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 - 서거

From 1919 to 2022

by 시드니


지수가 학교에 가던 버스에서 사람들이 모두들 신문을 들고 탄식했다. 대통령이 서거했다는데 지수는 ‘서거’가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죽었다는 말인 것은 같은데 어제까지 멀쩡하던 대통령이 죽었다니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대통령이 죽었다며 묵념을 시켰다. 지수는 묵념을 하면서도 박정희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죽을 수도 있는 건가 했다. 숙희도 같은 생각이었다. 숙희는 박 대통령이 죽으면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는지를 물었으나 지수는 박정희 말고는 아는 대통령이 없었다.


지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 종세가 집에 있다는 사실에 정말 큰일이 났구나 싶었다. 종세와 서희는 지수가 알 수 없는 대화를 이어 갔고 불안함이 온 집안을 뒤덮었다.


박 대통령이 시해당한 지 두 달이 안돼서 결국 사달이 났다. 그해 12월 12일 밤 서울 시내에서는 밤새 전쟁이 난 듯이 콩 볶는 총소리가 이어졌고, 서울은 그대로 마비되었다.


종세는 병원문을 열지 않았다. 지수를 학교에 보내야 하나 했지만 서희는 전쟁 통에도 빠지지 않았던 학교를 총소리 하나에 결석을 하냐며 종세가 유난을 떠난고 했다.


지수는 등교했지만, 선생들 중 반이 출근을 하지 못했고 결국 오전 수업으로 변경돼서 일찍 집에 왔다. 선생님도 거리의 사람들도 모두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의 눈빛이 흔들였지만 아무도 누가 총을 쏘았는지 누가 잘못한 것인지 누가 죽었는지 누가 이겼는지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1979년 그 겨울은 침묵 속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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