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느슨해지는 걸 느낀다.
어쩌면 너와 걸었어도 좋았을 길.
느슨해진 마음으로 걸으니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팔을 휘적휘적 흔들어보고
별것 아닌 농담에 크게 웃어도 본다.
밤공기가 참 좋으니까. 바람이 참 부드러우니까.
꽁꽁 감싸두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고
헐거워진 마음의 입구로 바람이 분다.
한동안 마음에 쌓아두었던 돌멩이들을
걸음 뒤로 하나씩 떨어트린다.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
갈 곳 없는 걸음. 길이 끝나도 상관없다.
뒤돌아 왔던 길을 다시 걸으면 그뿐이다.
그래서 나는 유난히 좋았던 길을 또 걷는다.
길의 끝을 멀리서 바라보며
다음엔 꼭 너와 함께 걷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내가 이곳에 버려둔 것들이
너와 걸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만 같다.
버리고 싶은 것조차 없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