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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Sangwon Suh Sep 21. 2015

10. 건강이라는 자산의 관리

당신이 제조업 분야 중견 기업의 중간 관리자라고 하자.


회사는 관리가 유난히 까다롭다는 고가(高價)의 장비를 도입해 하필이면 당신에게 그 유지 관리에 대한 책임을 맡기려고 한다. 이제 당신의 인사고과는 이 장비의 운용실적과 자산가치 유지에 달렸다. 당신은 벌써부터 교육계획을 수립해 매뉴얼에 따라 관련 종업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간, 월간, 년간 정비계획을 세워 장비를 최대한 활용 하고 자산의 가치를 오랫동안  유지할 생각에 골몰하고 있다.  

전력생산에 사용되는 스팀 터빈. 값비싼 수퍼합금이 쓰인다. 기업은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런 고가의 장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물론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자꾸 문제가 발생하면 장비를 납품한 업체를 불러 계약서를 조목조목 따지며 장비를 무르고 손실에 대한 배상을 요구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생각이다. 그러면 납품업체는 의례 며칠이고 엔지니어를 상주시켜서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뭐 만약 그것도 안 통하면 회사를 그만 두고 예전부터 오라던 선배네 회사에 못 이기는 척 가면 그만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날 당신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첫째, 납품업체가 장비의 고장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둘째, 장비의 교환, 반품, 환불, 보상이 전혀 안된다.

셋째, 납품업체가 제공하는 설명서나 매뉴얼이 아예 없다.

넷째, 종신 노예계약이라 해당 장비 관리자 역할을 그만 둘 수도 없다.

다섯째, 더구나 관리주체인 당신은 해당 장비의 선정과정에서 교묘히 배제되었다!

당신의 반응 = 어이상실.  

우리의 몸이 우리에게 인도되는 과정은 대략 이런 식이다.    


건강이라는 자산의 관리

제대된 조직이라면 장비를 도입할 때 매뉴얼을 작성하고, 직원을 교육하며,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장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운영과정에서 개선점을 발굴해 필요하면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나 납품업체에게 하자보수를 요청하거나 자문을 얻을 수 도있다.  

75년산 국산 지프 K-100 . 나는 군에 서 지프를 운전했는데이런 고물장비도 주간, 월간, 년간 정비계획을 세워 관리했다.'닦고 조이고 기름치자'가 쓰여있는 정비고 에서

그러나 선택사양 하나 없이 그저 주는 대로 받은 '몸'이라는 고가 장비는 매뉴얼도 없이, 품질보증서도 없이 우리에게 인도되었다. 그런 데다가 절대 다수는 우리 몸이 어떻게 작동하며 우리 몸을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다. 어찌 보면 우리의 소중한 몸이 기계장비 만큼도 체계적인 관리를 못 받지 않나 싶다.


내 몸 매뉴얼

우리 몸에 대해 연구하고 매뉴얼을 작성, 관리하는 것은 그래서 온전히 종신 관리자인 우리 자신의 몫이다. 특히 비슷한 건강상의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내 몸이 설계된 대로 운전되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새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에 따라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 몸 매뉴얼'은 건강한 습관을 위한 나만의 맞춤형 내 몸 사용 설명서다. 내 몸 매뉴얼을 쓰려면 내 몸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 공부도 해야 하고, 매뉴얼 대로 내 몸을 사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도 해야 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 알게 된 정보나 노화,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의 변화에 따라 간간이 업데이트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매거진을 마치며

최근 다운타임을 겪고 나서 느낀 것이 좀 있어 조금씩 끄적여 본 '내 몸의 매뉴얼을 쓰자'가 어느덧 누적 조회수 5만을 넘어 섯다. 짧은 글 재주로 쓴 보잘것없는 글들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건강이라는 자산을 관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매거진을 마친다.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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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캘리포니아 대학교 환경과학경영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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