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 오 ~ 필승 코리아!
From 1919 to 2022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그날 서희가 지수에게 한 말이었다.
2002년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이 열렸다. 그리고 기적이 있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한 번도 승리해 본 적이 없는 48년 만에 첫승을 올리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8강, 또 4강까지 오르자 대한민국은 미쳤다. 광화문과 시청은 수십만 명의 붉은 악마가 외치는 ‘오 ~ 필승 코리아!’의 함성으로 메워졌고, 사람이 있는 대한민국이라면 그 어느 곳에서도 같은 함성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나라 없는 땅에서 태어나 그 설움을 다 겪고, 또 해방이 되니 반토막이 나서 부모형제가 서로 총칼로 심장을 후벼 파고, 가난과 굶주림은 끝도 없었지만 그것도 견뎌냈어”
“하지만 어디서 맺힌지도 모를 그놈의 ‘恨’은 뭘로도 없어지질 않더라. 그런데 이제 이렇게 자랑스러우니 그 ‘한’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아”
“엄마! 그렇게 좋아?”
“응! 좋아 너무 좋아! 이게 독립이야 ~ 이리 자랑스러우니 너무 좋다. 한 번도 내 나라가 이렇게 내놓고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어~”
2002년 6월의 그 어느 날 광화문이든 어디든 모일 수 있는 곳이라면 모두 모였고, 낼 수 있는 소리라면 모두 모아 ‘오 ~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대한민국의 가슴이 뛰었다. 대한민국 모든 이의 심장이 고동쳤고 모든 이들이 부여잡고 뛰고 소리쳤다.
“오 ~ 필승 코리아!”
그 시간 서해 연평도에서 북한의 도발로 해전이 발생했다.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했고, 18명이 부상당했으며, 함정은 격침되었다. 북한군의 피해는 더 컸다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그저 서해에서 북한과의 교전이 발생했다는 지나가는 한 줄 뉴스가 다였다. 이날 꽃 같은 청춘들이 손발이 잘려나가도록 싸웠고, 죽어서도 총을 놓지 않았다는 사실은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려졌다. 그리고 그 며칠 전 경기도 양주에서 길가던 소녀 효순이와 미선이가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깔려 어이없고 무참하게 피워보지도 못한 꽃이 되고 말았다. 그 사실 또한 그 뜨겁던 유월에는 무심히 모른채 지나가 버렸다.
2002년 6월 한반도의 시간은 잔인하고 화려한 슬픈 붉은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