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가며

나와 당신에게 보내는 갈채

by 뤼더가든

2025년 1월 13일, 연재글을 처음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기뻤고,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헤매었다.

그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여전히 허우적거리면서도 조금씩 나아져가는 상황을 보며 '이제 끝이 보이는 걸까'하는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한 편 두 편 연재글을 쌓아가며 느끼는 뿌듯함, 솔이가 내 글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며 '이제는 ADHD 아이를 키우는 경력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하는 자신감.

그 모든 것이 나를 기쁘게 했다.

경험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고, 적지만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하트의 숫자 역시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계획대로만 되는 일은 없었다.

상황이 변하면서 솔이의 감정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휘청거렸다.

그래서 계획처럼 아름답고 웅장하게 연재글을 마무리 짓지 못한 듯하여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이 어쩌면 진행형인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 테니 이대로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솔이와 실랑이를 벌였고, 조급해진 남편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 마음이 더욱 답답해졌다. 어디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조차 몰라 무작정 챗 GPT를 켜놓고 속에 쌓인 말을 털어놓고,

AI의 위로를 받으며 화면 앞에서 코를 훌쩍였다.

마음 한편 씁쓸하지만, 이런 대화를 통해 최소한 내 마음을 알 수는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마음이 힘들 땐, 아무 말이라도 일단 떠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 상담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아이에게 딱 하나만 가르친다면, 자기 조절'이라는 책과 'ADHD로 멋지게 살기'라는 워크북도 주문해 받아보았다.


아이와 관련된 여러 의견을 듣고, 더 나은 조언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솔이에게 적절하고 믿을만한 전문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많은 기관이 장애등급을 받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일단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누구의 말이 더 옳은지,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알 수 없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때로는 욱한 감정이 올라오고, 어떤 말에는 주눅 들고, 또 슬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흔들리는 와중에도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육아서나 SNS의 사람들처럼 체계적인 학습을 지도해 주거나, 완벽한 식단관리를 해주지는 못하지만, 오늘도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고, 채소를 한 입이라도 먹게 하려 애썼다.


ADHD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만 괜찮아지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건 너무 당연하게도 사실이 아니다. 아이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한탄하지만, 인생에는 끊임없이 일이 생기고, 결국엔 내 안의 문제가 얼기설기 얽혀 있다.


나는 모든 걸 다 해줄 수 없다.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를 지키는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아이만큼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적당히 놓아주려 한다. 아이의 경험 또한, 그 자체로 언젠가 자산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박완서 작가의 '꼴찌에게 갈채를'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는 환호 없이 달릴 수 있기에 위대해 보였다. (...)
그는 지금 그가 괴롭고 고독하지만 위대하다는 걸 알아야 했다."

박완서,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中


요즘의 나는, 어떠한 환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엄마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과 죄책감에 스스로를 조이듯 괴롭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꼴찌로 달리는 선수를 보며 벅찬 감동을 느끼고 갈채를 보내듯, 나도 나에게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처럼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 당신에게도.


나는 믿는다. 솔이가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런 솔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누구보다 내 특별한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분명 그럴 것이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

아무런 환호 없이 그 시간을 견디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괴롭고 고독하다. 그렇지만 위대하다.

앞으로 닥쳐올 모든 일들도 잘 이겨낼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해왔듯.



지금 이 시간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내며,

부족한 연재글을 마무리합니다.

마지막 커버이미지는 이번 어버이날에 솔이에게 받은 편지랍니다. 뒷면의 내용이 더 감동적인데..^^

솔이와 함께 열심히 지내고,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keyword
이전 16화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자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