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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설 Feb 06. 2024

청소하는 마음


  <청소광 브라이언>이라는 웹 예능이 요새 인기다. 가수 브라이언이 카메라를 향해 “I hate people”이라고 소리치고, “더러우면 싸가지 없다”라고 말한다는 짧은 인터넷 기사를 보았을 땐 인류애가 부족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알고리즘 때문에 유튜브 계정에 자꾸 뜨는 탓에 호기심이 생겨 영상 한 편을 다 보고나니 재밌긴 재밌다. ‘한 번만 내 맘을 들어줘, every day every night I am missing you’라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가수가 저 정도로 깔끔했구나, 저렇게 유머 감각이 있었구나, 이제야 알게 되어 신기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기를 돌린단다. 직접 청소기를 돌리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쪽에서는 로봇청소기도 가동시킨다. 이부자리를 정리할 때에는 이불을 주름 없이 쫙 펼쳐두고 침대 위 베개들도 각 맞춰 놓는다. 손을 세워 손날로 배게 가운데에 착! 하고 짧고 경쾌하게 누르면, 호텔에 있는 베개처럼 브이 모양으로 눌린다. ‘착!’ 하는 그 행동이 웃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두면 예쁜 건 사실이다. 집안에 향초를 여러 개 켜두기도 하고, 빨래를 할 때도 세제나 섬유유연제 뿐 아니라 향기 부스터 같은 것들도 함께 넣는다. 대단한 사람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지런함 덕분인지 화면에 비친 브라이언 집은 깔끔하고, 그곳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상태를 좋아하지만 부지런하지는 못한데다가 청소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난, 마냥 깨끗한 집이 부럽다고 생각만 한다. 게으름과 깔끔한 상태는 공존할 수 없겠지만, 만약 적은 노력을 들여서 집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그간 혼자 살면서 깨닫게 된 건 그때그때 바로 치우는 게 가장 적은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싱크대에 김치 국물을 흘리자마자 쓱 한번 행주로 훔치면 자국은 금방 사라진다. 그러나 말라붙어 버린 다음에 닦으려고 하면 힘을 주어 여러 번 닦아야 한다. 나중에 하려면 힘이 더 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더러운 곳을 볼 때마다 어휴, 하고 한숨이 나오고 매번 불쾌하기도 할 거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정도는 생각하지 않고 바로바로 정리하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면서 이부자리를 정돈한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이불을 개면 그 안에 진드기나 세균 같은 것들이 갇혀서 번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인터넷 글을 본 뒤로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정리하지 않고, 약간의 시간을 둔다. 그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환기를 시키며 화장실에 다녀오고 꼬미 밥도 주고 배변 패드를 버리고 새로 까는 동안 세균이 좀 사라지길. 침구류들을 각 맞추어 정리하지는 않고, 그냥 보기 좋을 정도로 이불을 잘 펼쳐두거나 개어둔다. 각이 잘 맞지 않아도, 주름이 있어도 난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곤 전날 저녁에 설거지해서 식기건조대에 말려둔 그릇들과 식사 도구들을 주방 선반 안으로 정리해둔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 뒤에는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기 위해 청소기를 돌리면서, 그 김에 집 전체 바닥도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기를 작동시키는 김에 하는 게 따로 한 번 더 돌리는 것보다 덜 성가시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를 한다. 미뤘다가 하려면 설거지거리는 늘어나고 더 귀찮아진다. 분리수거 통은 다 차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아파트 분리수거 날에 꼭 비우려 한다. 이때 비우지 않았다간, 다음 분리수거 날이 될 때까지 넘치는 분리수거 통을 보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 일요일에는 샤워 후 화장실 청소를 하고, 집안 바닥 물걸레 청소도 한다. 먼지가 쉽게 쌓이는 곳도 걸레질을 하고, 화분에 물도 준다. 


  더 자주 청소를 하는 사람들도 많을 테도, 또 어떤 이들은 더 적게 하겠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의 빈도가 알맞은 것 같다. 적당히 불쾌하지 않으면서도 덜 귀찮아지는 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이 엄청 깨끗하지는 않다. 쓴 물건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아 쉽게 어지럽혀지기도 하고, 마룻바닥에 얼룩이 생겨도 며칠 동안은 못 본 척 하기도 한다. 


  청소가 이토록 귀찮다면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맡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덜 깨끗하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공간은 직접 쓸고 닦고 싶다. 평소보다 지저분해져 버린 집을 청소하다보면, 내가 요새 정신이 없었구나, 일이 바빠서 그랬나,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던 건 아닌가, 와 같은 생각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면서 내 마음도 살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소를 하고 말끔해진 집을 볼 때면 뿌듯해지기도 한다. 혼자서도 내 집을 잘 꾸리고, 잘 살고 있다는 생각까지 문득 든다. 청소를 다 끝내고 깔끔해진 집에서 차를 마시면 그것도 얼마나 상쾌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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