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퇴사기 #1
“어제 마신 술이.. 죄송해요, 사모님. 오늘은 일을 못 나갈 것 같아요.”
“어머 ㅁㅁ씨~ 어제 많이 마시긴 하더라. 그래요. 잘 쉬고 내일은 보도록 해요? “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첫 서점에서의 회식은, 모든 알바생이 집결한 가운데 술에 강한 사장님과 술에 덜 강한 직원들의 주거니 받거니 대작이 밤 12시에 다가갈 즈음, 정신이 있던 상태로 방문한 화장실에서 무의식의 경계를 조우하고 다른 이에게 이끌려 집 현관에 놓인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몸에 흡수된 알코올 때문에 타인에 의해 안전한 장소로 워프 된 사건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 있는 일이었고-첫 번째는 술이 물로 보이던 대학 시절의 MT였다-, 결국, 이틀 뒤, 술병으로 인한 지독한 감기를 사유로 그만두었다.
퇴사 사유에 대한 미안함, 책에 대한 끈끈한 애정, 지리적 가까움 등등 덕분에 손님으로서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당시 같이 일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 둘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정직원 시스템으로 바뀌는 흐름을 보면서 좀 더 뻔뻔하게 버텨볼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한 두 번 하기도 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까지 7여 년의 기간 동안 다른 직종에서 경력을 쌓고 퇴직을 결심한 날, 나의 첫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정직원 체재로 바뀌었어도 여분의 인력이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무엇에 홀린 건지, 전화를 드렸다.
“그래요, 내일 우리 한번 볼까요. 11시쯤 오면 좋을 것 같은데.”
“네, 내일 뵙겠습니다.”
그리고 3년 반 뒤, 나는 그곳에서 두 번째 퇴사를 하게 된다. 미련 없이.
확고한 목적이나 계획이 있지 않는 한, 들어간 곳이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첫 출근일에 파악해 버린 것이 아닌 한, 웬만하면 익숙한 곳에서 다니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서점이라는 한 직종에서 퇴사와 이직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내가 왜 이러나 싶었던 순간부터 다소 평안에 이르렀지만 방심할 수 없는 현재까지의 마음을 정리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