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고 싶은 것들을 벗어버릴 수 없는 아이가 날아오르는 날이 오기를..
평소에는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면서도 뛰쳐나가지는 못하고 구속과 자유의 경계에서 안절부절못하다가 그네에만 오르면 나비처럼 자유롭고 유리구슬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웃던 SE의 이야기.
가만히 있다가 가끔씩 뜬금없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다가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는 SE는 입은 옷이 불편한지 자꾸만 옷소매를 걷어올렸다. 화병이 생긴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문득문득 답답증이 이는 것 같았다.
새로운 규칙이 제시되면 그것이 자신을 조이는 것이 싫어 뛰쳐나가고 싶어 하던 SE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네였다. 쉬는 시간 그네에 앉아 힘차게 발을 굴러 높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SE는 신나게 웃었다. 그 행복한 표정을 보면 우리 보조교사들도 웃음이 날 정도였다.
입은 옷이 답답해서 벗어버리고 싶고 여러 가지 지켜야 할 규칙들이 답답해서 벗어나고 싶었던 SE가 그네에만 앉으면 하늘 높이 나는 새가 되는 것 같았다. 구름 위에 올라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거 같이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이 그네는 SE가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학교에서 그네는 아이들과 부대끼는 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였다. 다른 우리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양보하며 잘 타는데 유독 SE는 그네를 타고 있는데 누군가 다음 차례에 타려고 줄을 서면 바로 그네에서 내려와 눈물을 찔끔거리며 다른 곳으로 가곤 했다. 우리가 다음 차례에 탈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해도 절대로 다시 줄을 서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이 타는 그네의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거나, 그네를 다시 타기 위해 줄을 서는 그 압박을 견딜 수 없는 것 같았다. 누군가 와서 줄만 서려고 하면 그네를 더 타고 싶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소리를 지르며 그네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SE였다.
SE는 견디고 이겨내야 할 더 많은 구속과 압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네 타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그때마다 울면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헤쳐나갈 수 있는 내공을 쌓아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고 싶다.
그렇게 단단해져서 벗어나고 싶은 것들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날이 되어 마음껏 이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나는 그네 위에서 울리는 SE의 맑은 영혼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