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 911
From 1919 to 2022
핸드폰을 잡은 지수의 손이 덜덜 떨렸다.
지수는 몇 달 전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 돌아와 효근이 소개해 준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수는 그날도 오전 일찍 잡힌 미팅 때문에 집을 나서려다 속보를 알리는 TV를 보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TV에서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계속해서 중계되었지만, 이를 전하는 기자도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모두 할 말을 잊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제 껏 나온 모든 전쟁과 재난영화에서 조차도 상상되지 않았던 장면이 무참한 현실로 되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로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로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걸고 또 걸고 오전 내내 지수는 손바닥에 있는 핸드폰을 바라보고 받지도 않는 전화를 걸고 또 걸었다.
그 사이 숙희의 전화도 있었지만 지수는 받지 않았다. 받을 수가 없었다. 지수는 또다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부정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로저가 그 건물에 있을 확률을 계산하기도 했다. ‘그 사람이 왜 거기에 있겠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오후가 되자 지수는 지쳤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방바닥에 쓰러져 누웠다. 이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띠리링 ~
진동과 함께 핸드폰 소리가 나자 가늘게 뜬 지수의 눈이 커졌다. 국제 전화였다. 지수는 마른침을 삼키고 질끈 눈을 감은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수 ~ 나야 지금에야 전화가 되네 ~ 지금까지 통신이 완전 먹통이었어. 무슨 전화를 이리 많이 했어? 나 괜찮아!”
“살아있어요?”
“허허허 ~ 살아있으니까 이렇게 전화하지 ~ 난 거기 없었어. 오! 그렇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 여긴 온통 전쟁터야”
그제야 지수의 웅크린 몸이 펴졌다. 몸에 피가 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아득해지고 어지러웠지만 숨통이 트이는 기분에 몽롱해졌다.
“나 보다 먼저 죽지 말아요”
“헤이 ~ 지수 내가 지수보다 몇 살이나 더 많은 줄 알아? 지수 죽는 거 보고 죽으면 난 늙어 죽어!”
그날 밤 지수는 정말 오랜만에 깊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세상은 21세기의 시작 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혼돈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