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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사실 믿음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

성숙한 사랑

by miel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안전하게 운전하면 크게 사고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열심히 살면 굶어 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어느 순간 믿음이 불안정해질 때 공포와 같은 두려움이 덮친다.

꼼짝 못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나약한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그 사건은 내가 얼마나 많은 믿음속에서 평안하게 지내고 있는가를 알게 하며,

이 아무 일 없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를 새롭게 알게 한다.






또한 믿음은 언제든지 다시 한번 무너질 수 있는 성격의 것임에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세상을 재 인식하고 싶게 한다. 감사하며 살자. 늘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자고 말이다.

또한 믿음들을 만나게 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한다.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실 거라는 믿음.

그리하지 아니할지라도 완전히 죽게 하지는 않으실 거라는 믿음.

만약 죽기 직전이라도 작은 틈 사이로 빛을 보내신다는 믿음.

그러나 만약 혹여 죽게 되더라도 암흑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믿음.

그것은 나를 겨우 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많은 이들을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나는 시들어가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누군가의 고유명사의 사랑으로 다른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선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 실망감과 깨달음은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이 뒤바뀐 전제가 나를 다른 모험으로 안내하였다.

어쩌면 그것은 인도하심이고, 또한 조금 더 나다워지는 것임을, 그래서 이런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시간이다.

이게 바로 나인 것이다.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받기 위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랑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예수가 아닌 인간이기에 그도 나를 사랑하기를 바라지만 먼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잔잔한 호수처럼 편안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속으로 되뇌인다.


부족해도 어쩔 수 없다. 바라왔던 이상적인 내가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

모든 게 이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래야 되는 거 아니냐고 훈수를 두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냥 있는 그대로 타인을 바라보고, 그 삶을 지켜봐 주며, 인정해 주는 이가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사랑은 가끔 어이없는 일을 한다. 손해 보는 일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희생하는 일을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자식을 위해 목숨 따윈 계산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의 인과율을 파괴한다.

무슨 일이든 기꺼이 할 수 있게 한다. 스스럼 없게 하기도 하고, 심각한 문제가 큰 고민이 아닌게 된다. 지는 데도 행복한 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다.


어설프겠지만 이런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

그의 영혼이 따뜻할 수 있도록, 지나온 수많은 상처들이 눈꼽만큼이라도 아물어지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헤아리고 헤아리어 바람처럼 부딪히지 않고 가볍게 치는 부담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또한 아직은 부족하지만 깊고 진중한 사람이고 싶다.

그 행동을 했는지, 왜 그 말을 했는지 지금 마음은 어떠한지를 헤아리는 사람이고 싶다.

누구나 인삿말로 하는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그의 정신과 영혼이 따뜻해지는 헤아림.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내가 아니라, 그의 삶과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랑.

헤아리며 주는 사랑이 아깝지 않은 사랑. 인연이 거기까지라 할지라도 억울하지 않은 마음으로 지나갈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 그 헤아림이 또한 성숙한 사랑을 하게 할 것이다. 아니 내가 그런 성숙한 사랑을 받았으므로 성숙한 사랑을 하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그 사랑이 아름답고 고귀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렇게 관계를 지탱하는 힘은 믿음이다. 믿음이 없는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의 기초 단계는 믿음이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버리지 않으시는 신처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쉽게 어쩌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보였을 때, 우리는 상대에게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한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그 믿음의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한 믿음이 없을 때 난 객관적으로 하찮은 인간으로 존재한다. 이런 믿음 관계가 형성되면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단 한 사람에게 만은 말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그 이상의 실질적 지위는 더이상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기필코 필사적으로 인간의 존재 지위 향상을 위해서 라도 믿음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와 함께 할 거라는 믿음.

실수하더라도 용납해 줄 것이라는 믿음. 나 때문에 힘이 들더라도 견딜 것이라는 믿음.

사랑을 위하여 희생이나 헌신이라는 말이 억울하지 않은 믿음. 그것은 우리가 새상에 태어난 이유가 된다.그 안정감은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에너지원이 되며, 세상의 온도는 바로 여기에서 기원한다. 다른 말로 또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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