. 지수의 몸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서희는 언젠가부터 종세에게 지수의 몸을 가렸다. 지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서희로부터 여자의 몸에 대한 설명을 받았다.
군인들은 사대문 안을 지나는 모든 이동을 통제했다. 총을 든 군인이 수시로 버스에 올라타 모든 사람을 간첩처럼 의심했고 누구든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끌려갔다. 서희는 지수에게 버스에서 군인들을 쳐다보지 말고 창밖으로 보라고 했다. 행여 눈이라도 마주치면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만 지어주고 아래를 보라고 교육시켰다.
사람들이 이유도 모르고 끌려갔다. 경찰들은 동네 불량배들을 영장도 없이 잡아갔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종세는 TV에서 전두환이 나오면 ‘저 도둑놈’이라고 했지만, 서희의 눈초리에 종세의 목소리는 담을 넘지 않았다.
지수는 요즘 부쩍 공부에 재미가 들렸다.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서희는 부지런히 지수를 들이밀었지만 지수에게는 숙희와 함께 집에서 하는 공부 재미가 최고였다. 서희도 지수가 공부 잘하는 숙희를 따르는 것이 났겠다 싶었다. 물론 지수와 숙희가 보내는 시간의 반은 남자 이야기였다. 지수와 숙희는 교복의 치마 길이를 서로 재가며 이불속에서 깔깔거렸다.
지수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니 종한 삼촌이 있었다. 종한은 끔찍이도 지수를 귀여워했던 젊은 삼촌이었는데 굉장히 오랜만에 지수를 보았는데도 종한은 그런 지수를 보고도 웃지 않았다. 종세도 서희도 표정이 어두웠다. 서희는 지수에게 눈치를 주며 어서 네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서희는 지수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안방 문을 닫았다.
종한은 종세의 사촌 동생이었고 육사를 나온 장교였지만 하나회는 아니었다. 광주의 진압군으로 있다가 시급한 일로 육군본부에 온 길에 종세에게 잠시 들렀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형님"
"그렇다고 네가 뭘 어찌한다고 달라지겠니"
"그래도 제 손으로 그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잖아요"
종한과 종세 그리고 서희의 침묵은 길고 깊었다.
"도련님!"
"전쟁 때 보니 독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더라고요. 독한 자는 결국 남의 손에 죽더군요. 어느 쪽이든 너무 독하게만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전쟁이 아니면 사람은 죽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