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도 언뜻언뜻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의 감은 두 눈이 떠올랐다.
선우 입원 후 엄마는 침대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았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것처럼 이불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들이 조현병에 걸려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난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엄마 얼굴은 빈 벌판을 떠도는 새처럼 쓸쓸하고 황량했다.
아빠는 날마다 술에 취해 들어와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출근했다. 어디에도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나는 빡빡한 고3 수업 일정에 엄마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엄마는 선우가 조현병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불우이웃을 돕자는 프로그램이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난민 아이들 자막이 TV에 나오면 채널을 돌렸다.
"나에게 불우이웃을 도우라고? 내가 바로 불우이웃이야. 알아?"
엄마는 TV를 보며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전에는 논술학원을 하는 그 바쁜 틈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보육원에 다녀오곤 했다. 나도 몇 번 따라간 적이 있었다. 때 국물이 흐르는 아이들을 씻기고, 비누가루를 풀어 바닥을 닦고, 아이들이 자는 방을 꼼꼼히 청소하고, 빨래해서 환한 햇살 아래 널고,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을 해 주고 오던 엄마였다. 정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나면 뭔가 할 일을 제대로 한 것처럼 마음이 충만된다고 했던 엄마. 아이들과 헤어지고 올 때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들이 마음에 걸려 눈물 바람을 했던 엄마였다.
선우가 조현병이 걸린 후로, 엄마는 보육원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도 감당하기 힘든데, 어찌 남을 도울 수 있을까. 남까지 돕는다는 건 위선적인 사치 아닐까? 오로지 선우만을 신경 쓰느라 운영하던 논술학원도 헐값에 넘겼다.
오늘은 엄마가 선우를 면회하러 간 날이었다.
밤늦게 집에 들어와 보니 엄마는 아빠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우가 글쎄, 병원 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야. 담배라도 피우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고 도리어 소리를 지르더라니까. 엄마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하면서. 물론 내가 담배를 왜 피우냐며 다그치긴 했지."
"당황해서 더 그랬겠지."
아빠가 말했다.
"지금 선우는 너무 달라졌어. 살이 너무 쪘고 눈동자도 흐릿해졌어. 행동도 둔하고 말투도 어눌해. 약 부작용 때문인 것 같아."
엄마는 속이 상한지 눈물을 흘렸다.
"주치의 말이 더 가관이야. 애가 한 달 만에 너무 달라져 속상하다고 하니까 뭐라는 줄 알아?"
"뭐라는데?"
"폭력적 충동을 억누르는 약 때문에 그럴 수 있대. 그리고 살찌는 건 문제가 아니래. 진짜 문제가 되는 건 뭔지 아세요? 하면서, 지능이 점점 퇴화할 수 있어요. 이러는 거야. 이 병 자체가 그렇대. 지금 살찌는 거,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의사가 정신 차리라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라니까."
"나도 알아봤는데, 처음엔 병원에서 약을 좀 세게 준대. 약은 차츰 조절하겠지."
아빠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럼 담배는요? 조금 전에 보니까 선우가 담배를 피우고 있던데, 미성년 잔데 병동에서는 제제를 안 하나요? 그랬더니, 내 참 기가 막혀서."
엄마는 의사에게 들은 얘기를 아빠와 나에게 쏟아놓았다.
"어머님.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담배와 커피는 정신병약이 주는 부작용을 완화합니다. 원리는 저희도 잘 모르겠지만 효과가 탁월하다는 건 확실하거든요.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담배와 커피를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정신병 환자들에게 담배와 커피는 일종의 안정제인 셈이죠, 담배는 몸에 해로울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부분에서는 학계에 이견이 없습니다. 어머님이 선우의 건강을 염려해서 강력하게 담배 피우는 걸 막으시겠다면 할 수 없지만, 환자들 심리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니까, 병원에서도 그냥 두고 있습니다."
주치의 상담을 마치고 나온 엄마는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누구도 해결책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디 가서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고, 아무도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엄마의 말을 듣던 아빠가 말했다.
"우리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이제 선우는 퇴원한다 해도 죽을 때까지 완치되지 않아. 조현병이 걸리기 전과, 걸린 후의 선우는 너무나 다를 수도 있다고. 어찌 보면 담배는 별것 아닌지도 몰라. 선우는 앞으로 평생 독한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하잖아. 모든 약은 개인 체질에 따라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건데, 선우는 그 약 부작용을 견디며 평생 살아야 한다고. 얼마나 괴롭겠어. 앞으로도 약 부작용은 계속 나타날 텐데. 담배 피우는 게 문제가 아니야."
"그래, 엄마. 몸에는 좋지 않지만, 선우가 담배를 피우는 그 순간만이라도 불안을 잠재울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담배는 별거 아닐 수도 있어."
정신병원에서 담배에 대한 인식은 병원 밖의 사람들과 달랐다. 몸에 해로운 담배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정 효과를 준다니.
나는 어릴 때 해맑게 웃던 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가족들은 선우가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어떤 약이 선우에게 맞는 약인지, 수없이 선우에게 약을 먹게 하고, 부작용이 생기면 또 다른 약으로 바꾸고. 그 과정을 끝없이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