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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Sep 21. 2015

9.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로 살면서 운동하기

이른 아침 출근길. 밤새 술을 마셨는지 지하철에서 골아 떨어진 이 직장인. 바닥에 떨어진 인형은 술김에 아이를 위해 샀던 것일까?

한 미국인이 찍은 '동경 자하철에서 자는 직장인'이란 제목의 이 사진. 웃기는게 맞는것 같은데 웃기진 않고 볼 수록 측은한 생각이 든다. (사진: M from Somerville, 2004. CC-BY-2.0)


일과 운동

우리나라의 근로여건상 운동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프로그래머로 직장 생활을 하는 내 동생 내외만 보더라도 그렇다.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앉아 있다가 밤 늦게 돌아오면 녹초가 될 수밖에.


내 경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기 보다는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문제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장거리 출장을 다니고, 학생들 성적을 내야 한다거나 제안서나 학생들 추천서 마감 날짜가 가까와 올 때는 밤을 세우기 일쑤다. 업무 시간 끝나면 일 생각 않고 맘 편히 쉴 수 있는 직종이 부러울 때가 그럴 때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모여야 하는 단체 운동이나 규칙적으로 다녀야 하는 트레이닝 같은 걸 받다 보면 중간에 꼭 흐름이 끊기고 흐지부지 되고 만다. 더구나 '나는 언제나 바쁘다'는 생각이 머리에 꼭 박혀 있어 따로 운동을 할 시간 같은 걸 낸다는 건 역시 한가한 인간들이나 하는 일일 거라는 막연한 상상만 하고 앉았다.  


그러면 바쁜 직장인이나 전문직 종사자는 평생 저질 체력으로 살란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운동부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나서야 운동을  일상생활 곳 곳에 콕 콕 심어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일명 마이크로 워크아웃(micro-workout).


알고 보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마이크로 워크아웃이라는 용어도 벌써 누가 쓴지 오래다.  


운동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

'마이크로 워크아웃', 또는 '일상 속의 운동'은 나의 운동 계획이 실패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 대략 이런 식이다.

1.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 거금을 들여 개인 트레이닝 까지. 몸짱이 될 생각에 기대 만땅.

2. 다음 날 새벽 6시. 호들갑을 떨며 일어나 동네 한바퀴를 뛰며 이렇게 좋은 걸  진작에 할걸 하면서 자신이 너무 대견스럽다고 느낀다.

3.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 오후가 되자 피곤이 몰려온다. 그 와중에 갑자기 바로 처리해 줘야 하는 이메일이 날아 온다. 오늘 PT 약속인데... 하루 만 재껴야지 별 수 있나. 야근이다. ㅠㅠ

4. 다음날. 어제 야근으로 피곤한 관계로 아침 조깅은 패쑤. 어제 재꼈더니 왠지 오늘도 피트니스 센터가 별로 안 당긴다. 패쑤.

5. 그렇게 며칠이 지난다. 피트니스 센터에 전화. 환불 어떻게 안돼냐고. 내가 도저히 바빠서 갈 시간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 ㅠㅠ

문제는 지키지도 못 할 거창한 계획에 있다. 운동을 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따로 시간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부터 생긴다. 그러다 보면 큰 맘먹고 시작한 운동은 작심삼일.


그런데 정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운동하는 데는 단 5분도 필요 없다.

예를 들어 플랭크 제대로 하면 1분 하기도 정말 힘들다. 그걸 몰랐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틈틈이 몇 분씩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달라지는 건강을 느끼게 된다.


어떻게 시작하나?

첫째, 될 수 있으면 기구 없이 장소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짧은 시간에 효과를 낼 수 있으면서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다.     


이런 운동 방법은 인터넷에 널렸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스퀏(squat). 얼굴만 두껍다면 웬만한데서 다 할 수 있다.  대충하면 다칠 수도 있으니 엉덩이를 쭉 빼고 정확한 자세로 해야 한다. 내 경우 1분에 30개에서 35개 정도의 속도로 하는데 틈 날 때마다 1분씩 3조만 해도 하루 100번 정도가 된다.


아래 동영상은 스퀏의 10가지 변형 자세를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푸시업(diamond push-up). 이걸 처음 할 땐 3개를 못했다. 지금은 틈 날 때마다 한 조에 20에서 30개씩 보통 하루에 3조에서 5조.


플랭크(plank). 처음엔 1분도 힘들다. 한 번에 너무 오래 하는  것보다는 한 조에 1분-1분 30초 정도로 3조 정도 하는 것이 나에겐 맞는다.   


다이내믹 사이드 플랭크(dynamic side-plank). 정지 자세로 하는 사이드 플랭크에서 움직임을 준 변형이다.


아래 동영상은 어깨와 상체를 중심으로 한 연속 동작 운동의 예다.

위에 나열한 운동들은 코어운동 또는 근육 운동인데 유산소 운동도 필요하다. 내 경우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 줄넘기 만한 것도 드문 것 같다. 줄넘기는 줄 없이 해도 비슷한 운동 효과라는 사실.


둘째, 자신만의 루틴과 목표를 정해 '내 몸 매뉴얼'에 추가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플랭크 몇 초 다이아몬드 푸시업 몇 번, 화장실 갈 때나 커피 마실  때마다 스퀏 몇 번, 일 하면서 매  시간마다 사이드킥 몇 번, 점심 시간엔 푸시업 몇 번,  퇴근하면 사이드 플랭크 몇 번, 그리고 매일 다 합쳐서 각 항목별로 몇 번. 이렇게.


운동을 하다 보면 전에는 힘들었던 동작이 언제부턴가 힘들지 않게 된다. 그럴 땐 조금 씩 횟수나 시간을 늘려 나간다.  


셋째, 마이크로 브레이크(micro-break) 앱이나 프로그램을 설치해 본다 (옵션).


일 일단 중지!

마이크로 브레이크는 일하는  중간중간 짧은 휴식을 말한다. 워크 레이브(http://www.workrave.org/) 같은 공짜 마이크로 브레이크 앱이 많이 나와 있다. 어떤 것은 정말 정해 놓은 시간 동안은 컴퓨터를 쓸 수 없게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것이 있으면 일에 빠져 마이크로 워크아웃을 잊는 일은 없다. 그러나 처음에는 단기적으로 업무 효율이 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한 직장생활로 업무효율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넷째, 루틴을 틈틈이 실행하면서 점차 목표를 상향 조정 하고 내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은 없는지 더 필요한 운동은 없는지를 수시로 체크해서 매뉴얼을  업데이트한다.


요가 매트나 슬리핑 패드, 운동화 한켤레쯤은 사무실에 비치해 두는 것도 좋다. 운동 중 통증이 생긴다던가 어지럽다던가 하면 하던 루틴을 즉각 중단한다. 자세가  잘못된 점은 없는지 운동이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점검한다.

볼체어(ball chair)나 니체어(knee-chair)는 자세도 교정 시키지만 업무중 잔근육을 계속 쓰게 하는 효과도 있다.
다섯째, 일과 시간 중에 조금이라도 몸을 더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실행해 본다.


예를 들어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한쪽 발을 번갈아 가며 받침대에 올리고 서서 일하는 것이 훨씬 운동효과가 크다.  볼체어나 니체어도 앉은 자세에서 운동을 시켜준다. 조금 씩이라도 틈나는 대로 자주 움직여 주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Goddshaw와 Doenlen이 만든 챗바퀴 사무용 책상. 내가 이정도까지 기대하는건 아니다.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라고 저질체력으로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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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캘리포니아 대학교 환경과학경영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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