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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두보 Dec 19. 2023

나쓰메 소세키와 고영범

다른 격변의 시대, 비슷한 불안과 우울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와 고영범의 <서교동에서 죽다>를 연달아 읽었다. 여러 장점 중, 두 작품의 공통점은 화자가 살아낸 시대를 디테일하게 포착한 것.

 소세키 소설에서는 일본이 주도한 메이지시대 동아시아 근대성이 일상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당시 조선의 후진성이 상상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도서를 주문하고 영국인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여하는 일본의 부르주아지, 전차와 아이스크림 같은 기표가 팽창하는 메이지 시대 풍요. 현대인의 불안과 일본의 후진성을 동시에 뇌까리는 식자층, 그러면서 계속 언급되는 전근대 시대의 유제(거리에서 쉽게 죽고 죽이는 사무라이들). 암튼 일본인들에겐 벨 에포크였던 시절이었겠지.

고영범이 탁월하게 그려낸 70년대는 그 시절 소년들의 하위문화를 눈앞에 아스라이 되살려 놓는다. 호크, 노깡, 26인치 자전거, 0시의 다이얼... 축제가 벌어진 이대 숲을 휘젓고 다니며 대학생들의 호젓한 데이트를 훼방 놓는 아이들의 장난, 사내아이들 사이 미묘한 계급갈등이 폭발하는 공터라거나 집안일 돌보기 위해 1년 학업을 쉬는 누나의 애탄. 고도성장시대 우울한 뒤안길에서 울고 웃던 소년·소녀들은 이제 안녕들 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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